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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성수동, 힙+]패션·F&B·자동차…분야 안 가리고 '이 곳' 찾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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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제화 거리와 명품·패션 플랫폼 매장, 맛집·카페 공존

과거·현재·미래가 한 곳에…독특한 정신 담은 '힙 플레이스'

창고, 공장, 정비소 즐비하던 곳의 드라마틱한 변화

신진 디자이너도 브랜드도 꿈 안고 '새 실험' 나서

아시아경제

서울 성동구 성수동2가 '디올 성수' 앞에서 방문객들이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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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유리 기자] 평일 오후 찾은 '한국의 브루클린' 서울 성동구 성수동. 인근 직장인과 주민, 외국인 관광객 등이 뒤섞여 북적이는 모습이었다. '인증샷의 메카'가 된 '디올 성수' 인근 연무장길 한가운데에 멈춰 섰다. 이 곳에서 정면을 바라보면 오래된 공장과 창고가, 같은 자리에서 뒤로 돌아서면 카페와 와인바, 식료품 가게가 즐비했다.

성수동은 미국 뉴욕 브루클린 도시재생의 본질을 재현했다는 점에서 성공적 도시재생 구현 사례로 꼽힌다. 한 공간에 과거·현재·미래가 공존하면서 수년 전부터 희소성을 중시하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가 모여들었다. 그러자 명품부터 디자이너 브랜드까지 패션과 뷰티, 식음료(F&B), 자동차, IT 등 할 것 없이 MZ세대를 타깃으로 하는 각종 브랜드도 성수로의 발걸음을 가속화했다.
◆성수, '한국의 브루클린' 되기까지
성수동은 1970년대 서울 경제 성장을 이끌었던 준공업 지역이었으나 산업이 쇠퇴하면서 노후한 건축물과 폐공장 등이 늘어갔다. 서울시는 2014년 성동구 도시 슬럼화를 막기 위해 성수동 일대를 도시재생시범사업 구역으로 지정했다. 과거 창고였던 곳이 카페로 변신하는 등 변화를 겪으면서 문화거리로 발돋움했다. 2011년 문을 연 창고형 갤러리 카페 대림창고를 시작으로 '커피계의 애플' 블루보틀도 성수동 초입에 국내 1호점을 열었다. 예술 전시와 공연이 이어지면서 2030세대의 발걸음이 잦아졌다.

성동구의 지원 하에 젊은 창업가들이 이 곳에 둥지를 틀었다. 예전보다 규모는 줄었어도 장인이 만드는 수제화가 여전한 성수동의 상징인 상황에서 젊은 디자이너들이 모여들며 공존이 본격화했고 상권 규모도 확대됐다. 최근엔 '옛것'과 '가장 요즘의 것'이 공존하는 '뉴트로' 문화가 힙(Hip)하다는 인식 속에서 이를 마케팅 면에서 활용하고자 하는 기업들의 발길도 늘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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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부터 디자이너 브랜드까지 '성수 스피릿 매료'
성수동 골목엔 해외 명품 브랜드 팝업스토어(임시 매장)부터 신진 디자이너 브랜드 쇼룸까지 다양하게 자리 잡았다. 이들 입장에선 패션과 문화, 예술 정신이 깃든 데다 이를 만끽하기 위해 2030세대가 끊임 없이 방문하는 성수동은 특히 매력적인 장소다. 지난 5월 성수동에 자리 잡은 프랑스 명품 브랜드 디올의 콘셉트스토어 디올 성수는 평일과 주말을 가리지 않고 입장객으로 붐빈다. 이국적인 외관을 배경 삼아 인증샷을 남기려는 방문객도 북적인다. 디올 성수 맞은편엔 공장 건물과 그래비티 벽화를 입힌 공장 벽이 서 있어 생경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

삼성물산이 지난 18일 개점한 비이커 성수점은 개점 후 일주일도 안돼 방문객이 1만명을 넘어섰다. 신세계인터내셔날 패션 브랜드 스튜디오 톰보이가 성수동 퓨처소사이어티에서 운영하는 팝업 매장에도 지난 19~20일 3000여명이 방문했다. 성수동 디뮤지엄 전시장에서 지난 22일까지 열린 몽클레르의 '비범한 탐험' 월드투어 전시에도 많은 방문객이 발걸음을 했다. 이들은 성수동을 찾는 MZ세대 소비자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는 공간으로 매장을 마련했다고 입을 모았다. 비이커는 청담점·한남점보다 다양한 브랜드를 발빠르게 소개해 MZ세대 취향에 맞는 브랜드 발굴하는 데 성수점을 활용할 계획이다.

