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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히잡 시위 함께한 이란 관중들…국가 흘러나오자 눈물 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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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한 이란 여성이 마흐사 아미니의 이름이 적힌 옷을 들고 있다./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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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이 한창인 가운데, 경기장 관중석에서는 눈물을 흘리는 이란 사람들의 모습이 포착됐다.

25일(한국시간) 카타르 알라이얀 아흐마드 빈 알리 스타디움에서는 조별리그 B조 2차전 웨일스와 이란의 경기가 펼쳐졌다.

경기에 앞서 국가가 흘러나오자 이란 대표팀 선수들은 입술을 작게 움직이며 성의 없는 모습으로 국가를 제창했다.

영국 가디언은 이를 두고 이전 경기에서 선수들이 국가 제창을 거부했다가 당국의 거센 비난을 받았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매체는 이어 “선수들이 단체로 애국가를 부르기로 한 것은 분명했지만, 이런 불편한 모습은 웨일스 선수들이 애국가를 부르는 기세와는 차이가 있었다”고 했다.

중계 카메라에는 국가가 흘러나오는 동안 눈물을 쏟으며 흐느끼는 이란 군중들의 모습도 잡혔다. 한 여성은 피눈물을 흘리는 것처럼 보이도록 얼굴에 분장을 하기도 했다.

이들은 이란 국기와 같은 색의 유니폼을 입었으나 국기는 흔들지 않았고, 야유를 퍼붓기도 했다. 가디언은 일부 관중들은 이란에서 의문사한 20대 여성 마흐사 아미니의 이름이 적힌 옷을 입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 같은 이란 팬들의 행동은 정부에 대한 항의와 ‘히잡 시위’에 대한 지지 의사로 해석된다. 지난 9월 22세 아미니가 히잡을 제대로 착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체포됐다가 의문사한 사건이 발생한 뒤 이란 전역에서 반정부 시위가 두 달 넘게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 당국이 시위를 제지하는 과정에서 300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이란 대표팀 선수들도 국가 제창을 거부하며 자국 반정부 시위대와의 연대를 표한 바 있다. 이란 선수들은 지난 21일 카타르 알라이얀의 칼리파 인터내셔널 스타디움에서 열린 대회 B조 조별리그 잉글랜드와 1차전에서 국가를 부르지 않았다. 선수들이 어깨동무를 한 채 침묵을 유지하자 이란 국영 TV는 생중계를 일시적으로 중단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김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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