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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 재산 약탈하는 '노인사냥꾼'... 급증하는 실버 칼라 크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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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리뷰]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약탈인간 2부: 노인사냥꾼' 편

노인들을 타깃삼아 그들의 재산을 약탈하려는 범죄 <편집자말>

오마이뉴스

▲ SBS 시사고발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 '약탈인간 2부 노인사냥꾼' 편 ⓒ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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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버 칼라 크라임(Silver Collar Crimes)' 인지능력이 떨어지고 가족이 없는 외로운 노인들을 타깃삼아 그들의 재산을 약탈하려는 범죄를 의미한다. 선진국을 중심으로 최근 급증하고 있는 실버 칼라 크라임은, 어느덧 평균 수명 83.5세, 건강수명 73.1세로 점차 고령화 사회에 접어들고 있는 한국으로서도 더이상 머나먼 이야기가 아니다.

지난 25일 오후 방송한 SBS 시사고발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약탈인간 2부: 노인사냥꾼' 편을 다뤘다. 지난 회에서 젊은 청년들을 돈의 노예로 만들어가는 불법대부중개업체의 현 주소를 고발했다면, 이번 회차에서는 수백억 원 유산을 보유한 노인 가족과 요양보호사의 갈등을 통하여 노인들이 언제든 약탈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위험성을 조명했다.

2021년 기준 100세가 된 김윤희 할머니는 북한 개성 출신으로 한국전쟁 당시 아들과 남한으로 건너와 갖은 고생 끝에 서울에 정착했다. 김 할머니는 은행권에서 국내 최초의 여성 최고 책임자로 발탁될만큼 성공가도를 달렸다. 김 할머니는 평소 학교와 종교기관 등에 기부활동도 아끼지않았던 인물로 유명했으며, 남다른 투자 안목으로 수백억원대 부동산 건물을 다수 보유한 자산가였다.

하지만 김 할머니는 어느덧 거동이 불편한 노인이 됐고, 그녀의 아들 최광우 씨도 77세의 고령에 치매까지 앓고 있었다. 최광우 씨가 결혼을 하지 않아 다른 직계가족은 없는 상황. 이런 두 사람을 돌봐온 것은 요양보호사 이경자(가명) 씨였다. 김윤희 할머니 모자와 이경자 씨는 마치 가족처럼 서로를 신뢰하여 오랫동안 끈끈한 관계를 유지해왔고, 주변 지인과 이웃들도 이를 목격해왔다.

그런데 지난해 11월, 김윤희 할머니의 조카들과 요양보호사 이 씨 사이에 갈등이 일어났다. 조카들은 김 할머니 여동생의 자식들이었다. 조카들은 이경자 씨와 다툼을 벌이다가 그녀를 김 할머니의 집에서 쫓아냈다. 이 과정에서 경찰까지 출동하는 소란이 벌어졌다.

제3자의 시선에서 보기에는 조카들과 요양보호사가 할머니의 재산을 노리고 다투는 것처럼 보이기에 충분했다. 특히 오랫동안 곁을 지켜왔다는 이경자 씨에 비하여 누가봐도 갑툭튀한 듯한 인상을 주는 친척들에 대한 의심의 시선이 더 많았다.

하지만 친척들은 이런 의심에 대하여 이렇게 해명했다. 친척들은 본래 김 할머니의 건물이나 재산 규모가 얼마나 되는지도 전혀 알지 못했으며, 최근 몇 년사이에 김 할머니와 최광우 씨의 건강이 크게 나빠졌다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되었다. 또한 친척들은 이 과정에서 김 할머니 모자가 소유한 건물들이 주인의 부재로 제대로 관리되지않는다는 것을 알고 신탁관리 방안을 모색하다가 더욱 충격적인 사실을 접하게 됐다.

요양보호사인 이경자 씨는 놀랍게도 지난해 10월 김윤희 할머니의 딸로 입양된 것이 드러났다. 또한 아들 최광우 씨에 대한 성년후견 대상자로도 자신의 이름을 지정해왔다.

이 씨는 모두 김 할머니 모자의 동의하에 이루어진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실제 김 할머니 모자에게 이를 묻자 전혀 몰랐다는 답변이 나왔다. 김 할머니는 "법적으로 이경자 씨가 딸이 됐다."는 이야기를 듣자 "안돼"라고 크게 놀라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이씨와 조카들은 서로가 할머니의 재산을 노리고 온 것이라고 비난하면서 갈등을 빚었다.

