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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6 (화)

[사설] 물류 차질 본격화, 정부는 열린 대화로 화물 파업 풀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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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화물연대의 총파업이 나흘째 이어진 27일 서울의 한 시멘트공장 앞에 화물연대 소속 조합원들의 시멘트 수송 차량들이 서 있다. 강윤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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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의 운송거부 총파업이 27일로 나흘째 이어지고 있다. 전국 항만의 컨테이너 반·출입량이 평소의 20% 밑으로 줄었다. 서울 둔촌주공아파트 건설현장에서는 시멘트 공급 차질로 콘크리트 타설 작업이 중단됐다. 현대자동차 등은 공장에서 출고된 신차를 제대로 배달하지 못하고 있다. 대형 정유회사 운송 차량 70~80%가 화물연대 소속이라, 파업이 길어지면 주유소에서 휘발유·경유 구하기도 어려워질 수 있다.

화물연대는 파업 전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와 적용 차종·품목 확대, 정부의 안전운임제 개악안 폐기 등을 요구했다. 물류 피해와 시민 불편이 예상되지만 화물연대 파업권은 인정해야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이번 파업에는 정부 책임이 크다. 정부는 지난 6월 안전운임제를 지속 추진하고 적용품목 확대를 논의하기로 화물연대와 합의해놓고 최근 안전운임제만 3년 연장하겠다고 통보했다. 그런데도 윤석열 대통령은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물류시스템을 볼모로 잡는 행위는 국민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동자들 파업 때마다 독재 정권이 전가의 보도처럼 꺼내들었던 경제 위기론의 복사판이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화물연대 조합원의 불법행동 적발 시 현장 체포 원칙을 적용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벌써부터 화물연대에 불법 프레임을 씌우고 압박하고 있는 것이다.

윤 대통령과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업무개시명령’ 발동을 밀어붙일 태세다. 대통령실은 29일 국무회의 때 업무개시명령안을 상정해 의결하는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화물자동차법)에 따르면 국토부 장관은 운송사업자가 정당한 사유 없이 집단으로 화물운송을 거부하여 국가경제에 매우 심각한 위기를 초래하는 경우 업무개시명령을 내릴 수 있다. 업무개시명령을 거부하면 화물운송 종사 자격이 취소되거나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질 수도 있다.

정부가 화물연대 조합원들을 자영업자로 간주해 노동자성을 인정하지 않으면서 업무개시명령을 내리는 것은 모순이다. 이익이 나지 않아 개인 사업자가 가게 문을 닫겠다는데 강제로 영업을 하라는 것이나 다름없다. 업무개시명령은 국제노동기구(ILO) 협약에도 위배된다. 화물연대 조합원들의 노동이 국가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면 그에 걸맞은 대우를 해줘야 한다. 28일 국토부가 화물연대와 파업 이후 첫 만남을 갖는다. 정부의 책임있는 자세와 적극적인 대화만이 이 난국을 해결할 수 있다. 원 장관은 업무개시명령 계획부터 철회해야 한다. 협상장에 비수를 들고 가는데 협상이 제대로 되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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