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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잘 나갈 땐 프랑스 GDP보다 많았다”...시가총액 압도적 1위 애플 질주 언제까지[강인선의 자본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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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섹터별 대장주 탐구① - 대장섹터 IT 대장주 ‘애플’
가파른 금리 인상에도 호실적
빅테크 중 주가 방어력 돋보여
주가수익비율 여전히 높은 구간
경기 침체·성장률 둔화는 ‘고민’


이번주부터 ‘강인선의 자본추’ 코너에서는 11개 미국 증시 섹터별 대장주를 시가총액 순서대로 살펴봅니다. 각 섹터별 특징과, 시가총액 최상위주가 어떻게 돈을 버는지를 살펴보면 증시를 보는 시야가 한층 더 넓어질 수 있습니다. 섹터는 글로벌 지수산출기관인 MSCI와 S&P가 개발한 글로벌 산업분류기준 방식에 따라 11개로 구분합니다. 에너지, 소재, 산업재, 임의소비재, 필수소비재, 헬스케어, 금융, 정보기술(IT), 커뮤니케이션 서비스, 유틸리티, 리츠 등이 11개 섹터입니다.

IT섹터의 시가총액은 23일 기준 12조3700억달러입니다. 올해 들어서 이 섹터의 가치는 23.22% 하락했는데 11개 섹터 중 하락률이 4번째로 컸습니다. 성장주 위주로 구성돼있다보니 금리 인상과 함께 미래 이익이 할인돼 기업가치를 떨어트리는 정도가 컸던 것으로 보입니다.

각 섹터들은 경기 사이클에 따라 역사적으로 주가 흐름이 일정한 방향으로 움직이는 경향이 있습니다. 피델리티 자산운용에 따르면 IT 섹터는 경기침체가 1~2개 분기 앞으로 닥친 지금 시점에서는 주가가 하락하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지난 2~3년 증시 유동성이 공급되는 기간 동안 기술주들이 얼마나 폭발력을 보이는지 확인했습니다. 지금처럼 증시 환경이 좋지 않을 때 IT섹터를 포트폴리오에 담아 놓으면 향후 달콤한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겠습니다.

매일경제

경기 흐름에 따른 미국 증시 섹터별 주가 흐름. <자료=피델리티자산운용> 경기 침체가 가까워지는 시기의 기술주 주가 흐름은 좋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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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초로 시가총액 1조원을 넘은 기업


기술 섹터에서 가장 시가총액이 큰 기업은 애플입니다. 1974년 스티브 잡스와 스티브 워즈니악이 설립한 애플은 2018년 세계 증시 역사상 최초로 시가총액 1조 달러를 뛰어넘은 기업입니다. 23일(현지시간) 현재 애플의 시가총액은 2조4000억달러입니다. 올해 들어 17% 하락한 수치인데 최소 20~50% 주가가 하락한 구글·아마존·메타 등 다른 빅테크에 비하면 주가 방어력이 돋보입니다.

아이폰, 맥북, 애플와치 등 IT 기기는 물론 이를 한 데 묶는 소프트웨어들까지. 애플은 하드웨어 기업으로 출발해 소프트웨어로 소비자들을 ‘락인(고객이 상품·서비스를 이용하고 나면 다른 상품이나 서비스로 ‘이용의 이전’을 하지 않는 현상)’ 시키는 전략의 창시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애플의 사업부는 아이폰, 맥, 아이패드, 애플워치 등 하드웨어 기기를 판매하는 ‘제품’ 사업부와, 애플케어, 클라우드, 앱스토어, 애플페이 등 서비스를 판매하는 ‘서비스’ 사업부로 나눠져 있습니다. 제품 사업부에서 78%, 서비스 부문에서는 22%의 매출이 발생합니다. 제품 매출에서는 아이폰의 매출 비중이 65%로 압도적입니다. 각 사업부별 매출액에서 원가가 차지하는 비중은 제품 부문인 63%, 서비스 부문이 28%입니다. 서비스 사업 부문 매출액이 늘어날수록 이익률이 빠르게 개선되는 구조입니다. 물론 애플의 기기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늘어야 서비스 매출도 늘어나겠지만요.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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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 성장 견조하지만 아직 밸류에이션은 비싸


애플의 5개년 실적을 보면 매출액은 등락을 반복하고 있지만 영업이익과 주당순이익이 높아지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잉여현금흐름 역시 큰 폭으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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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인 밸류에이션(기업가치) 지표인 주당순이익(PER)를 통해 현재 애플 주가는 비싼지, 싼지를 간략하게 알아보겠습니다. 야후파이낸스에 따르면 25일 현재 애플의 PER는 24.73입니다. 지금 애플이 벌어들이는 이익을 고려하면 24.73년이 지나야 현재 가격만큼의 값어치를 한다는 뜻입니다. 최근 12년간 애플의 평균적인 PER는 16.87입니다. 아직은 저렴하다고 볼 수 없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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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간 애플의 주가수익비율 추이 애플의 12년간 평균 주가수익비율은 16.87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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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주환원 정책은 어떨까요? 애플은 배당보다는 주주환원으로 주가를 부양하는 기업입니다. 지난번 자본추 시리즈에서 애플의 어마어마한 자사주 매입 규모를 살펴봤으니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