진실은 무엇일까. 가족이라고 해서 권리는 당연하고, 타인이라고 해서 기회는 수상하다고 단정하는 것은 정당한가. 지난해 12월, 김 할머니의 가족들은 이경자 씨를 상대로 입양무효소송을 냈다. 가족들은 입양이 이 씨가 만들어낸 사기극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이 씨는 김할머니 모자를 돌본 시간동안 업무범위 이상으로 헌신해왔고 그래서 김할머니가 먼저 자신의 딸이 되어달라고 부탁했다고 반박했다.

또한 이 씨는 3년간 김 할머니의 가족들을 싸움이 일어나며 동영상이 촬영된 그날을 제외하고는 본 적이 없고, 아예 존재조차 몰랐을만큼 평소 교류가 거의 없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가족들이 제시한 사진과 각종 증거들을 보면 이 씨의 주장은 사실과 거리가 있었다. 특히 직업이 의사인 김할머니의 조카 는 그동안 수차례 모자를 찾아가 치료를 했던 것이 휴대폰 위치기록으로 남아있었다.

오히려 친척들의 존재를 몰랐다는 이 씨는 입양 신고를 하기 전부터 소송을 준비해왔단 것으로 드러났다. 이씨가 촬영한 동영상에는 김 할머니에게 반복해서 자신을 계속 딸이라고 불러달라고 요구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밖에 이 씨는 김 할머니를 헌신적으로 돌봐온 모습들을 마치 누구에게 보여주기라도 하듯 연이어 동영상을 남겼다. 촬영자는 바로 이경자씨의 며느리였다.

가족 측 변호사는 이 씨가 굳이 이런 동영상을 촬영한데 의도가 있다고 지적하며 "할머니가 건강하고 멀쩡할 때 이씨를 입양하겠다고 밝혔다면, 굳이 동영상을 찍을 이유가 있었을까?"라고 의심했다. 영상을 본 심리전문가도 "이 씨가 자신이 원하는 행동을 상대가 해줬을 때 리액션이 크다. 스스로 할머니가 이야기하는게 아니라 자꾸 유도질문을 한다."고 꼬집었다.

이 씨의 입양이 인정되면 법적으로 그녀는 최광우씨의 여동생이 된다. 또한 직계 가족이나 성년후견인이 된다면, 김 할머니 모자가 보유한 모든 재산의 관리권도 생기게 된다. 김할머니의 가족은 거동이 불편한 김할머니를 이경자 씨의 아들이 차를 가져와서 구청에 데려가 강제로 입양신청을 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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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BS 시사고발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 '약탈인간 2부 노인사냥꾼' 편 ⓒ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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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8월, 경찰은 김 할머니의 자택에서 할머니 가족과 이경자 씨가 모두 참석하여 대질신문을 진행했다. 이 씨는 김 할머니에게 "우리는 하늘이 맺어준 모녀"라고 주장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고령에 건강이 좋지않았떤 김 할머니는 경찰 신문 이후 상당한 스트세를 호소하며 건강이 악화되었고, 얼마 지나지않아 향년 101세의 나이로 결국 숨을 거두고 말았다. 가족들은 이번 사태로 할머니가 겪지않아도 될 일을 겪었다며 마음아파했다.

요양보호사인 이경자 씨가 김 할머니의 딸로 인정받는다면 법정 상속분의 절반을 보장받는다. 또한 입양무효소송에서 이 씨가 승소한다면 또다시 유류분을 청구하여 상속관련 소송이 연달아 이어질 수 있다.

그런데 이경자 씨의 또다른 충격적인 과거가 드러났다. 이 씨는 와병중이던 또다른 서씨 노인을 이웃의 정으로 돌본다는 명목을 내세워, 그의 집을 드나들었고 서씨의 계좌에서 돈을 인출해가거나 현찰을 빼돌린 놀라운 사실이 드러났다.

