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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와의 대결, 항상 역사가 만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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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의 강호 가나와의 경기를 앞두고

오마이뉴스

손흥민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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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루과이와의 1차전 선전과 무승부로 희망을 쏘아올린 벤투호가 이번엔 아프리카의 강호 가나를 만난다. 사실상 이번 대회 대한민국 축구의 16강 도전을 좌우할 최대 분수령으로 꼽히는 승부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대표팀은 11월 28일 오후 10시(한국시간) 카타르 알 라얀에 위치한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가나와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H조 2차전을 앞두고 있다.

한국축구가 역대 월드컵에서 아프리카팀을 만난 것은 총 3번이었고 1승 1무 1패를 기록중이다. 공교롭게도 아프리카팀과의 대결마다 한국축구의 역사에 남을 기념비적인 기록이 탄생하곤 했다. 2006년 독일월드컵에서 토고를 상대로 2-1 승리를 거두면서 '한국축구 사상 원정 첫 승'을 달성했고, 2010년 남아공월드컵에서는 나이지리아와 2-2 무승부를 기록하며 '사상 첫 원정 16강'을 이뤄냈다. 하지만 2014년 브라질월드컵에서는 알제리에게 2-4로 패하며 아프리카팀에게 월드컵에서 당한 첫 패배이자 최다실점을 허용하는 굴욕도 겪었다.

축구 강국들이 즐비한 유럽이나 남미에 비하여 그나마 해볼만한 아프리카는 월드컵에서 한국의 유력한 '1승 제물'로 거론되곤 했다. 하지만 정작 실제로 아프리카 팀들은 만날때마다 결코 호락호락한 상대가 아니었다. 아프리카팀과 역대 세 번의 대결에서 한국이 모두 선제골을 먼저 내주고 끌려가는 경기를 펼친 장면이 대표적이다. 기복은 있지만 특유의 탄력과 기술을 갖춘 아프리카 팀들은 예측할수 없는 경기력으로 한국을 여러 차례 벼랑끝까지 몰아넣곤 했다.

한국축구가 월드컵에서 처음 만난 아프리카팀이었던 2006년의 토고는 이 대회가 처음이자 지금까지 마지막 월드컵 출전이었다. 프랑스-스위스와 함께 G조에 배정된 한국은 1차전에서 만나게 된 토고를 무조건 잡는다는 목표를 세웠다. 당시 토고에는 에마뉴엘 아데바요르라는 걸출한 스트라이커가 있었지만 그 외에는 알려진 이름이 거의 없었고, 월드컵을 앞두고 팀 내분설과 감독 사임설 등 어수선한 소문에 잇달아 휩쓸리며 쉽게 잡을수 있는 상대로 여겨졌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자 토고의 전력은 만만치않았다. 당시 딕 아드보카트 감독은 깜짝 스리백 전술을 가동했으나 조직력에서 불안한 모습을 보이며 토고의 역습 상황에서 쿠바자에게 선제골을 내줬다. 이후로도 골키퍼 이운재의 선방과 골대 행운이 아니었다면 추가골을 허용할 뻔한 장면이 몇차례나 더 나왔다.

전반전을 0-1로 뒤진 한국은 후반 '조커' 안정환을 투입하며 기존 4-2-3-1 포메이션을 다시 가동하여 공세적으로 나서기 시작했다. 후반 7분에는 토고의 수비수 장 폴 아발로가 박지성의 돌파를 태클로 저지하다가 경고누적으로 퇴장당하며 한국은 수적 우위를 안게 됐다. 바로 이어진 프리킥 찬스에서 이천수의 동점골이 터졌다. 당시 전담키커는 이을용이었지만 감이 유독 좋았던 이천수가 본인이 차고싶다고 자원했고 선배인 이을용이 흔쾌히 양보해주면서 골로 이어졌다는 훈훈한 뒷이야기가 있다.

기세를 탄 한국은 후반 27분에는 교체투입된 안정환이 박지성과의 합작 페이크로 수비를 교란한뒤 멋진 중거리슛으로 골망을 가르며 역전골까지 뽑아냈다. 한국은 이후 추가골을 노리기보다는 한골차를 지키기 위하여 수비에 집중하며 2-1 승리를 따냈다.

한국은 이어 프랑스와의 2차전에서 1-1로 비기며 상승세를 이어갔으나 스위스와의 최종전에서 0-2로 패하며 원정 첫 승과 승점 4점을 따내고도 16강진출에는 아쉽게 실패했다.

