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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아프간전 한달 포탄, 우크라선 하루에…러·서방 무기고 바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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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전 양상 재래식 무기 퍼부어

서방·러 무기·폭탄 구하려 안간힘


한겨레

우크라이나 군인이 26일 하르키우 주변 전선에서 러시아군에서 포획한 탱크를 수리하고 있다. 하르키우/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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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되며 서방과 러시아의 무기 재고가 바닥났는데도, 원활히 추가 공급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2차 세계대전 이후 강대국이 직접 개입한 최초의 정규전이 길어지며, 갑작스레 늘어난 군사 수요를 현재 생산능력이 감당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 일간지 <뉴욕 타임스>는 26일, 우크라이나 전쟁이 만 9개월을 넘기며 이런 장기전에 대비하지 못했던 미국과 유럽 등 서방 국가들이 우크라이나에 제공해야 할 물량과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가 자체 보유해야 할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아귀다툼을 벌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서방 국가들이 이런 취약성을 드러낸 원인으로 2001년 9·11 사태 이후 군비 태세가 ‘테러와의 전쟁’ 등 비정규전에 치중하며 재래전에 쓰일 무기 재고를 줄였고, 생산체계도 사양화됐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이런 사정은 2000년 시작된 아프가니스탄 전쟁과 이번 전쟁을 비교하면 명확해진다. 아프간에서 나토군은 하루에 300발 정도의 포격을 했고, 방공망도 필요 없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에서는 현재 하루에 발사하는 포탄 수가 아프간에서 한달 동안 쏘아댄 양보다 많다. 나토의 한 고위 당국자는 신문에 올여름 동부 돈바스 지역에서 우크라이나는 하루 6천~7천발, 러시아는 4만~5만발의 포탄을 쏘았다고 전했다. 하지만 미국에서 생산되는 포탄은 한달에 고작 1만5천발에 불과하다.

나토의 한 당국자는 이 신문에 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된 2월 말 나토 회원국의 무기 재고는 규정의 절반에 불과했다고 말했다. 나토 회원국은 총 400억달러(약 53조5000억원)어치 무기를 우크라이나에 제공했는데, 이는 프랑스의 1년 국방비에 해당하는 액수다. 그 결과 현재 쓸 수 있는 무기 재고를 모두 소화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옛 소련에 속해 있던 우크라이나가 기본적으로 소련 시절의 무기를 운용하고 있다는 점도 큰 장애 요인이 되고 있다. 서방 국가들은 우크라이나가 사용하는 S-300 방공미사일, T-72 탱크 등 옛 소련제 미사일·포탄 등을 구하는 데 혈안이 되어 있다. 이를 대체할 수 있는 대탱크 미사일인 ‘재블린’ 등은 재고가 바닥났다.

그렇다고 서방의 첨단 무기를 무작정 우크라이나에 제공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우크라이나는 사거리가 300㎞에 이르는 육군 전술 지대지미사일(ATACMS·에이태큼스)과 첨단 전투기·탱크·방공망을 원한다. 하지만 미국 등은 우크라이나가 이 무기들로 러시아 본토를 공격하면 전쟁이 확대될 수 있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또 첨단 무기를 제공해도 사용법과 유지 보수법을 교육하려면 1년 이상이 걸린다.

무기 재고가 바닥을 보이기는 러시아도 마찬가지다. 영국 국방부는 26일 러시아가 1980년대 운용하던 구형 크루즈미사일인 AS-150에서 핵탄두를 제거하고 재래식 폭탄을 장착해 쓰고 있다고 밝혔다. 러시아 역시 최근 포탄이 부족해 북한에서 미사일, 이란에서 드론을 사 오려 한다는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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