서 씨의 요양보호사였던 김옥렬 씨는 CCTV를 설치하여 이 씨가 돈을 훔치는 모습을 적발해네고 서씨를 대신하여 경찰에 고발했다. 김 씨는 현재는 최광우씨의 요양보호사로 일하고 있다. 김 씨는 "전국 120만 요양보호사의 명예가 그 사람(이경자) 때문에 땅에 떨어지는 것"이라며 분노했다.

이 씨는 <그알> 제작진의 해명 요청을 거부했다. 고발 대리인인 변호사는 이 씨의 악의적인 상습성을 의심했다. 김 할머니의 가족과 지인들은 이 씨가 김 할머니의 집에서 근무하는 동안에서 보석과 각종 귀중품들을 훔쳐갔을 것을 의심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씨가 근무한 기간동안 거동이 불편한 김 할머니 모자의 카드사용내역이 급격히 증가했다고 지적했다. 가족들은 이 씨는 예금 횡령 혐의로 고소했고, 이 씨는 모두 할머니의 부탁으로 이뤄진 인출이라며 반박하고 있다.

놀랍게도 최광우씨의 지인이자 40년 지기라는 봉사장(가명)도 가담한 정황이 드러났다. 봉 씨는 이경자 씨의 조력자였다. 봉씨는 최광우 씨의 건강이 악화된 사실을 친척들에게도 알리지않았고, 김할머니 모자가 소유한 건물에 이경자 씨의 아들을 조카라고 속이고 사무실을 마련해줄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현재 건강악화로 투병중인 봉씨는 최광우씨의 설득에 비로소 진실을 털어놨다. 봉씨는 최광우 씨의 건강이 악화되면서 급여가 끊겼고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이경자 씨에게 지원을 받는 조건으로 협조할 수밖에 없었다고 해명했다. 그는 이경자 씨가 김할머니에게 자신을 수양딸로 삼아줄 것을 계속 요구했다는 내용도 폭로했다. 이 씨는 자신의 며느리까지 동원하여 종교가 없음에도 독실한 기독교신자인 김할머니의 마음에 들기 위하여 교인처럼 속이기도 했다고.

김 할머니는 2016년부터 총 세 차례의 치매 검사를 받았고, 2차에서 3차 검사로 넘어가는 2020-22년 사이에 인지능력이 극도로 하락하며 중증 치매 단계로 접어들었다. 그리고 이 기간 사이에 이경자 씨의 입양 신청이 갑작스럽게 이루어졌다. 정신건강 전문가는 당시 촬영된 화면에서 김할머니의 상태와 치매 검사 자료들을 종합할 때 "김 할머니는 (입양을 판단할) 법적인 결정능력이 없다."라고 소견을 밝혔다.

전문가들은 대한민국이 '약탈 사회'가 될수록 앞으로 노인들을 대상으로 노린 이런 범죄가 더 늘어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합법'의 틀을 가장하여 판단능력이 부족한 노인들의 재산을 약탈해가는 것이 바로 '실버 칼라 범죄'의 무서운 점이다.

이 용어가 정립된 미국 사회에서는 은퇴한 노인들이 요양보호사나 후견인들에게 갈취를 당하는 것이 심각한 사회 문제로 부상하고 있다. 린 로드 더글라스라는 인물은 자신이 후견하던 노인들을 한 요양원에 모아놓은뒤 재산을 갈취했다는 혐의로 고발을 당했다. 외형은 노인들에 대한 돌봄이지만 실상은 약탈인 것이다.

우리 모두 언젠가는 노인이 된다. 선진국이 될수록 한 사회의 자산가를 형성하는 세대는 60대 이상의 노인인 경우가 많다. 전세계 어느 나라보다 빠르게 고령화 사회가 되어가고있는 대한민국으로서는 실버칼라범죄는 더 이상 외면할수 없는 예고된 비극에 가깝다.

실버칼라범죄를 다룬 영화 <퍼펙트케어>에는 "세상에 두 종류의 사람이 있다. 포식자와 사냥감"이라는 대사가 나온다. 인간다운 최소한의 삶을 보장하기 위하여 인간이 지혜를 모아 만들어놓은 사회안전망이 혹시 포식자들에게 합법을 빙자하는 사냥의 도구가 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돈이 절실한 젊은이들, 누군가의 보살핌이 필요한 노약자들 등 많은 사람들이 약탈의 먹잇감이 되지않도록 우리 사회가 함께하는 고민이 필요한 순간이다.

이준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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