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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도 지적한 한국 정부의 '협박'... 변한 게 없다 [역사로 보는 오늘의 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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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로 보는 오늘의 이슈] 화물연대 총파업에 '업무개시명령' 운운... 기업의 편에만 서는 정부?

오마이뉴스

"정부는 합의 지켜라" ▲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조 화물연대본부가 24일 0시부터 전국 16곳에서 동시 총파업에 들어갔다. 이날 오전 부산신항에서 출정식을 열고 있는 1천여명의 화물연대 부산본부 조합원들. ⓒ 김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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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업에 엄포부터 놓은 정부

생계 유지에 필요한 안전운임제 확대를 요구하는 화물연대 총파업이 시작되자, 윤석열 정부가 위협적인 발언을 내놓았다. 강제적인 업무개시명령 발동을 운운하면서, 3년 이하 징역이나 3천 만원 이하 벌금 규정을 상기시켰다.

원희룡 국토교통부장관은 24일 수도권 물류 거점인 경기도 의왕 내륙컨테이너기지에서 "운송 거부와 방해가 계속된다면 국민이 부여한 의무이자 권한인 운송개시명령을 국무회의에 상정할 것임을 분명히 고지해두고자 한다"라며 아직 한 번도 발동된 적 없는 업무개시명령을 거론했다.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 제14조 제1항은 "운송사업자나 운수종사자가 정당한 사유 없이 집단으로 화물운송을 거부하여 화물운송에 커다란 지장을 주어 국가경제에 매우 심각한 위기를 초래하거나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으면 그 운송사업자 또는 운수종사자에게 업무개시를 명할 수 있다"라고 했고, 제4항은 "정당한 사유 없이 제1항에 따른 명령을 거부할 수 없다"라고 규정했다.

그런 뒤 제66조의2에서 "제14조 제4항을 위반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 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라고 규정했다. 국무회의에 상정해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할 수 있다는 원희룡 장관의 발언은 화물연대 노조원들에게 이런 형벌규정의 적용을 경고하는 것이다.

자신에게 불리한 운송계약은 자유롭게 거부할 수 있는 것이 윤석열 정부가 강조하는 자유주의 경제의 근간이다. 국가가 대기업 화물주들의 편에 서서 운송을 강제하는 것은 윤 정부가 외치는 경제노선에 위배된다.

제14조 제1항 내용의 타당성 여하를 떠나, 파업 첫날부터 업무개시명령을 운운하는 원희룡 장관의 태도는 편파적이다. 계약자유 원칙을 침해할 소지가 농후한 이런 규정을 시행할 때는 신중한 숙고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도, 파업 개시 직후부터 성급한 발언을 내놓았다.

이 규정은 '운송 거부가 정당한 사유가 없고, 화물운송에 커다란 지장을 주고 있고, 매우 심각한 국가경제 위기를 초래했거나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될 경우'를 구성요건으로 하고 있다. 이런 요건에 대한 판단을 내리려면 총파업 진행 과정을 어느 정도 지켜보는 게 타당하다. 그런 과정도 거치지 않은 채, 업무개시명령을 운운하는 것은 성급하다.

대부분이 개인 사업자이지만 실질적으로 노동자나 다름없는 화물연대 조합원들이 총파업에 나선 것은 이들 상당수가 경제적 곤경에 처해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국가경제 위기를 초래"한 장본인들이 아니라 그 위기의 피해자들이다. 국가경제 위기를 말하며 이들에게 불리한 운송을 강요하는 업무개시명령을 운운하는 것은 상당히 무책임하다.

1978년, 미국이 품었던 의문
오마이뉴스

▲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24일 오전 서울정부청사에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한동훈 법무부장관 장관,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 윤희근 경찰청장 등과 함께 ‘화물연대 운송거부 철회 촉구 정부 담화문’을 발표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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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모습이 24일 하루 동안에 국토교통부장관뿐 아니라 윤석열 대통령에게서도 나왔다. 윤 대통령은 페이스북 글에서 "무책임한 운송 거부를 지속한다면 정부는 업무개시명령을 포함하여 여러 대책들을 검토할 수밖에 없습니다"라고 경고했다.

