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5 (목)

[성호건의전지적토지관점] 도시재생의 성공은 문화와 예술이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스포츠서울

성호건 한국부동산개발연구소 대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스포츠서울] 지난 칼럼에선 소멸도시를 막기 위한 방안으로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워케이션’에 대해 알아봤다. 그러나 모든 지역마다 워케이션 도입에 나서면서 도시 브랜딩을 성공적으로 할 수 있을 지 우려되는 부분도 있다. 그렇다면 각 지역에서 차별성을 둘 수 있는 포인트는 무엇일까? 이는 그 지역의 역사와 문화, 예술 감성을 살리는 것이다. 이를 세계 도시재생 성공사례를 통해 살펴보도록 하겠다.

◇르 성카트르 파리
파리 19구에 위치한 르 성카트르 파리는 2008년 10월에 설립된 파리의 공공문화센터이다. 지금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오디션 현장이 되기도 한 이 르 성카트르 파리가 더욱 의미가 깊은 이유는 몇 가지 있다. 먼저 이 파리 19구 지역은 파리시에서 대규모 도시재생계획을 수립해 추진 중인 지역 중 하나로서 북동쪽의 가장 외곽에 위치해 있다. 원래 ‘핫’ 했던 지역은 아니라는 얘기다. 또 이 건물은 1874년에 약 1만여평의 부지에 완공된 ‘장례식장’이었다. 당시에는 규모와 시설면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장례식장이었지만 120년 동안 운영돼오다 1998년에 완전히 문을 닫았다. 그리고 10년간 방치된 후 2008년에 새로운 공간 조성에 성공하게 됐다.

성카트르는 1만5848㎡의 면적에 걸쳐 있으며 건물 바닥 면적만 3만6800㎡이다. 우리나라로 치면 시골의 작은 ‘리’를 만들 수도 있는 크기다. 해당 건물이 크기도 크고, 워낙 특수한 시설이었으므로 리모델링 혹은 재활용하는 것이 쉽지가 않았다. 2003년 시 행정부는 입찰 과정을 거쳐 파리에 기반을 둔 건축가 아틀리에 노벰브라와 부지 재개발 계약을 체결했다.

현재는 200명의 예술가가 상주하고 있으며 한 번에 5000명의 방문객을 수용할 수 있다. 이 거대한 직사각형 공간에선 공연, 영화, 서커스, 전시, 축제, 콘서트 등 세계적인 행사는 물론 지역의 소규모 모임까지 다양한 문화예술 행사가 열리고 있다. 이 행사들은 지역 주민들, 특히 젊은이들과 청소년들이 일상을 즐기는 곳으로 자리매김했다.

◇독일 콜투어 브라우어라이
독일 베를린 플레츠라우어베르그에 위치한 ‘콜투어 브라우어라이’는 옛 맥주 양조장건물이다. 이 곳은 과거에 전 세계적으로 가장 큰 맥주공장이었다. 그러나 2차 세계대전 당시 소련군이 맥주공장의 소유권을 가져갔다가 이후 동독 소유로 바뀌었으나 경영난으로 1962년 문을 닫게 됐다. 맥주공장은 폐공장이 되면 그 규모로 인해 골칫덩어리가 되곤 하는데 일본의 삿포로 등 도시재생으로 성공한 사례도 적지 않다.

콜투어 브라우어라이 양조장은 이후 창고로 일부 사용됐지만 사실상 빈 공간으로 방치됐다. 인근 지역의 미관훼손이 심해 이 공장부지에 대한 재활용이 고민되기 시작했다. 처음 1970년에는 공연장, 카페, 바 등 위락시설로 사용됐지만 ‘방치됐다’는 표현이 맞았다. 1977년에는 일대가 문화유산 보호구역으로 선정됐다.

이후 1998년 정부와 민간 기업들의 투자를 끌어내 외벽과 기둥을 제외한 내부 리모델링 공사를 시작했다. 약 2년간 긴 공사 끝네 맥주 양조장은 2001년 ‘문화 양조장’으로 새 단장을 마쳤다. 2000년 이후 공간들을 문화요소로 채울 수 없어 일정 부분은 상업용도로 임대하게 됐다. 문화적인 공간과 기업체 사무실 등 상업적인 공간으로 활용한 것이다. 문화 예술공간 만으로는 자립경영이 힘들다고 판단해 서비스 업과 문화예술, 체육시설을 한데 엮어 복합 멀티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한 것이다.

콜투어 브라우어라이는 현재 4개의 광장과 8개의 상영장으로 구성된 극장, 다목적 공연장, 전시공간, 장애인 전용극장으로 조성됐다. 연간 방문자는 200만명 이상이다. 다만 건물 외벽이 문화유산으로 지정돼 내부만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이 곳은 의도적인 공간조성보다 ‘공간 스스로 제안하는 공간화’를 지향하고 있다.

결국 도시재생의 핵심은 콘텐츠와 문화이다. 우리나라도 최근 도시재생 등의 의미에 있어 문화 살리기에 노력하고 있다. 같은 맥락에서 워케이션을 비롯한 소멸도시의 위기를 막기 위한 지원사업으로 문체부에서 진행하고 있는 ‘법정문화도시’ 지정도 눈에 띈다. 문화를 살린다고 해 과거처럼 옛스러움 만을 고집하진 않는다. 오랜 문화는 살리면서 젊은 사람들의 ‘힙’한 감성을 더해 새롭게 만들어 나가고 있다. 말 그대로 세계적으로 성공한 도시재생의 지역들은 ‘온고지신’을 잘한 것이 아닌가 싶다.
성호건 한국부동산개발연구소 대표

[기사제보 news@sportsseoul.com]
Copyright ⓒ 스포츠서울&sportsseoul.com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