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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취재파일] "국민 볼모로 삼는 고리 끊어야" 한다는 국토부, 다섯 달 동안 뭐 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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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여름 여드레 만에 화물연대 총파업을 매듭지으면서 국토교통부는 이런 보도 참고자료를 냈습니다(2022.6.14.). "안전운임제 연장 등 지속 추진하고, 안전운임제의 품목 확대 등과 관련해서 논의할 계획입니다"라고 못 박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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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이 '논의', 그동안 잘 추진되었을까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렇지 않습니다. 화물연대와 국토부는 6월 총파업 이후 딱 2차례 만났습니다. 국토부는 화물연대 쪽에 안전운임 TF를 제안했지만, 화물연대가 걷어찼다고 주장합니다. 반면 화물연대는 애초 이 TF에서 국토부가 '안전운임제의 문제점'을 논의하자며 화주 입장을 반영한 개혁안 논의를 제안했기 때문에 받아들이기 어려웠다고 말합니다. TF에 대한 구체적인 구성 시점이나 참여 인원 등에 대한 안내도 없었다는 게 화물연대 입장입니다. 그런데도 파업이 시작되자 TF 의미를 강조하면서 마치 화물연대가 협상을 거부한 것처럼 몰아세우고 있다고 반발했습니다.

안전운임제는 올해 말 종료되기로 예정되었던 탓에 논란은 불 보듯 훤했습니다. 그럼에도 담당 주무부처인 국토부와 여야는 사태 해결에 지지부진했습니다. 이렇게 시간이 흐르는 사이 '안전운임제'를 둘러싼 화물노동자와 화주, 운수사업자가 한 자리에 둘러앉은 적은 한 번도 없었습니다. 애초에 합의를 이행할 의지가 있었다면, 화물노동자와 화주 양측이 한 발짝의 진전도 만들어내지 못하는 상황 속에서 정부가 그 중재자 역할을 했어야 합니다. 지난 다섯 달 동안 '품목 확대 등과 관련해서 논의할 계획'은 거의 지켜지지 않았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화물연대가 총파업 재개를 선언하고 나서야 국토부와 여당은 "차종, 품목 확대는 불허하고 일몰 시한 3년 연장"을 발표했습니다.

겉으로는 '대화하겠다'…속내는?



정부가 오히려 갈등을 부추긴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는 또 있습니다. 안전운임제는 우리나라에서 낯선 제도입니다. 지난 2018년 운임이 낮아 수입 보전을 위해 화물차의 과로, 과적, 야간 운행 등이 계속되자 최저임금처럼 적정 운송료를 법으로 정하자며 2018년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을 통해 도입됐습니다. 이 과정에서 운송사업자 반발이 커서 2020년부터 3년간 한시적으로 시행하기로 했고, 국회와 정부는 일몰 1년 전인 21년까지 제도 연장 여부에 대한 입장 내기로 했지만 지켜지지 않아 올해 6월 화물연대는 첫 파업에 돌입했던 겁니다.

안전운임제는 실제 시행된 기간이 짧아서 그 효과와 한계도 뚜렷합니다. 국토부가 교통연구원에 연구용역 준 '화물차 안전운임제 성과 분석 및 활성화 방안 연구' 보고서에는 이런 내용이 자세히 담겨 있습니다. 22년 5월 기준 전체 화물자동차 44만 6천여 대 중 5.73%에 해당하는 약 2만 6천 대에 적용됐는데 사망사고는 1명 내외로 미미하게 증가, 부상자는 안전운임제 시행 이후 6.3% 감소했다고 돼 있습니다. 12시간 일평균 운행 시간이 크게 줄어든 것이 특징이었는데, 컨테이너(29.1% → 1.4%), 시멘트(50.0% → 27.4%)였습니다. 즉, 전체 차종의 6%도 되지 않는 차에 적용돼 교통사고 감축에 대한 안전운임제의 효과를 현재로서 단정 짓긴 어렵지만, 과로 운행은 확연히 줄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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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운임제 시행으로 '노동 시간 감소' 효과…그런데도 "안전 개선 효과 불분명?"



그럼에도 국토부는 이 보고서상에 등장하는 노동 시간 감소와 소득 증가 등의 효과는 언급하지 않은 채 "안전 개선 효과가 불분명하다"며 제도 효과가 불분명해 품목 확대는 적절하지 않다는 입장을 결정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국토부 연구용역 보고서 상의 결과마저 국토부 입맛대로 인용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원희룡 장관은 화물연대 집단 운송 거부 현장을 찾아 "국민을 볼모로 삼는 행태는 더 이상 용납할 수 없으며, 이제는 그 악순환의 고리를 끊여야 할 때"라고 말했습니다. 서로에게 책임을 미루는 말 대신, 파국을 막기 위해 담당 주무부처는 어떤 노력을 쏟았는지 제대로 해명해야 합니다. '품목 확대'는 무조건 수용 불가라는 앵무새 같은 말을 반복하기보다, 위험물이나 철강 등 고중량 차량 등 교통사고 발생 시 대형 사고 발생 가능성이 높은 차종에 안전운임제를 확대하자는 주장을, 왜 국토부는 받아들일 수 없는지에 대해서도 정확히 답변할 필요가 있습니다. 내일(28일) 국토부와 화물연대는 파업 이후 처음으로 마주 앉습니다.
제희원 기자(jessy@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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