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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양양서 산불 감시 ‘임차 헬기’ 추락… 탑승자 5명 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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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체 폭발·화재… 진화 후 시신 수습

기장·정비사 외 3명 추가 탑승 확인

정보 누락·사고 원인 등 조사 착수

시·군, 민간서 빌려 운용 ‘S-58T’

기종 노후화 안전 우려 지적돼와

27일 강원도 양양에서 산불 계도 비행 중이던 임차 헬기 1대가 야산으로 추락해 기장과 정비사 등 5명이 숨졌다.

강원도소방본부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50분쯤 양양군 현북면 어성전리 명주사 인근 야산에서 S-58T 기종의 중형 헬기가 비행 80분 만에 추락했다. 해당 헬기는 속초·고성·양양이 공동으로 민간으로부터 빌려 운용되고 있었다.

세계일보

소방 관계자들이 27일 오전 강원 양양군 현북면 어성전리 명주사 인근 야산에서 S-58T 기종 중형 임차 헬기의 추락 현장을 수습하고 있다. 양양=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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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당국은 사고 직후 동체에서 발생한 화재를 진압한 뒤 잿더미 속에서 시신 5구를 수습했다. 애초 기장 A(71)씨와 정비사 B(54)씨 등 탑승자가 2명으로 알려진 것과 다르게, 추가 3명의 인명 피해를 확인하면서 산림당국도 별도 신원 확인에 나섰다. 앞서 기장 A씨는 이날 오전 5시51분쯤 양양공항출장소에 헬기 탑승자를 2명으로 보고했었다. 탑승자 정보가 사고 전까지 일부 누락된 셈이다.

기장·정비사 이외 20대 C씨와 신원을 알 수 없는 여성 2명 등 모두 5명이 탑승한 사실은 헬기 계류장 폐쇄회로(CC)TV를 통해서야 확인됐다. A·B씨 등은 당일 오전 9시30분부터 공중에서 산불 취약지 예방 활동을 벌이는 감시 비행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항공철도조사위원회는 탑승자 정보 누락과 함께 헬기의 장비 결함 가능성부터 조종사 실수, 기상 여건 등 사고 원인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사고가 난 야산은 앞서 충격을 짐작게 할 만큼 참혹했다. 화재로 인해 헬기는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뼈대만 앙상하게 남았고, 프로펠러 등 사방으로 흩어진 각종 기체도 화염에 휩싸이며 새카맣게 타 잿더미로 변했다.

유족들은 허망한 표정으로 장례식장을 지켰다. 신원이 확인된 기장 A씨와 정비사 B씨, C씨의 시신이 안치된 양양 장례식장은 유족들의 울음소리로 가득했다. 한 유족은 “눈으로 확인이 되지 않을 정도로 시신이 심하게 훼손됐다”며 말을 잇지 못했고, 또 다른 유족은 고인의 이름을 부르며 오열했다. 경찰은 신원 파악이 되지 않은 사망자 2명을 확인하기 위해 유족들로부터 검체를 채취했다. 부검은 사망자 전원에 대해 28일 이뤄질 예정이다. 헬기 사고로 인해 발생한 화재는 1시간15분 만에 꺼졌다. 도소방본부는 140여명의 인력과 40여대의 장비를 사고 현장에 투입해 수습을 벌였다.

한편 강원도와 전라북도 등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는 민간업체와 계약을 맺고 S-58T 헬기를 산불 진화용으로 운용 중이다. 초도 비행은 1949년으로 비행 이력만 70년이 넘었으며, 대부분 기체 연식이 오래돼 헬기 자체의 안전 및 저성능이 우려되고 있다.

양양=박명원 기자 03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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