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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이재명 겨냥 폭로 쏟아낸 남욱, 본인 혐의는 “기억 없다” 부인[법조 Zoom In/대장동 재판 따라잡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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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 폭로 “김만배에게 들었다” 전언에 바탕

본인에 대한 검찰 공소사실은 부인

동아일보

남욱 변호사가 21일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및 로비 의혹 사건 재판에 출석하고 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및 로비 의혹과 관련해 1월 10일부터 본격적인 재판이 시작됐습니다. 동아일보 법조팀은 국민적 관심이 높았던 이 사건에 대한 기록을 남기기 위해 매주 진행되는 재판을 토요일에 연재합니다. 이와 함께 여전히 풀리지 않은 남은 의혹들에 대한 취재도 이어갈 계획입니다. 이번 편은 대장동 재판 따라잡기 제32화입니다.》

“사실대로 진술 못 한 부분이 있습니다. 일부 사실과 다른 부분 이 법정에서 증언하도록 하겠습니다.”

2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이준철) 심리로 열린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및 로비 의혹 사건 65차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대장동 사업 민간사업자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관계사 천화동인 4호 소유주 남욱 변호사는 이날 재판 시작 직후 이렇게 말했습니다. 가장 먼저 지난해 10월 입국 이후 여러 차례 검찰 조사를 받으면서 본인이 진술했던 내용이 사실인지 확인하는 과정에서였습니다.

검찰이 “사실대로 진술 못 한 부분을 대략적으로 말해달라”고 하자 남 변호사는 “천화동인 1호 지분 관련해 이재명 시장 측 지분이라는 것을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로부터 들어서 2015년 2월부터는 천화동인 1호 지분이 이재명 시장 측 지분이란 걸 알고 있었다”고 답했습니다. 지난해 이 같은 내용을 진술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당시 대통령) 선거도 있었고 겁도 났고 입국하자마자 체포돼 정신도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같은 날 0시경 남 변호사가 석방된 뒤 열린 이날 재판에선 남 변호사에 대한 검찰 측 주신문이 진행됐습니다. 25일 열린 66차 공판에서는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 직무대리 측이 남 변호사에 대한 반대신문을 진행했습니다.
● 남욱 “천화동인 1호에 ‘이재명 시장 측’ 지분… 이재명도 포함된 것으로 이해”

동아일보

남 변호사는 지난달 28일 열린 60차 공판에서 천화동인 5호 소유주 정영학 회계사를 직접 증인신문하며 처음으로 법정에서 천화동인 1호 실소유주 문제를 거론했습니다. 천화동인 1호는 화천대유가 100% 지분을 소유하고 있어 대외적으론 김 씨의 소유로 여겨집니다. 그런데 이날 남 변호사는 2015년 2월경 서울 강남의 한 술집에서 정 회계사와 함께 김 씨를 만나 ‘대장동 사업에 이재명 시장 측 지분이 있다’는 말을 들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정 회계사는 “그 말은 전혀 기억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남 변호사는 본인이 증언대에 선 65·66차 공판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그의 측근 그룹인 정진상 대표실 정무조정실장,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 등을 겨냥한 더 구체적인 폭로를 쏟아냈습니다. 남 변호사는 65차 공판에서 ‘이 시장 측이 구체적으로 누구냐’는 검찰의 질문에 “(김 씨가) 2021년 대화 과정에서 최종 확정된 (이 시장 측 몫) 24.5%가 정진상 김용 (등의 것이라고) 정확히 거론했다”고 말했습니다.

66차 공판에서는 한 발 더 나갔습니다. 남 변호사는 “이 사장 측 몫의 의미는 유동규, 김용, 정진상뿐만 아니라 이재명 시장까지 모두 포함하는 의미냐”는 유 전 직무대리 측 질문에 “저는 그렇게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지분의 용처에 대해서는 “(이 대표가) 대선을 염두에 두셨던 것으로 알고 있었기 때문에 총 4번의 선거, 2014년은 제가 선거자금을 드렸으니까 그 이후 2017년 대선 경선, 2018년 도지사 선거, 2021년 대선, 그 이후 노후 자금 정도로 생각하셨던 것으로 들었다”고 주장했습니다.
● 남욱 “이재명 시장-지사 선거 때 4억 이상 전달”

남 변호사는 그간 법정에서 거론된 적 없는 이 대표와 관련한 새로운 폭로도 쏟아냈습니다. 2014·2018년 지방선거 때 이 대표의 선거자금을 지원했고, 그 밖에도 정 실장과 김 전 부원장에게 전달된 돈이 현재까지 알려진 것 이상으로 더 있다는 취지의 내용입니다.