지난 4분기(7월~9월) 애플은 매출액 901억 달러, 영업이익 249억 달러의 실적을 발표했습니다. 모두 시장의 기대치였던 컨센서스를 앞선 것은 물론 각각 전년 동기 대비 8.1%, 영업이익은 4.7% 성장한 수치입니다. 마진율이 높은 제품인 맥북 프로가 예상보다 좋은 반응을 보였고 지난 3분기(4~6월) 중국 상해 락다운으로 인한 물동 지연분이 반영됐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강달러, IT기기 수요의 감소라는 악재 속에서도 좋은 실적을 보여 ‘역시 애플’이라는 반응을 이끌어냈습니다. 글로벌 IT 기기 출하량이 감소할 때 눈에 띄는 매출액 성장을 이뤄낼 만큼 ‘브랜드 로열티’가 높은 기업이라는 점도 증명해냈습니다. 향후 경기가 다시 상승기에 진입하면 주가도 본격적으로 빠르게 오를 가능성이 충분히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성장주와 가치주 사이에 선 애플... “폭스콘 사태 영향은 단기적”


최근 애플 주가에 변동성을 더한 것은 애플 제품 생산의 70% 이상을 담당하는 대만 협력업체 폭스콘입니다. 폭스콘은 중국 허난성 정저우에 공장을 두고 있는데, 엄격한 코로나19 정책으로 이달초부터 생산 차질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 25일 하루에만 주가가 2% 가까이 떨어졌습니다.

월가에서는 이번 사태가 애플의 4분기 실적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특히 신제품인 ‘아이폰14 프로’와 ‘아이폰14 프로 맥스’ 모델을 출시한 직후이면서 쇼핑시즌이기도 한 연말에 매출 타격을 입은 점이 뼈아픕니다.

댄 아이브스 웨드부시 연구원은 “중국에서의 이슈로 애플의 당분기 매출액은 5% 정도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며 “정저우의 방역 정책이 앞으로 1~2주 동안에도 계속되고 노동자들의 동요가 지속되면 매우 중요한 크리스마스 시즌 전체 내내 아이폰 프로 공급 부족이 이어질지도 모른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월가에서는 이번 사태를 애플 매출의 ‘감소’로 보기 보다는 ‘이연’으로 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장기적으로는 애플 실적에 영향을 미칠 요인이 아니라는 겁니다. 아미트 다리야나니 에버코어 연구원은 “새 아이폰 모델에 대한 강한 수요와, 제품 생태계의 락인 효과를 감안하면 우리는 이를 수요의 감소 보다는 이연으로 판단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장기적으로 애플 프로 모델의 판매가 늘면 이익률 개선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낙관론을 펼치기도 했습니다. 아이브스 연구원 역시 “이번 사태는 수요의 감소로 인한 것이 아니라 공급 측면에서의 이슈”라고 분석했습니다.

오히려 애플 투자자들이 장기적으로 눈여겨 봐야할 부분은 애플의 성장률이 점점 둔화되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는 점입니다. 이종욱 삼성증권 연구원은 “2022년과 2021년을 비교해보면 제품과 서비스 매출 성장률이 각각 +35%, +27%에서 +6%와 +14%로 둔화된 반면 영업비용 증가율은 더 높아졌다”고 말했습니다. 매출은 덜 늘었는데 비용은 더 늘었으니 수익성도 그만큼 안좋아 졌겠지요. 특히 애플 매출의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아이폰 성장률이 2023년에는 더욱 둔화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 또 아이폰 성장의 질이 변하고 있다는 지적은 의미심장합니다. 이 연구원은 “아이폰 매출 성장을 살펴보면 출하량의 기여도보다는 가격 상승의 기여도가 더 높아지고 있다”며 “IT기기에서 출하량 정체와 판가 상승은 성장 사이클의 끝을 의미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시장에서 제품의 매력도는 점점 떨어지는 반면 가격은 올라간다는 의미가 되니 말입니다.

기업의 성장이 둔화되면 투자자들이 살펴봐야 할 포인트도 달라지겠습니다. PER는 당연히 더 내려올 수 있을 것이고 주가 상승 여력보다는 주주가치 제고 방안에 더 눈길이 갈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애플은 역사적으로 PC부터 시작해 아이팟·아이폰·애플워치까지 매력적인 IT 기기 제품들을 새로 출시해 소비자들을 매혹시켜왔습니다. 애플카 등 또 한번 소비자들의 지갑을 털어갈 새로운 상품군을 계속해서 출시할 수 있다면 완연한 성장주로서의 매력을 되찾을 수도 있겠습니다.

<강기자의 자본추>는 한국과 미국 주식에 대한 재밌는 소식들을 전하는 코너입니다. MZ세대가 연인관계에서도 자연스러운 만남을 추구하는 것처럼, 자본과도 편하게 친해질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기사를 씁니다. 기자페이지를 ‘구독’ 하시면 더 빠르게 기자의 기사를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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