국가가 파업에 중립을 지켜도 대기업은 유리하다. 노조가 법률을 위반하면 법률이 대기업을 돕는다. 파업만 일어나면 대다수 언론들이 대기업을 편들기 때문에, 굳이 국가가 개입하지 않아도 대기업은 우월적 위치를 점하게 된다.

그런데도 파업 때마다 대기업들이 엄살을 부리고 국가권력이 그 엄살을 들어주는 것은 국가의 공정성에 관한 의문을 일으킨다. 노동자나 노조만을 위한 국가도 문제가 있지만, 자본가만을 위한 국가도 당연히 문제가 있다. 대통령과 장관이 파업 첫날부터 업무개시명령과 그 위반 시의 형벌규정을 상기시키는 것은 그런 의문을 갖게 만든다.

1970년대 후반의 미국도 박정희 정권을 바라보면서 그런 의문을 품었다. 자본주의 경제의 본산인 미국이 볼 때도 한국은 한쪽으로 심히 기운 운동장이었다. 미 하원이 1978년 발간한 <프레이저 보고서(한미관계보고서)>에 나오는 "파업은 정부 허가사항"이라는 소제목은 그런 실정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정부가 허가해주지 않으면 파업도 제대로 할 수 없는 한국의 현실을 반영하는 한마디다.

보고서는 "한국 정부는 값싼 노동력의 공급을 유지하기 위해 노동조합을 유순하게 했고 권위주의적 수단에 의지했으며, 고용주의 협력을 얻는 정책을 지속했다"라고 말한다. 그런 뒤 "유일한 합법적인 파업은 한국 정부의 허락을 받는 것뿐"이라고 고발한다.

그러면서 "이러한 조치들과 정부의 노조 통제만으로는 노동자들의 요구를 억압하는 데 충분하지 않자, 그 체제는 협박과 심지어 폭력에 의지했다"라고 보고했다. 법률에 규정된 노조 통제책으로도 모자라 협박과 폭력까지 동원하는 한국 정부의 편파성을 지적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프레이저 보고서>는 어이없는 사례 한 가지를 소개했다. 박 정권이 대기업을 일방적으로 편드는 데 그치지 않고, 대기업을 상대로 '밀리지 말 것'을 요구하는 일까지 있다고 말한다.

"1977년에 현대자동차 사장은 미국 기자에게 한국 정부가 자신에게 임금을 대폭 인상하지 말도록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자동차뿐 아니라 여타 기업들도 이 부분에 대해서는 한국 정부와 협력했다."

고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의 동생이자 마이애미대학 석사인 고 정세영 현대차 사장이 미국 언론에 제보한 내용에 기초한 설명이다. 한국 정부가 대기업들을 상대로 임금 인상 억제를 요구하는 실태를 담은 설명이다. 대기업을 편드는 정도를 벗어나 혼연일체가 되다시피한 한국 국가권력의 불공정성을 반영하는 사례다.

윤석열 정권, 지금은 '21세기'다

박 정권의 편파성은 1971년 제정된 '국가보위에 관한 특별조치법' 곳곳에 노동자 견제와 관련된 조항을 둔 데서도 나타난다. 법률 취지, 벌칙, 시행령에 관한 3개 조문을 제외한 본문 9개 조문의 3곳이 그것과 관련돼 있다.

제4조는 대통령이 비상사태 하에서 국가안전보장을 위해 노동자 임금 등에 제한을 가하는 명령을 발포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제7조는 집회·시위에 관한 특별 조치를 규정했다. 제9조는 노동자의 단체교섭권과 단체행동권을 규제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노동권 제한을 국가안보 차원에서 정당화하는 이런 태도는 대기업에 편향된 박 정권의 인식을 반영한다.

물론 지금의 노동 여건은 그때보다 상당히 나아져 있다. 하지만 국가가 대기업을 편드는 기본 구도만큼은 달라지지 않았다. 대통령과 국토교통부장관의 업무개시명령 운운은 <프레이저 보고서>에 언급된 "협박"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윤석열 정권은 20세기가 아니라 21세기 정권이다. 파업이 윤석열 정부의 허가 사항이 아니라면, 화물연대 총파업에 대해서도 객관적인 태도를 취하길 바란다.

김종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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