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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당대표 ‘사법리스크’…지금 민주당 속마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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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후년 총선까지 이어질 듯… 당 안팎 “거취 거론은 일러”


“가짜뉴스다. 그런 요청 받아본 적 없다. 어제도 다른 매체 기자에게 거의 비슷한 사실확인 요청을 받았는데….” 11월 23일 저녁, 기자와 통화한 더불어민주당 한 4선 중진의원의 말이다.

기자가 민주당 측 인사로부터 들은 ‘전언’에 따르면 유동규·남욱의 ‘입장 변화’로 대장동 수사가 급물살을 타면서 이재명 당대표가 당 4선 이상 중진 인사들을 소집했는데, 그 자리에 나온 의원은 두 사람에 불과했다고 한다. 김진표 국회의장을 제외하고 민주당에서 4선 이상의 중진 의원은 모두 18명이다. 공식 입장은 연일 기자회견을 열어 조목조목 반박하고 있는 당 ‘검찰독재정치탄압대책위’(위원장 박범계)를 통해 나오고 있지만, 여의도 정가는 술렁거리고 있다. 앞의 인사는 이렇게 덧붙였다. “한때 당내 친이재명계가 60~70명까지 갔는데 지금은 20~30명으로 줄어들었다. 자기들끼리 소통하는 것이나 발언력도 확 줄어들었다. 뭐랄까, 저 정도까지 이야기가 나왔다면 좀더 지켜봐야 하는 것 아니냐는 분위기가 중론이다.”

불똥이 어디로 튈지 모르는 형국이다. 11월 21일 재판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남욱 변호사는 대장동 공영개발을 주장하는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을 설득하기 위해 ‘당내에서 힘이 있는’ 김태년 의원에게 돈을 전달하자는 김만배 회장의 제안에 따라 배성준을 통해 2억원을 마련해줬고, 그 돈은 보좌관을 통해 전달됐다고 들었다고 증언했다. 실제 목격했다는 것이 아닌 전언 형태의 증언이다. 김태년 의원은 즉각 반발했다. 이날 오후 늦게 김 의원은 두차례에 걸쳐 입장문을 냈다. “대장동 사건에 연루된 김만배·남욱·배성준을 포함한 등장인물과 일면식조차 없는데, 전혀 모르는 사람들 사건에 제 이름이 오르내린 게 황당하다”라며 “이미 지난 2월에도 같은 의혹이 제기됐고, 김만배도 ‘이 시장과 사이가 안 좋다’는 말을 듣고 돈을 안 줬다고 검찰에서 진술했는데도 사건과 무관한 제 이름을 법정에서 진술하도록 유도한 검사의 심문방식은 명예훼손을 넘어 반인권적 작태”라고 주장했다.

경향신문

민주당 검찰독재정치탄압대책위 박찬대 공동위원장(왼쪽에서 세번째)를 비롯한 소속의원들이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에서 ‘CCTV에 녹화되지 않는 계단’이라는 유동규의 진술은 명백한 거짓이라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박민규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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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검찰발 정계개편 신호탄?

“검찰과 용산의 입장이 정리된 것 같다. 이재명 당대표 소환조사·체포동의안을 연말 연초에 하는 것으로 일정을 조율한 것으로 보인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소장의 말이다. ‘입장정리’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이 대표에게 걸려 있는 여러건 중 배임은 지루한 정치다툼으로 이어질 수 있다. 문제는 선거자금이다. 남욱이나 유동규 진술에서 2014년 지방선거와 지난해 경선자금으로 맞추고 있다. 선거자금은 회계책임자 규정도 있으니 간접적으로 인정돼도 법정으로 넘길 수 있다. 당연 체포동의안은 부결되고 재판으로 넘어갈 것이다. 일단 재판에서 유무죄를 다투는 다소 긴 사법일정이 남아 있는 형태일 것이다.” 지금의 대장동 국면이 오래 지속된다는 말일까. “하염없을 것이다. 정치자금법도 아니고 뇌물죄와 정치자금법이 섞여서 애매하게 돌아갈 텐데 당장 1~2년은 간다고 봐야 한다. 그 과정에서 결정적인 것이 나오면 이재명 대표의 입지가 약화되고 야당 분열 가능성도 있으니까.”

