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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신용스프레드 '173.7bp' 금융위기 수준 넘어섰다…한전채 등 '자금 블랙홀'에 회사채 암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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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채와 국고채 3년물 금리격차

금융위기 직후 172bp 수준 초과

'50조원+α' 대책에도 지속 상승

이달 특수채 7.3조 중 한전채 3조

회사채는 최근 한달 발행 525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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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스프레드가 금융위기 수준을 넘어섰다. 정부가 ‘50조원+α’ 규모의 채권 시장 안정 대책을 내놓았지만, 한국전력 등 AAA급 공공기관들이 채권 시장에 물량을 지속적으로 쏟아내면서 회사채로 갈 자금을 빨아들이고 있다. 이 때문에 시장 위축은 좀처럼 완화되지 못하는 모습이다. 아울러 금리역전(일반채와 특수채 금리 차이)도 두어 달 넘게 유지되고 있어 신용스프레드는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25일 종가기준 신용스프레드(국고채와 AA- 등급 회사채 간 3년물 금리 격차)는 173.7bp(1bp=0.01%p)를 기록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4월 29일(172bp) 이후 최대치다. 신용스프레드는 회사채와 국고채 간의 금리 차이로 숫자가 커질수록 기업의 자금조달비용이 높은 걸 의미한다. 일반 기업 입장에서는 신용 위험도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신용스프레드는 레고랜드의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이 최종 부도 처리된 지난달 5일(141.8bp) 이후 꾸준히 오르고 있다. 이달 초 정부는 ‘50조원+α’ 지원 대책을 내놨지만, 수치는 141.8bp까지 올라온 뒤 170p를 넘었다. 지난해 같은 시기 기록(57bp)과 비교하면 1년 사이 1.167%p가 증가했다. 스프레드 확대는 그만큼 AA-등급의 회사채마저도 부도 위험이 높아졌거나 유동성이 악화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일반 기업들은 국채보다 더 많은 이자를 지급해야 기업들은 회사채를 발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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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채권 시장에서는 일반 회사채가 외면당할 수밖에 없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언제 부도날지 모르는 일반채가 아닌 AAA 등급으로 분류되는 국채를 사고 싶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한 달 사이 회사채의 순발행액(발행액-상환액)은 -525억원으로 발행액이 상환액에 미달했다. 반면 같은 기간 공기업의 특수채 순발행액은 3조7030억원으로 회사채 순상환액의 71배를 넘어간다.

이달 들어 발행된 특수채는 총 7조3000억원이다. 이 중 한전이 3조600억원을 찍어내며 전체 발행량의 76%를 차지했다. 그 외에도 지역난방공사(800억원)·인천공항(1100억원)·주택금융공사(5900억원)·국가철도공단(2400억원) 등 다른 AAA급 공기업들이 채권을 발행해 시중 자금을 빨아들이고 있다.

AA급보다 AAA급 금리가 더 높은 금리 역전 현상도 2달째 계속되고 있다. 한전채의 3년물 금리는 5.397%로 AA-급 회사채(3년물) 금리(5.376%)보다 0.021%p 높다. 그 밖에도 한국주택금융공사(5.544%), 한국지역난방공사(5.584%) 등도 일반 회사채의 금리 수준을 올라섰다.

증권가에서는 최근 신용스프레드 확대와 금리 역전 등으로 한전과 같은 공사채와 은행채 등 초우량물들이 순발행을 확대하며 전반적으로 채권 시장의 약세를 견인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상훈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채권 시장 악화의 원흉인 한전채는 올해 20조2000억원 이상을 순발행했다"며 "이는 시장 전체에 전반적인 부담을 증가시켰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높은 금리의 공사채 발행은 신용시장의 약세를 계속 야기할 것"이라며 "공사채 발행의 방향성이 채권 시장 분위기를 형성하는 만큼, 앞으로 운송·철강·소재 등 경기 둔화로 인한 수요 감소에 민감한 업종의 하락폭이 두드러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아주경제=최연재 기자 ch0221@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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