복지부는 이번 사건이 보도되기 하루 전인 지난 24일 ‘복지 사각지대 발굴 개선 대책’을 발표했다. 수원 세 모녀 비극이 발생한 지 3개월 후 재발 방지책을 내놓은 것이다. 현행 34종인 사각지대 위기가구 관련 정보를 44종으로 늘리고, 현장조사를 통해 연락 두절된 위기가구의 소재를 신속히 파악하는 방안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법 개정 등 후속 조치가 필요한 장기 대책이 다수였다. 그런데 정부가 대책을 마련해 발표하는 그 시간에 비극이 재발한 것이다. 더구나 복지부의 보도 자료 제목이 ‘촘촘한 위기가구 발굴로 약자복지를 더욱 강화하겠습니다’였다. 탁상공론을 내놓는 것조차 굼뜨니 한심하기 이를 데 없다.
정부가 이런 식의 대책을 되풀이하는 한 비극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 복지부가 2016년부터 올해 7월까지 복지 사각지대에 처한 대상자 446만여명을 발굴했지만, 이 중 58%에 달하는 260만여명이 정부의 지원 대상에서 제외됐다. 특히 연락 두절로 인해 정부 조사가 종결된 사례가 3만2906건이었는데, 신촌의 모녀도 여기에 포함됐다. 정부와 지자체는 이런 공백을 서둘러 막아야 한다. 위기가구를 추적하고 보살피는 복지 전담 인력을 확충하는 한편 빈곤층을 지원할 실효성 있는 대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2014년 ‘송파 세 모녀 사건’ 이후 정부 도움이 필요한 취약계층이 복지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이후 수원에서 유사한 비극이 벌어지자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나서 재발 방지 대책을 주문했다. 윤석열 정부는 “약자 복지”를 강조하면서도 내년 복지예산을 4.1% 늘리는 데 그쳤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 7%대 증가율에 못 미친다. 진정 복지 사각지대를 해소하고자 한다면 ‘촘촘한 복지’니 ‘약자 복지’니 하는 말장난을 멈추고 복지 재원 투입을 과감히 늘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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