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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60시간 만에 생환한 6세 소년... 인도네시아 지진 피해 현장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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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생자 318명 실종자 14명 중상자 595명
공터에서 합동 기도, 국가기관 총동원 수색
조코위 대통령 "내진 설계 집 지어 재건"
한국일보

25일 인도네시아 서자바주의 한 공터에서 시민들이 지진으로 실종된 14명의 생환을 기원하는 기도회를 진행하고 있다. 스트레이츠타임스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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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는 계속돼야 한다. 살아 있을지 모를 실종자들을 위해 기도하는 건 우리의 의무이다."
인도네시아 서자바주 치안주르 마을 이재민 아셉 히다왓


25일 인도네시아 서자바주 치안주르 마을의 한 공터. 이슬람 성직자 무하마드 잠후르는 알라신에게 기도했다. 21일 이 지역을 덮친 지진으로 집을 잃은 이재민 수백 명이 함께했다.

이재민들은 23일 극적으로 구조된 6세 소년 아즈카의 소식을 듣고 합동 기도회를 시작했다. 아즈카 같은 어린이들이 치열하게 사투를 벌이고 있을 것을 생각하면 가만히 있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지진 발생 60시간 만에 발견된 아즈카는 무너진 담벼락 아래 작은 공간에서 한 방울씩 겨우 떨어지는 물로 목을 축이며 목숨을 유지했다고 한다.
한국일보

25일 인도네시아 서자바주 치안주르에서 한 남성이 지진으로 파괴된 집 잔해 속에서 7세 딸 치카의 시신이 발견되자 오열하고 있다. 치안주르=AP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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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내 슬픈 소식이 들려왔다. 하루도 지나지 않아 7세 소녀 치카가 숨진 채 발견된 것이다. "치카도 살아 있을 것"으로 확신한 구조대원들이 밤새 망치, 삽 등을 이용해 맨손 구조 작업을 벌였으나 허사였다. 아즈카와 달리 치카가 깔려 있던 곳에는 숨 쉴 공간이 별로 없었다.

그럼에도 이재민들은 기도를 멈추지 않았다. 25일 대피소에서 3명의 새 생명이 태어났다. 리드완 카밀 서자바주 주지사는 한 신생아의 이름을 금피타라고 지어줬다. 금피타는 인도네시아어로 지진을 뜻하는 '금파'(Gempa)에서 파생된 단어다.

처참한 구조 환경… "그래도 포기는 없다"

한국일보

24일 인도네시아 서자바주 치안주르의 지진으로 발생한 산사태 현장에서 구조대가 수색견을 동원해 수색작업을 벌이고 있다. 치안주르=AP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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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안타라통신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번 지진 희생자는 전날 기준 318명에 달한다. 서자바주 각급 병원에서는 595명의 중상자가 생사를 헤매고 있으며, 실종자는 14명이다. 경상자는 7,134명으로 집계됐다. 삶의 터전을 잃은 이재민은 7만3,693명이다.

지진 피해 현장은 250여 차례나 이어진 여진으로 더 황폐해지고 있다. 26일부터 폭우가 내려 구조 작업이 더 힘들어지자 인도네시아 수색구조대(SAR)는 인원을 더 늘려 실종자를 찾고 있다. 마을 지리를 잘 아는 자원봉사자들도 힘을 보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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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인도네시아 적십자가 지진 피해 지역에 물을 긴급 공수하고 있다. 안타라통신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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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코 위도도 대통령은 22일 지진 피해 현장을 방문해 "국가 차원에서 총력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치안주르에 내진 설계에 기반한 5만6,000채의 집을 새로 짓겠다"고 공언했다. 인도네시아 적십자(PMI)는 이재민들이 모여 있는 대피소에 10만 리터의 물을 공급했다. 지방정부와 시민들은 긴급 구호품을 모아 서자바주로 보냈다.

서자바주 주민들은 지진 피해에 대비해 대나무와 흙을 이용한 전통 가옥에서 주로 생활해 왔다. 하지만 10여 년 전부터 시작된 대규모 벌목으로 목재를 구하기 힘들어지면서 값싼 벽돌과 콘크리트로 집을 지어 생활했다. 콘크리트 집은 자연재해에 취약했고, 이번 지진은 열악환 환경에 내몰린 이들의 삶을 초토화시켰다.


하노이= 정재호 특파원 next8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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