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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약전약후] 여러 혈액 섞다가 찾아낸 '응고인자'…혈우병 치료제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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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마지막 황태자도 앓아…치료 빙자한 라스푸틴 발호로 망국의 길

1947년 혈액 응고인자 연구 시작…결핍 유전인자 직접 생성 신약까지 발전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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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태환 기자 = 희귀 난치질환인 혈우병 치료에 변화가 주목된다. 올해 유전적으로 부족한 혈액 응고인자를 포함한 유전자 약물을 환자에게 주입해 체내에서 직접 생성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신약이 해외에서 등장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미국의 생명공학기업 바이오마린은 지난 8월 유럽의약품청(EMA)으로부터 A형 혈우병 치료제인 '록타비안'(성분명 발록토코진 록사파보벡)을, 네덜란드의 유니큐어는 최근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B형 혈우병 치료제 '헴제닉스'(에트라나코진 데자파보벡)를 승인받았다.

혈우병은 선천적으로 혈액 응고인자가 결핍된 경우를 말하는데 결핍된 혈액 응고인자 종류에 따라 크게 A형과 B형, C형으로 나뉜다. A형과 B형이 환자의 95%로 대다수다.

A형의 경우 8(VIII) 응고인자 결핍(factor VIII deficiency), 혈우병 B는 9(IX) 응고인자 결핍(factor IX deficiency, christmas disease), 혈우병 C는 11(XI) 응고인자 결핍(factor XI deficiency)이 원인이다.

이들 혈우병 신약은 각각 결핍된 응고인자를 아데노부속바이러스(AAV) 벡터에 결합한 유전자를 체내로 전달하고, 외부에서 삽입된 유전자를 통해 부족한 혈액 응고인자를 생성한다.

록타비안의 경우 임상3상을 통해 연평균 출혈률 감소를 입증했다. 기존에 사용한 혈장제제의 연간 수혈률은 99% 감소시켰다. 다만 아직까지 1회 투여로 인한 효과 지속성 등은 향후 임상 현장에서 추가적으로 확인해야 할 것으로 평가받는다.

특히 지금까지 혈우병은 근본적 치료가 불가능한 질병으로 혈액 응고인자가 있는 혈장이나 유전자재조합 방식의 약물을 보충해 출혈을 예방하는 약을 사용하는 수준에 불과했다.

◇다른 사람 혈장 넣으니 피 굳어…혈액 응고인자 12개 밝혀

혈우병은 역사적으로도 불치의 대상이였다. 일례로 영국의 빅토리아 여왕은 혈우병 증상은 없으나 유전자를 갖고 있는 보인자였다. 당시 대영제국이 유럽의 다른 왕족들과 혼인으로 결속을 다지면서 유럽 각지에서 혈우병을 앓는 왕족이 나타났다.

러시아 로마노프 왕조의 마지막 황제 니콜라이 2세의 아들, 황태자 알렉세이도 혈우병 환자였다. 그의 어머니인 알렉산드라 황후가 바로 혈우병 보인자인 빅토리아 여왕의 손녀에 해당한다.

당시로서는 마땅한 치료법이 없었기 때문에 괴승으로 알려진 라스푸틴이 황태자의 치료를 빙자해 황후의 환심을 샀다는 일화가 전해진다. 이 라스푸틴이 러시아 황실의 권력을 좌지우지하면서 민심은 들끓었고, 왕조는 망국의 길로 들어섰다.

혈우병 치료의 시작은 혈액 응고인자를 찾는 데서 비롯됐다. 1947년 영국의 혈액학자 로즈메리 빅스는 혈우병 환자 7명의 혈액을 섞어서 투여했고, 그 결과 서로 다른 혈액 응고 인자가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에 따라 현재까지 확인된 혈액 응고인자는 총 12개로 발견한 순서대로 번호가 붙어 있다. 이후 혈우병 치료는 혈액 응고인자가 들어있는 혈장 수혈로 발전한다. 부족한 혈액 응고인자를 직접 몸 속에 주입해 주는 방식이다.

이 방식은 투여량 확보 등에서 효과적이지 못했다. 혈우병 환자의 응급수술 등 필요할 때 신선한 혈장을 구하기 어려워 생명을 잃는 일도 다반사였다. 결국 혈장을 냉동시켜 보관하는 방법도 고안됐는데 오염된 혈장으로 인한 문제도 나타났다.

실제로 혈장을 수혈받은 일부 환자들은 간염과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HIV) 2차 감염으로 고통받았다. 이러한 문제 해결을 위해 유전자재조합 방식으로 인위적인 항응고제를 만들어 투여하는 현재의 혈우병 치료제들이 등장하게 된다.

현재 국내에서도 혈액분획사업을 하는 GC녹십자와 SK케미칼(현 SK플라즈마)이 각각 '그린진에프', '앱스틸라' 등 항응고 기전의 제품을 보유하고 있다. 앱스틸라는 지난 2009년 국산 기술수출 1호 바이오신약으로 유럽과 미국 등에서도 판매 중이다.

call@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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