엄 소장의 전망에 따르면 올해 말이나 내년 초에 이재명 당대표 소환조사·체포동의안 상정으로 구도를 흔든 뒤 당대표 사법리스크를 2024년 총선국면에도 활용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박신용철 더체인지플랜 선임연구위원은 검찰이 패를 쥐고 있는 듯한 모양새지만 향후 정치일정을 고려했을 때 유리한 구도는 아니라고 말했다. “이재명 당대표를 기소·구속할 수 있다면 그 이후에는 유리한 구도이겠지만 그 전까지는 검찰에 불리한 시간이다. 정치탄압 수사하는 거냐는 압박을 지속적으로 받을 테니까.” 결국 검찰조직의 생리상 뭐를 하든 속전속결로 갈 수밖에 없다. “한가지 유의해야 하는 것은 이재명 민주당에 대한 지지도가 견고하다는 점이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40%대에 육박한다. 역대 정치조직에서 40%를 강하게 유지한 적이 없다. DJ·노무현 정부시기도 없었다. 민주당은 유사 이래 가장 강한 정당조직이다. 깨기 쉽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여기에 검찰이 동원한 정치적 공동체 논리가 얼마나 통할 것이냐도 관건이다. 소위 최순실게이트 때 사용된 박근혜 대통령과의 경제공동체 논리를 원용해 검찰이 만들어낸 논리인데 법적으로 성립할 수 있는 개념인지를 두고 치열한 공방이 벌어질 공산이 크다.

“결국은 용산·여당과 민주당의 시간 싸움”

덧붙여 이재명 당대표의 최측근인 정진상·김용의 버티기도 검찰의 발목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 주변에서는 ‘김용은 의리가 있는 사람이고 정진상은 입이 무겁다’는 하마평이 돈다. 검찰 주장대로 ‘지방자치권력을 사유화한 정치집단과 민간사업자들의 유착관계 비리’라고 하더라도 두 사람은 ‘이재명 연관성을 최대한 차단하고 뒤집어쓰고 갈 것’이라는 것이 여의도 정가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참여정부 당시 노무현 대통령의 최측근이던 안희정 당시 보좌관은 장수천 비리 의혹을 뒤집어쓰고 감옥에 다녀왔는데 두 사람의 ‘충성심’이 당시 노무현의 ‘왼팔’ 안희정보다 더 세다는 말도 나온다. 박신용철 위원은 이렇게 덧붙였다. “겉으로는 자신감을 보이지만 검찰도 똥줄 탈 것이다. 이재명도 검찰 생리를 잘 아는 사람이니 결국 시간 싸움이다. 시간적으로 이재명이 유리할까, 윤석열·한동훈이 유리할까. 대통령 지지율이 뒷받침 안 되니 여권 내에서는 이러다 ‘총선 망한다’는 분위기가 확산될 것이다. 거기도 가만히 있지 못할 것이다. 결국 여야 모두 정치운명을 두고 붙은 형국이다. 시간 싸움이 될 것이다. 첨예한 위기를 누가 잘 타고 넘을까. 아직 최종 승자가 누가 될지는 잘 안 보이는 상황이다.”

검찰의 칼끝이 이재명 당대표와 최측근만 겨냥하고 있지는 않다. 거의 동시다발적으로 노웅래 민주당 의원의 뇌물 수수 의혹 수사도 벌이고 있다. 전후 맥락을 보면 사건의 발단은 이정근 전 당 사무부총장의 비위 의혹 관련이다. 비위 의혹의 핵심인물인 사업가 박모씨는 참여정부 때부터 각종 인허가청탁 사건에 얽혀 있는 인사로, 검찰수사의 결정적인 단서는 그가 자동으로 설정해놓았던 통화녹취다. 이 전 사무부총장과 채무관계를 넘어 박씨의 통화녹취로 얽혀 들어가는 문재인 정부 정치권 출신 고위관료가 여럿이다. 당장 노영민 비서실장이 이 전 사무부총장의 CJ 계열사 한국복합물류 취업청탁 의혹에 걸려 있다. 이 전 사무부총장의 공소장을 보면 국토부, 중소기업부, 식약처 관련 로비가 언급되고 있다. 수사가 확대되면 그동안 거론되지 않았던 문재인 정부 고위인사가 추가로 나올 수 있다. 한 참여정부 인사의 말이다. “100% 검찰이 들고 있다가 써먹은 것이다. 이 사건에서 더 이해되지 않는 것은 문재인 대통령이 몰랐다는 점이다. 사업가 박씨는 과거 송기인 신부에게도 돈을 줬지만, 대가성이 입증이 안 돼 그냥 없던 일이 되었던 전력이 있다. 당시 민정수석이 문재인 대통령이었다. 당연히 그 사건 이후 민정수석실 수첩에 박모라는 사람은 ‘요주의 인물’로 올라가 있었을 텐데 지금 소위 ‘친문게이트’로 거론되는 사람들이 주의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내용을 보면 대단한 게이트라고 보기는 어려운 것들에 불과하다. 거칠게 말하면 청와대 정보를 가지고 당에서 해먹은 것이다.”