남 변호사에 따르면 2014년 남 변호사는 대장동 부지 분양대행을 독점했던 분양대행업체 A 사 대표 이모 씨에게 22억5000만 원을 받아 이 중 12억5000만 원을 김 씨에게 전달했습니다. 이 씨는 박영수 전 특별검사와 인척 사이입니다. 남 변호사는 이 돈의 용처에 대해 “저희가 위례신도시 사업권을 받는 대가로 선거자금을 약속했고, 이 씨에게 돈을 빌려 제공한 것”이라면서 “2014년 4~6월 김 씨와 유 전 직무대리를 통해 4억~5억 원 정도가 전달됐다. 일부는 정 실장에게 가고 일부는 김 전 부원장에게 전달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습니다.

남 변호사는 또 이른바 ‘정영학 녹취록’에서 김 씨가 ‘너네들이 모르는 돈이 (경비로) 나갔다’고 말한 내용에 대해 “2018년 경기도지사 선거 때 김 씨가 유 전 직무대리 모르게 정 실장에게 선거 비용을 지급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습니다. 이 대표의 2014년 성남시장 재선 선거, 2018년 경기도지사 선거 때 대장동 일당이 선거자금을 지원했다는 겁니다.

선거자금 외에도 남 변호사는 유 전 직무대리가 2013년 4∼8월경 대장동 사업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받은 3억5200만 원과 관련해 유 전 직무대리가 직접 쓴 돈은 2000만 원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김 부원장과 정 실장에게 전달된 것으로 안다고 주장했습니다. 남 변호사는 “유 전 직무대리가 본인이 쓸 돈이 아니고 ‘높은 분’에게 드려야 할 돈이라고 했다. 형님들 형제들이라고 했는데 (대상이) 정 실장, 김 부원장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남 변호사는 이 씨가 2014년 6월 지방선거 뒤인 2014년 말~2015년 초경 토목건설업체 대표 나모 씨에게 빌려 본인에게 전달한 20억 원에 대해서는 “다 김 씨에게 전달했다”면서 “(김 씨가) 일부는 사업자금으로 사용하고 그 당시에는 다 정진상, 김용 등에게 주는 거라고 얘기했는데 들은 사실이고 확인한 바는 없다”고 말했습니다. 또 2017년경 화천대유 월 운영비가 1억5000만 원이란 사실을 김 씨에게 들었다면서 “그중 3000만 원씩 유동규를 통해서 정진상 김용까지 해서 그분들에게 전달한다는 내용을 김 씨에게 들었다”고 말했습니다.
● ‘부산저축은행·50억 클럽 의혹’ 관련 언급도

21일 남 변호사에 대한 검찰 주신문 과정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이 검사 시절 부산저축은행 불법 대출 사건을 부실 수사했다는 의혹과 관련한 언급도 나왔습니다. 남 변호사는 2009년 대장동 민간개발을 추진하던 씨세븐 이모 대표의 자문단으로 대장동 사업에 처음 합류했습니다. 2011년 남 변호사와 정 회계사 등 대장동 민간업자들은 조모 씨의 알선으로 부산저축은행에서 약 1200억 원의 PF대출을 받아 지주작업을 진행했습니다.

2011년 부산저축은행 비리를 수사하던 대검 중수부의 수사 주임검사는 중수2과장인 윤 대통령이었습니다. 남 변호사는 “조 씨가 저축은행 관련 중수부 수사를 받는데 김 씨를 알고 있는 수사팀 쪽에 조 씨의 선처를 바라는 그런 부탁을 직접 했다는 얘기를 김 씨에게 들었다”고 했습니다. 남 변호사는 “(김 씨가) 변호인도 소개했느냐”는 검찰의 질문에 “박영수 변호사를 소개시켜줬다”며 “(그 대가로 김 씨가) 1500만 원을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법조계 고위 관계자들을 포함한 이른바 ‘50억 클럽’과 관련한 내용도 나왔습니다. 남 변호사 등은 2010년 성남시장에 당선된 이 대표가 대장동 공영개발을 추진하자 이후 최윤길 전 성남시의회 의장 등에 대한 로비를 통해 성남도시개발공사 설립을 통한 민관합동 개발 방안을 관철하려 했습니다. 최 전 의장은 이와 관련해 2012년 뇌물수수 혐의로 수사를 받았습니다. 남 변호사는 “사실을 확인한 적 없지만 김 씨로부터 김수남 (당시) 수원지검장에게 최윤길 사건을 잘 봐달라는 얘기를 했다고 들었다”고 말했습니다. 최 전 의장은 2012년 12월 검찰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습니다.
● “사업에서 배제” “정확한 기억 없다” 배임 혐의 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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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욱 변호사가 21일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및 로비 의혹 사건 재판에 출석하며 질문하는 기자를 바라보고 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김만배에게 들었다’ ‘그렇게 알고 있다’는 등의 표현을 사용해 가며 거침없는 폭로를 쏟아낸 남 변호사는 본인에 대한 검찰 공소사실과 관련해서는 다소 다른 태도를 보였습니다. 남 변호사를 포함한 ‘대장동 5인방’은 대장동 사업에서 공사 몫을 축소하고 민간에 이익을 몰아주기 위해 공모한 혐의(특경가법상 배임)를 받습니다.

