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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트랜스젠더 부모, 성별 정정 해드립니다 [이번주 이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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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미성년 자녀 있더라도 성별 정정 허가키로
과거판결 일부 뒤집어...결혼 상태서는 여전히 불가


매일경제

대법원 전경. <자료=연합뉴스>


미성년자 자녀를 뒀더라도 현재 결혼 상태가 아니라면 부모의 성별 정정을 허용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이 2011년 이후 11년간 유지해 온 ‘부모인 트랜스젠더의 성 정체성 불인정’을 11년 만에 뒤집은 것이다. 다만 혼인 관계에 있는 경우는 여전히 인정하지 않는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지난 24일 성전환자 A씨가 “가족관계등록부 성별을 ‘남’에서 ‘여’로 정정하게 해달라”며 낸 등록부정정 신청을 기각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가정법원으로 돌려보냈다.

A씨는 성전환 수술을 받은 트랜스젠더다.

지난 2012년 결혼하고 이혼 전까지 부인과 슬하에 2명의 자녀를 얻었다. A씨는 가족관계등록부상 성별 정정 허가 신청을 했으나, 1심과 2심에서 ‘기존 자녀 복리’를 우선 고려했던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과거 판례에 따라 A씨의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번에는 미성년 자녀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성별 정정을 허가하지 않을 경우 성전환자의 기본권이 본질적으로 침해된다는 점에 주목해 과거 판단을 일부 뒤집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 다수의견은 “가정 내 다양한 상황을 살펴보지 않은 채 단지 미성년 자녀의 존재 유무만으로 성인의 성별 정정을 막는 것이 오히려 실질적인 의미에서 자녀 복리에 부합하지 않을 수 있다”며 “여러 사정이 조화를 이루도록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반면 소수의견을 낸 이동원 대법관은 “기존 판례는 우리 법체계 및 미성년 자녀의 복리에 적합하고, 사회 일반 통념에 들어맞는 합리적 결정”이라는 반대 의견을 냈다. 그는 이어 “성별 정정이 이뤄질 경우 가족관계등록부에 관련 내용이 노출돼 미성년 자녀에게 피해가 돌아갈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박정화·노정희·이흥구 대법관은 보충의견을 냈다.

이들은 “성전환에 대한 차별이 존재하기 때문에 미성년 자녀의 복리에 반한다며 성별 정정을 불허하는 것은 오히려 성전환자가 소수자로서 겪는 소외와 고통을 외면해 성전환이나 성별 정정에 대한 사회적 차별과 편견을 더욱 고착화·내면화하는 결과를 야기한다”면서 “성전환자의 미성년 자녀에게 차별과 편견이 온존하는 사회에 살아가야 하는 짐을 지우는 것”이라고 했다.

한편 대법원은 앞서 지난 2011년 당시 사회의 일반적 통념과 미성년인 자녀의 복리를 고려해서 ‘혼인 중에 있거나, 미성년 자녀가 있는 경우 성별 정정을 허용할 수 없다’는 전원합의체 판단을 내린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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