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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이란 최고지도자, ‘서방 보란 듯’ 반정부 시위 진압 민병대 격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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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오른쪽)가 26일(현지시간) 수도 테헤란에서 바시즈민병대를 만난 뒤 연설 직전 대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테헤란|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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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최고지도자 알리 호세인 하메네이가 바시즈민병대의 반정부 시위 진압 활동을 치하했다. 이란 정부의 인권탄압에 대한 서방의 비판 여론이 높아지는 가운데 시위 강경 진압 의지를 분명히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하메네이 최고지도자가 26일(현지시간) 수도 테헤란에서 바시즈민병대 대원들을 만난 뒤 방송연설을 통해 시위 참여자들을 폭도들로 묘사하고, 이들에 맞서 이란 국민들을 보호하기 위해 민병대원들이 목숨을 바치고 있다고 말했다고 로이터통신 등이 전했다.

바시즈민병대는 이란의 이슬람 신정 체제 수호를 목적으로 창설된 군대인 이란혁명수비대 소속 민병대로 지난 9월부터 시작된 대규모 반정부 시위 진압에 앞장 서왔다.

이란의 반정부 시위는 20대 쿠르드족 여성 마흐사 아미니가 히잡을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혐의로 도덕경찰에 체포된 뒤 의문사하면서 촉발됐다. 소셜미디어 등에는 이란 정부가 최근 시위 거점으로 떠오른 쿠르드족 지역 마하바드 등에 최정예군인 이란혁명수비대까지 투입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글이 잇따르고 있다.

이날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의 발언은 볼커 투르크 유엔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 대표가 이란이 반체제 인사들에 대한 탄압으로 본격적인 인권 위기에 처해 있다고 경고한 지 이틀 만에 나왔다. 투르크 대표는 앞서 지난 24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이란군이 비무장 시위대는 물론 행인들에게까지 치명적인 무력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OHCHR은 지난 2개월 간 시위 도중 군의 진압 등으로 300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추산했다.

이란 정부의 시위 참여자에 대한 사법당국의 대응도 도마에 올랐다. OHCHR은 반정부 시위 참여 등의 혐의로 어린이를 포함해 1만4000명 이상이 체포됐다고 밝혔다. 이 중 6명은 이미 사형선고를 받았고, 21명은 사형 선고 위기에 처해진 것으로 파악된다. 이에 따라 OHCHR은 특히 여성과 어린이의 인권탄압에 대한 독립 조사단 구성을 제안하고 지난 24일 이를 표결을 통해 통과시켰다.

반정부 시위에 대한 강경 진압으로 이란과 서방의 관계는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미국 정부는 지난 23일 반정부 시위 관련해서 과잉진압 및 허위정보 유포를 이유로 이란 내 쿠르족지역 관리와 이란혁명수비대 사령관 등 3명을 제재 대상에 올렸다.

박효재 기자 mann616@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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