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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경기 후 귀가까지 4시간...그래도 월드컵은 축제다[카타르 다이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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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타르월드컵 미국 대 웨일스 경기가 끝난 뒤 양국 축구팬들이 함께 공연을 즐기고 있다. 사진=이석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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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타르 무용수들이 축구팬들과 함께 흥겹게 춤을 추고 있다. 사진=이석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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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타르 전통의상을 입은 무용수들이 거리 공연을 펼치고 있다. 사진=이석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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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하=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카타르는 월드컵 열기로 뜨겁다. 경기도 크기보다 작은 지역에서 수많은 경기가 열리다 보니 나라 전체가 축제 속에 빠진 느낌이다.

카타르는 11월에도 더운 나라다. 솔직히 낮에는 뭔가 하기 어렵다. 잠깐만 걸어 다녀도 옷이 땀에 흠뻑 젖는다.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간절해진다. 일단 그늘부터 찾고 그 다음을 생각하게 된다.

밤이 되면 달라진다. 진짜 파티가 시작된다. 특히 경기가 끝난 뒤에는 본격적인 페스티벌이 펼쳐진다. 엄격한 규율의 이슬람 국가 맞나 싶을 정도로 록, 테크노, 힙합은 물론 전통 예술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대회 초반 미국 대 웨일스의 B조 1차전을 현장에서 직접 취재했다. 알 라이얀의 아흐마드 빈 알리 스타디움에서 열렸다. 경기는 1-1 무승부로 끝났다. 경기가 끝난 뒤 반 팬들과 함께 ‘메트로’라고 불리는 지하철역으로 향했다. 보통은 미디어를 위한 셔틀버스를 타고 이동한다. 하지만 이날은 팬들의 동선을 따라가기로 했다.

경기장에서 빠져나온 팬들을 가장 먼저 맞이한 것은 EDM 공연이었다. 아랍어 랩은 처음 들었지만 신나고 흥겹긴 마찬가지였다. 팬들 시선을 자연스럽게 끌어당긴다. 미국, 웨일스 응원단은 물론 세계 각지에서 온 팬들이 국기를 들고 댄스 파티를 벌인다. 마치 유명한 EDM 페스티벌을 온 느낌이다. 필자도 잠시 둠칫둠칫 음악에 몸을 맡겼다.

이후에도 다양한 공연은 계속됐다. 카타르 전통 의상을 입은 남자 무용수들이 펄쩍펄쩍 뛰면서 무용 공연을 펼친다. 이미 기분이 한껏 달아오른 몇몇 팬들이 함께 춤을 춘다. 누가 무용수이고 관객인지는 큰 의미가 없다. 옆에서는 히잡을 쓴 여성 무용수들이 공연을 펼친다. 필자는 당연히도 그쪽에 시선이 더 쏠린다.

멀리선 현지 젊은 학생들의 K-POP 댄스 공연을 하는 것으로 보였다. 블랙핑크 등의 음악이 들려 반가웠다. 아쉽게도 무대가 멀리 떨어져 있어 가까이서 직접 느끼지는 못했다. 그래도 괜히 미소가 흘러나오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월드컵을 개최한 카타르는 경기 후 이벤트에도 상당히 신경 쓴 모습이다. 어느 월드컵도 마찬가지지만 다양한 공연과 축제로 전 세계에서 온 축구팬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카타르가 경기 후 이런 공연이나 파티를 집중적으로 펼치는 이유는 단지 즐겁자고 그런 것만은 아니다. 카타르는 이번 월드컵 개최하기 위해 수백조원의 돈을 쏟아부었다. 그 중 핵심이 바로 ‘메트로’라고 불리는 지하철이다. 2019년 5월부터 운영된 도하 메트로는 현재 레드라인, 그린라인, 옐로라인 등 3개 노선이 운영 중이다. 정거장은 총 37개가 있다.

평소에는 메트로가 쾌적하고 편리하게 잘 운영된다. 지하철역에 투입된 ‘마샬’(이들은 자원봉사자가 아니다. 아프리카, 동남아시아, 중동 등 여러 나라에서 고용된 이들이다)들이 적극적으로 안내히는 덕분에 외국인들도 편안하게 이용할 수 있다.

문제는 이 메트로가 경기 후 쏟아지는 관중을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점이다. 차량 수가 많지 않은데다 역사도 크지 않다. 그렇다 보니 귀가하는 팬들을 조금이라도 분산시키기 위해 볼거리를 여기저기 배치했다.

그런 노력에도 메트로 역사 앞에선 숨이 턱 막히는 광경이 연출됐다. 지하철을 타기 위해 수만 명이 줄을 서서 기다리는 모습이었다. 언제 내 차례가 올까 짐작조차 안 될 정도 상황이었다. 집에는 돌아갈 수 있을까라는 걱정부터 들었다.

하지만 더 놀라운 것은 전세계에서 온 수만 명 팬이 흥분하지 않고 질서 있게 기다린다는 점이다. 누구도 지하철을 빨리 타지 못한다고 해서 소리 지르거나 화를 내지 않았다. 오히려 응원가를 부르면서 그 순간조차 즐기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순간적으로 이런 생각이 들었다. 만약 이번 월드컵에서 술을 팔았더라면. 어쩌면 감당하지 못할 끔찍한 상황이 벌어졌을지도 모른다. 술 판매에 대해선 여전히 일부 불만의 목소리가 있다. 그래도 카타르를 직접 경험해보니 술이 없는게 오히려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약 2시간 30여분을 지났을까. 드디어 필자도 메트로 역사 안으로 간신히 몸을 집어넣었다. 안도의 한숨이 절로 나왔다. 기뻐서인지 허탈해서인지 몰라도 입꼬리도 살짝 올라갔다.

그렇게 숙소에 도착한 시간은 경기가 끝나고 약 4시간 가까이 지난 뒤였다. 경기가 현지시간으로 자정에 마쳤는데 거의 아침에 들어온 셈이다. 참 쉽지 않은 귀가였다. 하지만 이곳을 찾은 축구팬들은 그런 불편함까지 감수하고서라도 축구에 열광하고 자국팀을 응원한다. 참 대단하면서 부러운 열정이다.

카타르월드컵은 여러 논란에도 우려했던 것보다는 잘 치러지고 있다. 아직 대회 기간이 많이 남아 있기는 하지만 축구팬들에게는 행복한 시간이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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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팬들이 지하철을 타기 위해 길게 줄을 서있다. 사진=이석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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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팬들이 경기가 끝난 뒤 지하철을 타기 위해 길게 줄을 서있다. 사진=이석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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