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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3년간 쌓인 분노 폭발 … 상하이 거리 새벽까지 대규모 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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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중국 코로나19 신규 감염자가 4만명에 육박하는 등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어 방역조치 강화로 인한 중국 당국과 주민들 간 충돌이 더 격화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27일 AP·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전날 밤 상하이 우루무치중루에서 수백 명이 거리로 몰려 나와 신장 웨이우얼자치구 우루무치의 봉쇄 지역에서 지난 24일 발생한 화재 사고로 10명이 숨진 것에 대해 항의 시위를 벌였다. 상하이 우루무치중루는 신장의 우루무치를 따서 지은 이름으로 위구르인들이 집단 거주하는 지역이다.

이들이 집단 행동에 나선 것은 화재가 난 건물 주변에 봉쇄를 위해 설치한 시설물들이 많아 주민 구조가 늦어졌다는 주장이 중국 SNS에서 제기되면서 고강도 방역에 대한 불만이 폭발했기 때문이다. 민심이 들끓자 우루무치시 당국은 25일 밤늦게 기자회견을 열어 화재 지역이 코로나19 '저위험 지역'이어서 당시 아파트는 봉쇄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봉쇄로 인해 100일 넘게 세워져 있어 시동조차 걸리지 않았던 자동차를 치우느라 소방차 진입이 늦어졌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당국의 해명은 웃음거리가 됐다.

SNS에 올라온 영상과 목격자들 증언에 따르면 이날 시위에 참여한 주민들은 "우루무치의 봉쇄를 해제하라. 중국의 모든 봉쇄를 해제하라"고 외쳤다. 또 "중국 공산당은 물러나라. 시진핑은 물러나라. 우루무치를 해방하라"는 구호도 등장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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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중국 상하이 우루무치중루에서 벌어진 '제로 코로나' 방역정책 항의 시위에서 공안요원들이 시위대를 해산시키며 진압하고 있는 영상의 한 장면. 【로이터연합뉴스】


이들의 시위는 이날 새벽까지 계속됐으며 공안이 최루탄 등을 쏘기 시작하자 해산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시위대 관련 뉴스는 중국의 모든 소셜미디어에서 곧 삭제됐다.

중국에서 통제 시스템이 가장 엄격하게 작동하고 있는 수도 베이징에서도 주민들이 방역조치에 집단 항의하는 일이 벌어졌다. 주민들은 "주민위원회가 무슨 권리로 단지 전체를 봉쇄하느냐" "봉쇄를 결정한 책임자가 누구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파트 단지 전체 봉쇄를 지양하고 확진자가 나온 해당 동만 봉쇄하는 등의 정밀 방역을 하라는 정부의 지침을 왜 주민위원회가 지키지 않느냐고 지적한 것이다.

일부 주민들은 단지 출입문을 밀거나 걷어차기도 했다. 공안까지 출동했지만 주민들은 물러서지 않았고, 영하의 추운 날씨에도 약 1시간 동안 봉쇄 해제를 요구하는 구호를 외치며 집단 행동을 벌였다. 결국 아파트 주민위원회가 단지 봉쇄를 취소하면서 시위가 마무리됐다. 왕징 지역은 한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대표적인 한인타운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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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트위터에 게시된 상하이 우루무치중루 항의 시위 영상에 "시진핑 물러나라" 등 구호를 외쳤다는 글이 올라와 있다. 【트위터 캡처】


베이징에 10년 넘게 거주했다는 한 교민은 "수도이자 정치 중심지인 베이징에서 집단으로 정부 정책에 항의를 하는 모습은 과거에는 상상조차 하기 힘든 장면"이라며 "3년 넘게 제로 코로나 정책이 지속되면서 주민들의 불만이 한계치를 넘어서는 수준에 도달한 것 같다"고 말했다. 무차별 방역에 항의하는 베이징 주민들의 집단 행동은 앞으로 더욱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 베이징 내 코로나19 감염자가 급증하면서 봉쇄되는 아파트와 건물이 매일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위챗(중국판 카카오톡)에서는 사안별로 항의할 수 있는 관청 이름과 연락처가 적힌 문건이 퍼지고 있고, 일부 지역에서는 확진자가 발생하더라도 오히려 없던 병도 생길 것 같은 열악한 시설에 격리시키지 말고 자택에서 격리할 수 있는 선택권을 달라는 집단 서명운동이 진행되고 있다.

중국은 신규 일일 감염자 수가 4만명에 육박하는 등 빠르게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방역정책의 고삐를 더욱 죄는 모습이다. 27일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에 따르면 전일 중국 본토 확진자 수는 3만9506명을 기록했다. 지난 4월 기록한 역대 최고치를 지난 23일 넘어선 이후 나흘 연속 신기록을 세우고 있다.

이에 정부가 지난 11일 방역 완화를 위해 내놓은 정밀·과학 방역정책이 현장에서 뿌리 내리지 못하고 다시 무차별·무관용 방역이 고개를 들고 있는 모습이다. 문제는 과거와 달리 중국인들의 인내심이 바닥을 향해 가고 있다는 점이다. 막무가내 봉쇄로 구급차가 오지 못해 세 살 아이가 죽고, 열악한 격리시설에서 자살을 택한 확진자들의 이야기가 계속 전해지면서 중국 방역당국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베이징/손일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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