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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서 또 일가족 비극… 갈 길 먼 ‘사회 안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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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 형제 사망·부모 의식불명

유서 남겨… 빌라서 극단 선택 정황

40대 부부 직업 없어 생활고 겪어

중학교 졸업 둘째 고교 진학 안 해

공과금 장기 연체 등 징후 안 보여

10여년 한곳 살며 복지 요청 안해

구청 “위기의심가구 아니었다”

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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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의 한 빌라에서 10대 형제가 숨지고 40대 부모는 의식을 잃은 채 발견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안타깝게 비극을 맞은 일가족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관리 대상이 아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27일 인천시 등에 따르면 지난 25일 자신의 거주지인 서구 빌라에서 출동한 경찰에 발견된 일가족은 위기의심가구로 지정되지 않았다. 인천 서구 관계자는 “지자체에서 행정적으로 관리하는 복지나 지원 대상에는 포함되지 않은 상태였다”며 “특정 가구에서 전기·수도 요금 등을 장기간 연체하거나 미납할 땐 이상 징후로 보고 따로 관리하는데 그 대상이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현재 사는 동으로 전입한 10여년간 복지 상담 등 도움을 요청한 적이 없었다”면서 “해당 가구는 그동안 정부의 34종 위기 정보에 한 차례도 들어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2014년 ‘송파 세 모녀 사건’ 계기로 복지 사각지대 발굴 시스템을 구축해 위기의심가구를 찾고 있다. 생활고에 시달리면서도 국가로부터 도움을 받지 못하는 이들이 대상이다. 단전, 단수, 건보료 체납, 기초생활수급 탈락 및 중지, 금융 연체 등 34종의 정보를 빅데이터로 수집·분석해 예측한다. 차후 정보 종류를 44종으로 늘리는 등 대폭적인 개선이 예정됐다.

앞서 지난 25일 오전 11시41분쯤 서구 한 빌라의 집안에 쓰러져 있는 10대 A군 형제 등 일가족 4명을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과 소방당국이 발견했다. 형 A군이 재학 중인 특성화고교 교사가 당일 현장 실습에 A군이 나오지 않고 연락도 받지 않자 집으로 방문해 112에 신고했다. 해당 교사는 “아이가 등교하지 않고 연락조차 없어 집으로 찾아갔다”고 경찰에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의 공동대응 요청을 받고 출동한 소방당국이 문을 강제로 열고 들어갔을 때 일가족은 모두 안방에 누워 있었다. A군 형제는 발견 당시에 이미 숨졌고 이들의 부모인 40대 B씨 부부는 의식을 잃은 상태에서 119 구급대의 심폐소생술(CPR)을 받으며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여전히 뇌사 상태다.

자택에서는 수면제로 보이는 약봉지와 가연물질이 나오는 등 극단적인 선택 가능성을 의심할 만한 흔적이 있었다. 또 ‘장례식은 치르지 말고 시신을 화장해 바다에 뿌려달라’는 내용이 적힌 자필 유서도 함께 발견됐다. 지난해 중학교를 졸업한 동생은 고교에 진학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A군은 지난 24일에는 현장 실습업체에 ‘집안일이 있어서 나가기가 어렵다’고 유선으로 연락했으나 이튿날은 별다른 말 없이 출근하지 않았다고 한다. 유족 조사 결과, 일가족은 기초생활수급자는 아니었지만 부부가 평소 별다른 직업이 없어 경제적 어려움을 겪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숨진 형제의 정확한 사망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시신 부검을 의뢰했다.

생활고에 시달리다가 유명을 달리한 경우는 과거에도 여러 차례 있었다. 8년 전 서울 송파구 석촌동에서는 큰딸의 만성 질환과 어머니의 실직으로 인한 생활고에 시달리다가 3모녀가 세상을 등졌다. 이들은 부양의무자 조건 때문에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도움을 받지 못했다. 올해 8월에도 경기 수원의 한 연립주택에서는 세상과 단절한 채 힘들게 살던 세 모녀가 숨진 채 발견됐다. 서울 서대문구의 한 건물에서는 지난 23일 모녀가 숨진 채 발견됐는데 집 현관문에는 5개월 넘게 밀린 전기요금 고지서 등이 붙어있었다.

인천=강승훈 기자 shka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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