2010년에는 허정무호가 나이지리아와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벼랑끝 승부를 펼쳤다. 당시 나이지리아는 90년대-200년대 초반 '슈퍼이글스'로 불리우던 전성기에서는 다소 내려온 상태였지만 그래도 무시할수 없는 강호였다.

한국은 그리스와의 1차전을 2-0으로 승리하고, 아르헨티나와의 2차전을 1-4로 대패하면서 1승 1패를 기록중이었고, 나이지리아는 2연패중이었다. 한국은 최종전에서 비기기만 해도 유리한 입장이었지만, 만일 아르헨티나가 그리스를 잡고, 나이지리아가 한국을 이기면 아르헨티나(3승)를 제외한 세 팀이 모두 1승 2패로 맞물리는 상황이 되어 나이지리아로서도 아직 극적인 16강의 희망이 남아있는 상태라 안심할수 없었다.

이 경기는 이른바 '니가 가라 16강'이라는 이야기가 나올 만큼, 양팀 모두 치명적인 실수를 너무 많이 주고받았던 경기였다. 특히 한국은 수비 조직력만 놓고보면 지난 경기에서 4실점을 했던 아르헨티나전보다 더 좋지않은 최악의 경기를 펼쳤다. 초반부터 적극적인 공세로 나선 나이지리아에 밀린 한국은 전반 12분만에 오른쪽 풀백 차두리가 뒤쪽에서 침투하던 칼루 우체를 보지못하고 놓치면서 이른 시간에 선제골을 허용했다.

다행히 반격에 나선 한국은 전반 38분 얻어낸 세트피스 찬스에서 기성용의 프리킥에 이어 이정수가 그리스전 선제골과 거의 흡사한 패턴과 위치에서 이른바 '해발슛(헤딩인 척 하고 발리슛)을 작렬하며 동점골을 뽑아냈다. 기세를 탄 한국은 후반 4분에 박지성이 상대 파울로 얻어낸 세트피스 찬스에서 박주영이 그림같은 프리킥으로 나이지리아 골키퍼 엔예아마를 무너뜨리는 역전골을 뽑아냈다.

허정무 감독은 리드를 잡자 안정적인 수비 강화를 위하여 수비형 미드필더 김남일을 투입했다. 하지만 투입 5분만에 페널티 에이리어에서 공을 확보한 김남일이 빨리 걷어내지않고 시간을 끌다가 뒤에서 달려드는 상대 선수를 보지못하고 공을 빼앗기는 치명적인 실수를 저질렀다. 다급해진 김남일은 뒤늦게 공을 걷어내려고 백태클을 시도했으나 상대 선수의 종아리를 걷어차며 페널티킥까지 내주고 말았다. 야쿠부가 키커로 나서서 침착하게 골을 성공시키며 2-2 동점이 됐다.

한국은 이후 막판까지 역전골을 노리는 나이지리아의 파상공세에 진땀을 흘렸다. 한국은 수비라인이 계속해지며 무너지며 나이지리아에 여러번 치명적인 슈팅찬스를 내줬다. 다행히 나이지리아 공격진이 잇달아 조급한 플레이로 찬스를 스스로 날렸다. 오프사이드 판정을 받기는 했지만 야쿠부가 문전에서 완벽한 노마크 상황에서 날린 슈팅조차 골문을 벗어나는 황당한 장면이 나오기도 했다. 막판 교체카드를 잇달아 투입하며 시간끌기와 우주방어에 나선 한국은 나이지리아의 추가골을 간신히 막아내며 극적인 원정 16강행을 이뤄내는데 성공했다.

2014년 브라질월드컵 알제리전은 한국축구 월드컵사에서 가장 잊고싶은 흑역사 중 하나로 꼽힌다. 홍명보 감독이 이끌던 한국은 러시아와의 1차전에서 1-1 무승부로 선전하며 알제리를 잡으면 16강에 오를수 있다는 기대감이 높아진 상황이었다. 알제리는 일찌감치 조 최약체로 예상되며 한국의 유력한 1승 타깃으로 꼽혔다.

하지만 이는 엄청난 착각이었다. 알제리는 우승후보 벨기에와의 1차전에서 1-2로 역전패했지만 팽팽한 승부를 펼치며 저력을 과시했다. 바히드 할릴호지치 알제리 감독은 철저한 전력분석으로 한국의 장단점을 파악하고 있었고, 초반부터 파상공세에 나선 알제리에게 홍명보호는 전반에만 무려 세 골을 내주며 침몰했다. 이밖에도 알제리에게 최소 2번의 PK 찬스가 더 있었다는 것을 감안할때, 만일 최근 대회처럼 VAR이라도 있었다면 전반에만 5대 0 이상으로 벌어지는 대참사가 일어날수도 있었다.

