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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아파트 40% 폭락, 7년간은 집 사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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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학봉기자의 부동산 봉다방>

이현철 아파트 사이클 연구소장 인터뷰-상

폭등후폭락 맞춘 족집게 전문가의 ‘2030년 매수론’

한국은 가수요 많아 대중심리 파악해야

미분양 감소, 전세난이 상승 반등 신호탄 될 것

조선일보

서울 강남구 삼성동 아셈타워에서 바라본 강남 일대 아파트 단지 모습./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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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시장에는 족집게 전문가라고 불리는 사람들이 많지만, 대체로 폭락론자이거나 폭등론자이다. 작년까지는 폭등론자, 올 하반기 들어서는 폭락론자의 전망이 적중했다. 이현철 아파트사이클 연구소장은 폭등론자나 폭락론자로 분류하기 어려운 전문가이다. 그는 부산 시장은 호황과 불황을 반복한다는 ‘사이클이론’으로 폭등후 폭락을 비교적 정확하게 맞췄다. 그는 2020년에 ‘부동산 폭등장이 온다’고 했고 2021년에는 조정을 지나 본격적인 하락장이 도래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 소장은 대중심리, 전세, 분양, 정책을 분석하면 상승장의 정점과 하락장의 바닥 등 변곡점을 예측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는 이번 하락장은 7년의 하락및 정체기를 거쳐 상승세로 전환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미래는 누구도 정확하게 알 수 없다. 과거 전망이 맞다고 미래까지 보장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이 소장이 하락에서 상승으로 전환하는 변곡점의 징후로 제시하는 미분양 물량 감소, 전세가격 급등, 거듭되는 정부의 부동산 부양책은 다른 전문가들도 일정 정도 동의하는 내용이다.

중개소 운영과 아파트 분양 현장 고객 상담에서 얻은 풍부한 현장경험을 이론화한 이 소장은 ‘아파트 투자는 사이클이다’(2022년), ‘부동산 폭등장이 온다’(2020년) , ‘전세가를 알면 부동산 투자가 보인다’ (2018년) 등의 책을 집필했다. 다음은 일문일답이다.

- 얼마나 하락할 것인가?

“평균적으로 40% 하락할 것이다. 최근 아파트 가격이 급락했다고 하지만 급매물 중심으로 일부만 거래되고 있어 본격적인 하락장이라고 볼 수 없다. 집주인들이 집값이 내렸다고 해도 반신반의하면서 여전히 버티고 있기 때문에 아직은 거래가 많지 않다. 지금은 전형적인 하락장 초입이다. 본격적인 하락장에 진입하면 집주인들의 관점이 버티기에서 매도로 급변할 것이다. 그때부터 실질적인 하락거래가 본격화될 것이다.”

-하락장은 얼마나 지속될 것인가?

“다른 전문가보다는 내가 좀 길게 본다. 하락장은 7년 정도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 5년 정도는 하락하고, 2년 정도는 횡보할 것이다. "

- 2~ 3년 정도 지나면 바닥을 찍을 것이라고 보는 전문가들도 많다.

“하락이 본격화되면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하락기간이 길다. 실제 2008년 리먼사태이후 하락장이 2013년까지 지속됐다. 리먼 사태 직후 일부 지역에서 반등이 있었지만, 다시 지루한 하락 및 정체 구간을 거쳤다. 이번 하락장도 그때와 비슷하게 7년 정도 하락 및 정체기를 거칠 것이다. 하락장이 다시 상승장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미분양이 쌓이고 미분양이 다시 감소하는 시기를 거쳐야한다. 미분양이 계속 늘어나는 상황에서 집값이 상승세로 전환하기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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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철 아파트 사이클 연구소장은 "7년 정도의 하락기를 거칠 것이기때문에 무주택자는 서두를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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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에 금리가 정점을 찍고 내리면서 집값이 반등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도 나온다.

“과거 사례를 자세히 살펴보면 금리가 부동산을 움직이는 결정적인 변수는 아니었다. 다만 금리와 부동산 가격은 일정한 연관성이 있다.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는 시기에 금리가 오르면 하락폭이 더 커진다. 부동산 하락 시기에 금리가 하락하면 하락폭을 줄일 수 있지만 방향을 바꾸지는 못한다. 반면 집값이 오르는 시기에 금리가 내려가면 상승폭을 더 키운다. 상승기에 금리가 올라가면 상승폭을 줄일 수 있지만, 방향을 바꾸지는 못한다. 금리와 시장의 방향성이 비슷할 때 변동폭을 더 키운다. 금리는 집값의 상승과 하락 방향성을 결정하는 1차 요인이 아니라 상승폭과 하락폭에 영향을 주는 2차 요인이다. "

-하락장이 7년 지속된다면 무주택자들은 7년을 기다린 후 집을 사는 것이 유리한가?

