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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진 아닌 확찐" 농담도…4년 만에 무대 선 '가왕' 조용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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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서울 올림픽공원 케이스포돔에서 '2022 조용필과 위대한 탄생' 콘서트를 연 조용필. 사진 인사이트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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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만이에요. 제가 가수 생활한 이후로 가장 긴 시간이 아니었을까 생각이 드네요. 4년이 40년 같았습니다.”

26일 서울 올림픽공원 케이스포돔에서 열린 ‘2022 조용필&위대한 탄생 콘서트’ 무대에 선 가수 조용필(72)은 나지막하게 말했다. 방송 출연은 하지 않아도 꾸준히 공연을 통해 팬들과 만나온 그가 지난 2018년 올림픽주경기장 등에서 데뷔 50주년 콘서트를 진행한 이후 4년 만에 공연하게 된 것에 대한 미안함과 반가움이 섞인 표현이었다. 이번에는 전국 투어 없이 서울에서만 4회 공연한다는 소식에 4만석은 30분 만에 매진됐다.

조용필은 트레이드 마크인 검은 선글라스를 낀 채 기하학적 패턴의 흰색 재킷과 꽃무늬 셔츠 차림으로 등장했다. 멀리 객석에서 보면 표범 무늬처럼 보이기도 했다. 그는 한 손으로는 스탠딩 마이크를 잡고 다른 한 손으로는 인이어(귀 안에 넣는 연주자용 이어폰)를 확인하며 한 곡 한 곡 신중하게 불러나갔다. 초반에는 밴드 소리에 목소리가 다소 묻히는 듯했지만, 이내 ‘가왕’으로서 진면목을 보여줬다. 좌중을 휘어잡는 가창력을 선보이며 의상 교체 시간도 없이 2시간 10분 동안 23곡을 열창했다.



드넓은 초원서 펼쳐진 ‘세렝게티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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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필은 이날 의상 교체 시간도 없이 2시간 10분 동안 23곡을 열창했다. 사진 인사이트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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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 발표한 신곡 ‘세렝게티처럼’과 ‘찰나’의 무대도 처음 공개됐다. 내년 정규 20집 발매를 앞두고 선공개한 리드 싱글로, 2013년 19집 ‘헬로’ 이후 9년 만에 발표한 신곡이다. 여느 때와 달리 뮤직비디오도 공개되지 않아 무대에 대한 기대감이 더욱 높아졌다. ‘단발머리’ ‘그대를 사랑해’ 등 히트곡으로 객석을 예열한 다음 일곱 번째 곡으로 ‘세렝게티처럼’을 배치했다. ‘찰나’는 맨 마지막 앙코르곡으로 불렀다.

무대 좌우는 물론 중앙에서 천장까지 대각선으로 이어진 대형 무빙 LED 전광판은 별이 흩뿌려진 밤하늘을 지나 드넓은 아프리카 초원으로 안내하는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오프닝 곡 ‘꿈’의 노랫말처럼 “화려한 도시 빌딩 속을 헤매다”가 ‘세렝게티처럼’ 가사의 “빌딩들 사이로 좁아진 시선을 더 넓은 곳”을 향하도록 도왔다. 공연 기획사 인사이트엔터테인먼트 측은 “케이스포돔 리모델링 이후 가능해진 천장 조형물 설치를 통해 보다 새로운 연출을 꾀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조용필은 노래를 마친 뒤 “좋아요?”라고 물으며 반응을 살폈다. 객석에서는 우렁찬 대답과 환호성이 쏟아졌다. 조용필은 “항상 녹음할 때는 열심히 한다. 그리고 나서는 사람들이 좋아할까, 그저 그렇다고 느낄까 궁금하다. 마지막에 발표하고 나면 에라 모르겠다고 생각한다”며 중압감을 털어놨다. 일흔이 넘은 나이에도 여전히 창작 활동을 이어가는 그는 “그래도 신곡을 낼 수 있다는 게 행운”이라고 말했다. 지방에서 올라온 팬들을 향해 “이 장비를 다 끌고 가야 해서 이번에는 여기서만 하게 됐다. 미안하다”고 덧붙였다.



“확진 아닌 확찐…살쪄서 주름 없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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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무빙 LED 전광판과 화려한 조명으로 빼어난 무대 연출을 선보였다. 사진 인사이트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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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기간 동안 두문불출했다는 그는 “한 번도 안 걸렸다”고 했다. “‘확찐’받았다. 몸무게가 3㎏ 늘어나 주름살이 좀 없어진 것 같다”며 농담을 건넸다. 2018년 인터뷰 당시 건강 비결에 대해 “일주일에 2번은 PT를 받는다”며 “밤늦게까지 음악을 듣다 보면 배가 너무 고파서 아플 지경인데도 참는다”고 밝히기도 했다. “나이가 들면 중저음의 힘이 떨어진다”며 매일 연습을 게을리하지 않는 완벽주의자의 면모를 드러냈다.

꾸준한 관리는 이날 공연에서도 빛을 발했다. ‘그대여’ ‘미지의 세계’ ‘모나리자’ ‘여행을 떠나요’, 4곡은 직접 기타 협주를 선보이는 등 젊은 밴드 못지않은 체력을 과시했다. 1980년대 ‘비련’ ‘허공’부터 2010년대 ‘헬로’ ‘바운스’ 등 대표곡은 이번 공연 세트리스트에 포함되지 않았다. 대신 공연장 전체를 붉게 물들인 카리스마 넘치는 ‘태양의 눈’, 국악풍 리듬과 어우러지는 단청 모양으로 수놓은 ‘자존심’ 등 특색있는 무대로 채워나갔다. 히트곡 메들리를 선보인 50주년 공연과 차별화를 꾀하는 동시에 어떻게 구성해도 꽉 찬 공연을 선보일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여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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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50주년 콘서트 이후 4년 만에 열리는 공연에 전국 각지에서 팬들이 모여 들었다. 민경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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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석에는 다양한 연령대의 남녀노소 팬 1만여명이 자리했다. 조용필은 ‘여와 남’ 가사에 빗대 “공연장의 3분의 1은 남자, 3분의 2는 여자”라며 성별에 맞춰 떼창을 제안하기도 했다. 하지만 팬클럽에서 마련한 슬로건 앞면에는 ‘땡큐! 조용필’, 뒷면에는 ‘오빠!!’ ‘형님!!’ 이라고 쓰여있을 만큼 남성 팬도 많았다. 남성 팬들이 연신 “형님”을 연호하자 조용필은 “형 여기 있어. 아직 형이다. 형님 아냐”라며 웃었다. 공연 후반부로 갈수록 분위기가 고조되면서 떼창을 넘어 떼춤이 이어졌다.

신곡에는 호평이 쏟아졌다. 부모님과 함께 공연장을 찾은 대학원생 김현균(25)씨는 “어렸을 때부터 부모님을 따라서 노래를 듣다 보니 익숙한 곡이 많았다”며 “신곡 역시 요즘 세대가 들어도 거부감 없는 비트”라고 말했다. 김미숙(58)씨는 “4년 전 공연과 비교해 여전히 변함이 없는 게 아니라 더 ‘영(young)’해지고, 더 밝아진 것 같다. 목소리도 청아하고 가사도 심오하다. 내년 발표될 새 앨범도 너무 기대된다. 역시 ‘영원한 오빠’”라고 말했다.

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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