성수동을 활용해 브랜드와 상품에 '젊고 힙한' 이미지를 입히기도 한다. 국내외 자동차 브랜드가 서울 성수동에 잇따라 진출하는 이유다. 기아자동차는 'EV6 언플러그드 그라운드 성수'를 통해 전기차 EV6 체험뿐 아니라 차량 오너 등을 위한 커뮤니티 프로그램, 전기차 신기술을 공유하는 월간 토크콘서트 등을 진행한다. 앞선 현대차의 '캐스퍼 스튜디오 성수',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의 'EQE 성수' 팝업도 같은 목적에서 꾸려졌다.

편의점도 기존 틀을 깼다. GS리테일이 운영하는 GS25가 성수동에 연 프리미엄 플래그십 스토어 '도어투성수'는 일반 매장과 달리 핵심 자체 브랜드(PB) 상품, 단독 운영 상품 150여종 만을 선보인다. 낮에는 원두 커피와 디저트를 즐기는 감성 카페 콘셉트로, 밤에는 맥주·와인 등을 판매하는 펍 콘셉트로 운영한다. 공간 내 팝업도 마련해 트렌디한 상품을 바꿔가면서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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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성동구 성수동2가 '비이커 성수점'에 방문객들이 입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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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상품 체험·브랜드 문화 향유 "경험의 확장"
온라인 플랫폼은 플랫폼이 추구하는 '라이프스타일 체험 공간'으로 상징적인 지역인 성수동을 활용하고 있다. 건물에 입장한 순간 취향에 맞는 매거진 안에 들어온 듯 옷이나 액세서리, 생활 소품을 입어보고 만져보면서 체험하고, 커피도 마시면서 문화를 공유한다는 콘셉트다. 패션 플랫폼 29CM가 성수동에 문을 연 오프라인 편집숍 매장 '이구성수'가 대표적이다. 340(약 103평) 규모 복층으로 구성된 이구성수는 1층을 쇼룸과 전시 공간, 카페 등으로 구성하고, 2층을 피팅룸과 브랜드 전시장으로 꾸몄다. 단순 상품 판매를 넘어 '오감만족 큐레이션 쇼룸'을 지향한다는 목표다. 현장 구매는 불가능하지만 상품에 부착된 QR코드를 활용, 애플리케이션(앱)으로 구매하는 방식을 택했다.

마켓컬리가 지난 9월부터 성수동에 선보인 '오프컬리' 역시 체험형 문화공간을 표방한다. '컬리에서 마련한 식료품(그로서리)로 다양하고 풍부한 미식 경험을 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미식, 인문학, 예술 콘텐츠 등을 선보이는 도슨트(해설)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올리브 오일을 활용한 미식 경험 등에 대한 프로그램은 9, 10월 전 강좌가 매진되는 등 인기를 끌고 있다.

전문가들은 '힙한 성수동' '젊은이들이 끊임없이 찾는 성수동'이 지속되기 위해선 새로운 문화와 트렌드, 즐기고 느낄 거리를 지역 차원에서 끊임없이 변화시켜 나가야 한다고 봤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낙후된 공장과 힙한 맛집·카페, 낯선 것들의 공존이 묘한 조화를 이루면서 2030세대를 부르고, 성수동의 이같은 이미지와 유동인구를 이용하고자 하는 기업 발걸음이 따라오는 모양새"라며 "발전을 거듭할 수록 강남 유명 지역들과의 차별성이 줄어들 수 있어 이 부분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대규모 자본이 정형화된 모습으로 들어오면 오히려 이 지역을 지루하게 만들 수 있고 임대료가 높아지면서 기존 상인이 밀려나는 젠트리피케이션이 발생할 수 있어 지역과 기업 모두 이를 경계해야한다"며 "실험적인 콘텐츠가 동반돼야 하고, 건물 외형이라도 독특하게 만드는 등 지속 가능성을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시월 건국대 소비자학과 교수 역시 "한강변 입지와 접근성, 인근 대학가 등을 주축으로 젊은이들의 소비 활성화 기반은 갖추고 있는 셈"이라며 "최근 트렌드인 가치 소비와 체험을 기반으로 한 문화를 지속적으로 발전시켜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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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성동구 성수동2가 '29CM 성수'에서 방문객들이 커피를 마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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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리 기자 yr6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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