남 변호사는 지난달 28일 60차 공판에서 “2014년 12월 초에 김 씨가 나에게 ‘이재명이 네가 있으면 사업권을 주지 않겠다고 한다’고 얘기했다”고 폭로했습니다. 66차 공판에서는 그 배경에 대해 “제가 (수원지검 특수부의) 수사를 받는 과정에서 2014년 6월 (성남시장 선거) 선거비용에 대한 게 문제가 될 게 걱정돼서 저를 사업에서 배제시키려 한다고 이해했다”는 해석도 덧붙였습니다.

남 변호사는 이 사건 재판에서 줄곧 2015년 ‘7대 독소조항’이 포함된 대장동 사업 공모지침서 작성과 공사에 불리한 사업협약이 작성된 등의 시기에는 이미 오래전 김 씨가 사업 주도권을 잡은 상태였고, 자신은 검찰 수사와 구속 등으로 사실상 사업에서 배제됐다는 취지로 배임 혐의를 부인해왔습니다. 2014년 12월 이 대표가 자신이 사업에서 빠지길 원한다고 들었다는 폭로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 나온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66차 공판에서 재판이 끝나기 직전 유 전 직무대리가 직접 신문 기회를 얻어 사업 배제 경위를 따져 묻자 남 변호사는 언성을 높이며 유 전 직무대리와 신경전을 벌였습니다. 오전 내내 유 전 직무대리 측과 함께 별다른 갈등 없이 이 대표 측을 겨냥한 질문과 답변을 이어간 뒤였습니다.

남 변호사는 본인 주장에 따르더라도 자신이 사업에서 배제되기 이전인 2014년 10월 정 회계사가 작성한 사업계획서에 ‘확정이익 제공(사업자 제시)’라는 표현이 포함된 경위에 대해서는 “정확한 기억이 없다”고 답했습니다. 재판부가 “증인이 모를 수가 없는 것 아닌가”라며 의문을 나타내자 남 변호사는 “내용은 아는데 삽입 과정을 모른다”면서 “책임을 회피하거나 이런 게 아니라 저런 내용들은 정 회계사가 유한기(전 공사 개발본부장)와 상의하는 과정에서 추가 삽입된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 “정민용 35억은 ‘대박 아이템’ 투자한 것” 뇌물도 부인

남 변호사는 2014년 본인과 가까운 정민용 변호사를 공사에 입사하도록 추천하고, 사업 배당이 이뤄지기 시작한 2020년 총 35억 원의 뇌물을 정 변호사에게 준 혐의도 받습니다.

이에 대해 남 변호사는 정 변호사가 공사에 입사하는 과정에는 문제가 없었고, 본인이 2014년 11월 “무간도 영화 찍는 것처럼 공사 안에 우리 사람을 넣어 뒀다”고 발언한 것으로 알려진 것에 대해서도 “영화 제목에 대해선 정 회계사가 말한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남 변호사는 정 회계사의 진술과 정영학 녹취록이 현재 검찰 공소사실의 밑바탕이 된 만큼 재판 내내 정 회계사에 대해서는 “거짓말” 등의 표현을 사용하며 각을 세웠습니다.

2020년 정 변호사에게 건넨 35억 원에 대해서는 “(뇌물이 아니고) 대박 아이템이라고 생각해 투자한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당시 정 변호사는 유 전 직무대리와 함께 다시마 비료 사업 회사인 ‘유원홀딩스’를 차린 상태였습니다. 남 변호사는 2020년 8월 유 전 직무대리가 “나중에 이 시장이 대통령이 되면 대북지원사업으로 자신이 추천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막대한 이익이 생길 것”이라며 투자를 권유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유 전 직무대리는 당시 남 변호사에게 “그걸(대북지원사업) 담당하실 분이 이화영 전 국회의원(수감 중)”이라고 했다고 합니다.

다음 재판은 다음 달 2일 열립니다. 이날 재판에서는 남 변호사에 대한 김 씨 측 반대신문이 진행될 예정입니다.

김태성 기자 kts571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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