한국은 후반에야 손흥민과 구자철의 만회골로 추격했지만 알제리의 역습에 다시 한 골을 더 내주며 2-4로 완패했다. 최종점수차는 두 골이었지만 실질적인 내용은 그보다 더 심각한 참패였다. 유럽 상위리그에서 활약중인 선수들을 다소 보유하고 있던 알제리는 애초부터 한국보다 전력과 조직력이 모두 훨씬 더 좋은 팀이었고, 실제로 16강에 올라서는 그해 우승팀인 독일을 연장까지 몰아붙이는 명승부를 펼쳐기도 했다.

반면 한국은 이러한 알제리의 스타일이나 특성에 맞는 적절한 대비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월드컵이라는 무대에서 상대에 대한 방심과 자만이 어떤 결과를 초래할수 있는지 보여준 반면교사였다. 기세가 꺾인 한국은 벨기에와와의 최종전에서도 0-1로 무너지며 1무 2패로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다.

월드컵에서 네 번째로 만나게 된 아프리카팀인 가나와의 대결은, 여러모로 2014년 알제리전의 상황과 매우 흡사하다. 첫 경기에서 한국은 무승부, 알제리와 가나는 각각 패배를 기록한 가운데 2차전에서 만나게 됐다. 가나는 승점이 절실하고, 한국도 마지막 3차전에서 조 최강으로 꼽히는 유럽팀(벨기에, 포르투갈)을 상대해야하는만큼 여기서 어떻게든 승점 3점을 확보해야만 16강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도 똑같다.

가나는 피파랭킹(61위)는 이번 대회 본선 32개 참가국중 가장 낮지만, 랭킹과 실제 전력은 별개라는 평가를 받는 팀이다. 아프리카 전통의 강호라는 이미지와 달리 월드컵은 2006 독일대회에서야 처음으로 본선무대를 밟아봤고 이번이 역대 4번째다. 하지만 2006년 16강, 2010년 8강진출을 이뤄냈고, 2014년에는 조별리그에 탈락했지만 우승팀 독일과 조별리그에서 2-2 무승부를 기록하는 등 일단 본선에만 오르면 만만치않은 저력을 뽐냈다. 실제로 가나는 포르투갈을 월드컵 통산 전적은 4승 3무 5패이며 역대 월드컵 통산 랭킹 37위다.

가나는 1차전에서 비록 2-3으로 패배했지만 종반까지 유럽의 강호로 꼽히는 포르투갈을 강하게 몰아붙이며 진땀을 빼게 했다. 아프리카팀들의 장점이자 단점은 기복이다. 특히 한국이 2010년에 상대했던 나이지리아나 가나 같은 서아프리카 국가들은 북아프리카(알제리, 모로코, 이집트)와는 스타일이 또다르며, 한번 흐름을 타면 강팀들도 버거워할만큼 폭발적인 상승세를 탔지만, 경기가 뜻대로 풀리지 않을 경우 조급함에 어이없이 자멸하는 모습도 자주 보이는게 특징이다.

특히 승리가 필요한 가나가 한국전에서는 더 공격적인 운영으로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게 변수다. 가나의 전방압박을 맞이하여 벤투호가 특유의 후방 빌드업을 얼마나 안정적으로 전개할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엄청난 피지컬과 운동능력을 앞세운 아프리카 선수들을 상대로는 평소보다 한 박자 빠르면서도 침착한 볼처리가 요구된다. 우루과이전에서 재미를 본 롱패스와 빠른 방향 전환을 적극 활용할 필요도 있다.

한국 입장에서 유쾌하지않은 기록은, 역대 월드컵 조별리그 2차전에서 지금까지 한번도 이겨보지 못했다는 것이다. 한국은 지금껏 10차례 본선 무대에서 2번째 경기는 4무 6패에 그치고 있다. 특히 1998년 프랑스월드컵 네덜란드전(0-5), 2010 남아공월드컵 아르헨티나전(1-4), 2014 브라질월드컵 알제리전(2-4)까지 유독 대량실점을 허용한 경기는 2차전이 많았다.

하지만 이번 낡은 징크스가 잇달아 깨지고있는 것이 이번 월드컵의 두드러진 특정이기도 하다. 8년 전의 아픈 교훈을 거울삼아 벤투호가 2차전 징크스를 걷어내고 일본-사우디-호주에 이어 아시아 축구의 돌풍을 이어갈 수 있을지 기대된다.

이준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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