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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상폐 ‘제2의 위믹스’ 막으려면…회계기준 정립 vs 투자자보호 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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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메이드, 코인 임의로 추가 발행·대량 유통

가상자산 거래소들 “투자자 신뢰 훼손 행위”

“시장 특성상 국내서만 규제 어려워” 지적도


한겨레

국내 주요 가상자산 거래소들이 게임업체 위메이드의 자체 가상자산 ‘위믹스’ 거래 지원을 다음달 8일 일제히 종료하기로 했다. 사진은 지난 26일 경기도 성남시 위메이드 사옥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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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5대 가상자산 거래소 협의체 ‘닥사’(DAXA)가 게임업체 위메이드 자체 가상자산 ‘위믹스’(WEMIX) 거래 지원을 다음달 8일 일제히 중단하기로 한 데 대해 위메이드가 법적 대응을 예고하는 등 반발하고 있는 가운데, 이번 일을 계기로 당국이 가상자산 관련 회계처리 원칙과 공시 기준, 상장·상장폐지 잣대 등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가상자산에 대한 법적 장치를 마련해달라는 요구다.

앞서 위메이드는 지난달 가상자산 거래소에 제출한 유통 계획보다 많은 양의 위믹스를 임의 발행하고 처분해 현금화했다는 의혹을 샀다. 이에 가상자산 거래소들은 유통량 위반과 투자자 신뢰 훼손 등을 이유로 위믹스의 상장을 폐지하기로 했다. 위메이드는 “유동성 공급, 생태계 확장, 차입 예치 등 목적으로 위믹스를 초과 발행한 것이고, 해당 물량은 시장에 유통되는 게 아니어서 거래소들에 따로 알릴 필요가 없다고 봤다”고 해명했으나 거래소들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업계에선 특히 위메이드가 추가 발행한 위믹스 가운데 3580만개를 디파이(DeFi, 탈중앙화 금융) 서비스에서 대출을 받기 위한 담보물로 예치해 두고도 투자자들에게 알리지 않은 데 대한 비판이 거세다. 위메이드가 이용한 대출 서비스가 위믹스 가격이 일정 수준 아래로 내려가면 일정량을 추가로 담보로 걸어야만 청산을 막을 수 있는 위험한 서비스이기 때문이다. 장현국 위메이드 대표는 “사고 가능성이 없다”고 주장했지만, 업계에선 가상자산 시장의 변동성이 워낙 크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같은 주장은 설득력을 얻기 어렵다고 본다.

위믹스 유통량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위메이드가 회사 몫으로 보유하고 있던 위믹스 1억8천만개(당시 가격으로 2271억원어치)를 2020년 11월부터 2021년 12월31일까지 약 1년여에 걸쳐 현금화한 사실이 올 초 드러나 비판을 산 바 있다. 위메이드는 위믹스를 처분해 확보한 자금으로 모바일 게임 ‘애니팡’ 개발사 선데이토즈 등을 인수하고, 스타트업에 투자해 블록체인 생태계를 확장하는데 썼다고 뒤늦게 해명했다. 하지만 가상자산 가격에 큰 영향을 미치는 대규모 유동화 사실을 사전에 투자자들에게 알리지 않은 건 문제라는 비판이 거셌다. 위메이드가 1년여에 걸쳐 위믹스를 매각하며 얻은 현금을 2021년 말에야 단일 분기 매출로 한꺼번에 계상한 걸 두고도, 논란이 일고 나서야 회계처리에 나서 진정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로 인해 당시 위메이드 주가는 하루 만에 30% 가까이 떨어졌다.

가상자산 업계에서는 위메이드 사태를 계기로 통일된 가상자산 회계처리 원칙과 공시 기준, 상장 및 상장폐지 잣대 등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가상자산과 관련한 명확한 규제 잣대가 없는 ‘공백’ 상태가 지속되면 비슷한 사건이 또다시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김갑래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달 초 펴낸 ‘디지털자산 불공정거래 규제의 조속한 입법 필요성’ 보고서에서 “디지털자산(가상자산)을 대규모로 발행·유통한 상장법인(위메이드)이 최근 투자자와의 공시 약속을 어기고 공시 없이 상당 금액의 자산을 유동화한 뒤 해당 사실을 공개적으로 부인하며 경제적 이익을 향유하는 일탈 행위를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비록 명백한 위법행위가 아니더라도, 디지털자산의 가치 하락을 유발해 투자자에게 큰 피해를 줬다. 국회에 계류 중인 디지털자산법이 통과된다면, 시장 참여자들의 윤리의식을 높여 도덕적 해이에 따른 일탈 행위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번 사태의 근본 원인을 섣불리 규제 공백 탓으로 돌리다간 애꿎은 가상자산 업체들과 투자자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한 가상자산 발행업체 관계자는 “장현국 대표가 올해 초 더 이상의 추가 유동화를 하지 않겠다고 약속하고도 같은 상황이 반복된다는 것은 규제가 있고 없고를 떠나 해당 업체의 투자자 보호 의지를 의심해봐야 하는 문제”라고 말했다. 또다른 업체 관계자는 “가상자산 시장이 1년 365일 24시간 국경 없이 돌아가는데 국내에만 기준을 만든다면 오히려 국내 기업과 투자자들이 고립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인선 기자 r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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