노웅래 의원 수사가 ‘대장동 수사와의 형평성을 고려해 비명계도 치는’ 검찰의 정치적 메시지가 아니냐는 주장에 김성순 시사평론가는 “나는 그렇게 안 본다”며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 “총체적으로 민주당이 썩었다는 모습을 보여줘야겠다고 계획했을 것이다. 생각해보라. 김용 잡아갔다고 몇천명이 모여 정치탄압이라고 주장하는데 노웅래를 때리니 아무도 안 나타난다. 비명(非明) 쪽에서는 ‘허걱’ 소리가 난다. 일개 연구원 부원장을 잡아갈 때는 그리 요란하더니 4선 의원을 잡아가는데도 조용하다? 사당화를 보여주는 이만한 증거가 어디 있겠나. 그게 한동훈이 노린 수였다고 본다.” 그는 이렇게 덧붙였다. “국민의힘 입장에서 차기 총선을 생각하면 이재명은 가지고 있으면 안 되는 패이기 때문에 죽여야 한다. 자신들이 무너지면 차기 유력 대통령이기 때문이다. 검찰수사로 죽이지 못하면 자신들이 죽는다. 지금 최소 428억원 대장동 돈 주인이 누구냐를 두고 논란이 벌어지는데 정치인을 죽이는 데는 1억~2억원을 가지고도 충분하다. 감옥에 가지 않더라도 자격정지 10년이면 정치생명은 끝나기 때문이다.”

결국 어떻게 될까. 정치평론가·선거전문가들의 말을 종합하면 이재명은 버틸 수 있을까 아닐까를 논하기엔 아직 이르다. 사법리스크가 커졌지만, 거취 거론은 시기상조라는 분석이다. 당장 ‘비명’ 입장을 뚜렷하게 밝히고 있는 조응천·박용진·김종민 의원 등도 “거취 문제를 제기할 때가 아니다”라고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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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민생파탄,겸찰독재 규탄대회’에서 이재명 대표가머리를 만지고 있다./국회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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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 구원 등판? NY 측 “계획 없다”

현재 미국에 체류 중인 이낙연 전 대표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도 관심 대상이다. 이낙연 전 대표의 귀국 시기를 두고 지지그룹(속칭 NY계) 사이에서 첫눈파(연말)와 봄꽃파(내년 봄)로 엇갈린다는 보도가 나왔다. “언론이 지어낸 말”이라는 게 이낙연 측의 반응이다. 한 NY계 인사는 “최근 분위기가 이렇다고(이재명 사법리스크가 커지는 상황) 우리가 나설 때라는 등의 이야기는 전혀 나오지 않고 있다”라며 “오히려 (NY에게) 가까운 사람은 제3의 인물을 거론하지, NY가 나서서 수습해야 한다고 말하지도 않고 또 할 수 있다고 보지도 않는다”라고 덧붙였다. 때마침 지난해 대선 당시 이낙연 후보의 싱크탱크였던 ‘연대와 공생’이 사단법인으로 전환한 뒤 첫 정기심포지엄을 11월 28일 연다. “‘포스트 이재명’을 염두에 둔 이낙연의 행보가 본격화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남평오 연대와공생 운영위원장은 “원래 11월 5일 열 계획이었지만 이태원 참사로 3주 유예돼 열리는 행사”라며 최근 당내 상황변동과 무관하게 사전에 기획한 행사라고 밝혔다.

한편 11월 22일 열린 민주당 의원총회에서 노웅래 의원은 최근 제기된 비리 의혹과 관련 자신의 입장을 소명하는 발언을 5분간 했다. 의원총회에서 무슨 내용으로 발언했냐는 주간경향의 질의에 11월 23일 노 의원 측은 “본인 결백을 주장하며 다른 의원님들에게 믿어달라고 호소하는 내용이었던 걸로 안다”고 답했다. 장롱 속에서 발견된 현금의 출처를 두고서 엇갈리는 해명이 나오는 상황이다. 2020년에서 2022년 고위공직자 재산신고에 포함되지 않은 이유를 묻는 질문엔 “2020년 출판기념회 때 나온 돈과 아버님, 장모님 장례식 때 조의금으로 받고 남은 돈이 섞여 있었던 것으로 안다”며 “자세한 사항은 공식적으로 밝힐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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