“나는 기다리는 것이 유리하다고 본다. 집값 급등기에는 무주택자들이 ‘벼락거지’라고 한탄할 정도로 주택 보유가 무조건 유리하다는 인식이 강했다. 그러나 하락기는 정반대이다. 2012년~2013년에는 집 가진 거지라는 의미의 ‘하우스 푸어’라는 말이 유행했다. 보통 주택은 빚을 내서 집을 사기 때문에 지금처럼 금리가 오르고 집값이 하락하면 집주인들은 견디기 쉽지 않다. "

-주식과 마찬가지로 바닥에서 집을 사기는 어렵다. 일부 전문가들은 바닥에서는 집을 사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내년쯤에 미리 사두는 것이 좋다고 주장한다.

“결국 집값이 오를 것이기 때문에 미리 집을 사는 것도 방법이라고 주장하는 전문가들이 있다. 빚을 내 집을 사서 향후 5~6년간 하락한다면 집을 팔지 않고 버틸 수 있다고 보는가? ‘조기 매수론’은 집값이 계속 하락해도 버틸 수 있고, 결코 바닥에서는 집을 사지 못할 것이라는 것을 전제로 한다. 나는 수많은 현장 상담을 통해 집을 산후 집값이 장기 하락하면 견디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절감했다. 무주택자들은 좀 참아야 한다. 그게 돈을 버는 것이다. 나는 2030년 전후에는 눈 감고 집을 사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때가 바닥권이기 때문이다. "

- 부동산 시장을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은 뭔가?

“대중심리가 결정적이다. 대중심리의 방향이 정해지면 관성의 법칙이 어마어마하게 작용한다. 집값이 오른다는 대중심리가 퍼지면 너도 나도 집을 사기 때문이다. 심지어는 정부 정책도 대중심리의 방향을 쉽게 바꾸지 못한다. 상승기에 집값을 잡겠다는 정부 정책이 쏟아져도 집값이 오히려 더 오르는 이유이다. 집값을 잡겠다는 정책이 대중들의 불안심리를 더 자극한다. 그러나 집을 사겠다는 대중심리가 영원한 것은 아니다. 대중심리를 근본적으로 전환시키는 요인이 있는데, 가격 하락기에는 전세시장이 바뀌면서 바닥을 찍는다. 반대로 상승장을 하락으로 돌리는 것은 ‘정책의 누적효과’이다. 여기에 미분양이 증가하면 하락을 좀 더 공고화시킨다. 요약하면 부동산 시장의 방향을 결정하는 1차 요인은 대중심리, 전세, 분양, 정책이다. 일자리, 금리, 인구 증감, 시장의 호재나 악재 등은 2차 요인이다. "

-정책의 누적효과란 무엇인가?

“집값 상승기가 되면 어떤 정부든 집값 상승세를 억누르기 위해 규제를 가한다. 규제가 누적되면서 집값 상승의 에너지가 줄어든다. 규제라는 잽을 계속 맞으면 다운이 되지 않더라도 시간이 누적되면 그로기 상태가 된다. 다운되려면 클린히트, 트리거가 필요하다. 이때 ‘호가 갭 벌림 현상’이 나타난다. 집값 상승에 익숙한 집주인들이 호가를 너무 높게 부르기 시작하고 그 가격에 살 매수자들이 실종되는 시점이 도래한다. 그 시점이 되면 집을 살 사람들은 거의 다 샀기 때문에 매수세가 극도로 위축돼 있다.

호가 갭 벌림현상이 벌어지면 거래가 급감한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의 추가적인 규제가 결정타를 날린다. 작년 하반기 정부가 대출규제를 내놓으면서 시장 분위기가 완전히 바뀌었다. 정책누적효과는 하락 사이클에서도 작용한다. 집값이 떨어지면 정부가 부양책을 계속 내놓는데, 부양책이 어느 정도 누적되면 집값 반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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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철 소장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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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분양 주택의 증감을 부동산 사이클 전환의 지표라고 봐야 하나?

“그렇다. 미분양의 증감으로 시장의 변화를 확인할 수 있다. 미분양이 늘어나는 사이에 집값이 오를 수는 없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이 전세시장이다. 전세가격 하락세가 지속되다가 전세가격이 급등세로 전환하고 전세매물을 찾기 어려운 상황, 전세대란이 벌어지면 시장의 방향이 근본적으로 바뀐다. 그게 상승 신호탄이다. "

-당초 서울의 경우, 아파트 입주물량이 부족해서 올 하반기에 전세난이 발생하고 매매가격도 오를 것이라는 전망도 있었다.

“새아파트 입주물량이 재고 주택을 포함한 전체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다. 세종시의 경우, 아파트 입주 물량이 없고 앞으로도 거의 없지만 전세가격이 급락하고 있다. 새아파트 입주 물량 부족은 집값 상승장에서는 전세가격과 집값을 더 끌어 올리는 효과가 있다. 입주물량 부족이 하락장에서는 집값에 큰 영향이 없다. 오히려 입주물량은 하락장에서는 공급충격으로 하락세를 가속화시키는 역할을 한다. 인천은 입주물량이 늘면서 하락세를 가속화시키고 있다. "

-상반기만 해도 전세 대란이 발생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지만 지금은 역전세대란 우려까지 나온다. 이렇게 시장이 갑자기 돌변한 이유는 뭔가?

“시간의 누적효과이다. 임대인들이 전세가격이 내리고 임차인을 구하기 어렵다고 하니까 실제보다 미리 전세를 내놓는다. 임대인의 불안 심리가 실제보다 훨씬 전세매물을 급증시킨다. 반대로 전세가 부족하다고 하면 임차인들이 전셋집을 찾아 미리 움직인다. 실제 수요보다 훨씬 더 많은 임차인들이 전셋집을 찾고 전세매물 부족과 가격 급등으로 이어진다. 부동산 시장은 대중심리가 작용하면서 일종의 가수요가 발생, 시장을 왜곡시킨다. 부동산을 실수요 시장으로만 봐서는 시장의 움직임을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렵다.”

- 지난 정부는 전세 세입자를 돕기위해 임대차 3법을 도입했다.

“임대차3법 제도 자체는 필요하다고 본다. 그러나 도입 시기가 문제였다. 당시 나는 임대차 3법의 도입시기가 좋지 않아 부작용이 발생할 것이라고 반대했다. 임대차 3법이 아무리 취지가 좋아도 집값이 오르는 시기에 도입하면 대중의 불안심리를 극대화시켜 시장을 혼돈에 빠뜨릴 수 있다는 이유로 도입에 반대했다. 2020년 매매가격이 폭등했고 전세가격까지 오르기 시작했다. 정부는 매매가에 이어 전세가까지 오르면 주택정책이 완전히 실패했다는 비난을 받을 수 있다고 염려했다. 정부는 그런 비난을 피하기 위해 사활을 걸고 전세가격 상승을 막으려 했지만 시장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거꾸로 된 선택을 했다. 전세가격이 오르기 시작했는데, 임대차 3법이라는 새로운 정책을 도입하는 것은 불안심리를 가중시키면서 전세가를 폭등시켰다.”

-올해에도 전세대란이 벌어질 것이라고 주장한 전문가들도 있었다.

“임대차 3법 자체가 잘못됐다고 보는 시각으로 분석했기 때문이다. 제도가 잘못돼서 전세가 폭등이 일어났고 2년 만기가 됐기 때문에 또다시 전세가격 폭등이 일어날 것으로 착각했다. 제도자체의 결함이라기 보다는 시기의 문제였다. 결국 시장은 임대차 3법에 적응했기 때문에 전세대란은 없었고 오히려 역전세란이 우려될 정도로 전세가격이 하락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시절 임대차 3법으로 전세가가 너무 올랐고 결국 너무 높은 전세금을 낼 수 없어 집을 줄이는 세입자들이 늘어났다.

더군다나 금리가 오르면서 전세 대신 월세를 선택하는 수요가 늘면서 전세 수요가 급격히 분산됐다. 반면 임대인들은 전세수요자들을 찾지 못할 수 있다는 불안심리로, 매물을 미리 쏟아내면서 하락세에 가속도를 붙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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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학봉 부동산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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