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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 피살’ 수사 文 전 대통령 턱밑까지 겨냥...진실의 문(文) 열릴까 [핫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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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 [사진 출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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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문재인 정부의 대북안보라인 최고 책임자였던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을 25일 재소환해 조사했다.

검찰은 24일에도 서 전 실장을 상대로 2020년 9월 해양수산부 공무원 고(故) 이대준 씨가 북한군에 피살된 전후 어떤 지시를 내렸는지 등을 집중 조사했다.

유족과 국가정보원 고발로 수사가 시작된지 4개월 만에 검찰이 문 정부의 외교안보사령탑이었던 서 전 실장 본격조사에 나선 것이다.

사실상 검찰 수사가 문 전 대통령 턱밑까지 향하고 있는 셈이다.

서 전 실장은 이씨가 북한군에 피살된 이튿날인 2020년 9월23일 오전 1시께 관계장관회의에서 일부 정보만을 취사선택해 이씨가 ‘자진 월북’했다고 결론내리고 서욱 전 국방부장관과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 등에게 기밀 첩보를 삭제하도록 지시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이에 대해 서 전 실장은 “당시 긴박하고 제한된 여건과 상황 속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며 “첩보 삭제 지시를 내린 적이 없다”고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앞서 검찰은 국가안보실 지시에 따라 군 정보관리를 총괄했던 서욱 전 국방부 장관과 수사를 담당했던 김홍희 전 해양경찰청장을 직권남용과 허위공문서 작성 혐의로 구속시켰으나 두 사람은 지난 11일 구속적부심을 통해 풀려났다.

당시 서 전 장관 구속영장에는 서 전 실장 등이 공범으로 적시됐다.

김 전 청장 역시 해경의 ‘월북 정황’발표가 청와대 국가안보실 지시에 따른 것이었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어떤 형태로든 당시 청와대 지침이 있었다는 사실 만큼은 시인한 셈이다.

검찰은 서 전 실장이 혐의를 부인하는데다 당시 의사결정 과정에서 책임이 크다는 점 등을 고려해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서 전 실장은 2019년11월 ‘탈북어민 강제북송’ 사건에도 관여한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은 이와 관련해 노영민 전 대통령 비서실장등을 이미 조사했고 추후 서 전 실장과 정의용 전 국가안보실장 등도 조사할 방침이다.

이제 관심은 문 전 대통령에 대한 조사 여부다.

문 전 대통령은 지난달 감사원이 이 사건과 관련해 서면조사를 요청하자 “대단히 무례한 짓”이라며 강한 불쾌감을 드러내며 거부했다.

하지만 대한민국 공무원의 북한해역 표류사실이 피살 3시간 전에 청와대에 보고돼 충분히 구조할 수 있는 ‘골든타임’이 있었는데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면 당시 국정 최고책임자인 문 전 대통령 또한 책임을 면하긴 어렵다.

문 전 대통령은 2016년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당시 박근혜 대통령이 검찰의 대면조사 요청을 거부하자 “대통령이라고 예우할 게 아니라 피의자로 다루면 된다”며 “퇴임후 불기소 특권이 없어지면 엄정한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고 했다.

문 전 대통령이라고 해서 예외가 될 수 없다.

게다가 문 전 대통령은 유가족들에게 “진실을 밝혀내도록 직접 챙기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정작 “유족들에게 정보를 공개하라”는 법원 판결이 나오자 청와대는 이에 불복해 항소했고, 심지어 관련 자료를 대통령기록물로 지정해 15년간 봉인까지 했다.

애초부터 진실 규명과 책임 추궁에 대한 의지가 있긴 한 것인지 의심이 가는 대목이다.

오죽하면 고인의 아내가 문 전 대통령을 향해 “자신이 ‘최고존엄’이라 착각하는 것 아닌가. 법위에, 국민 위에 군림하겠다는 것 밖에 되지 않나”라고 분통을 터트렸겠나.

누차 언급했다시피,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는 것은 국가의 최우선 책무다.

문 정권이 북한의 만행에 눈감고 이씨를 월북자로 몰아간 것이 사실이라면 이것은 국가의 폭력이자 심각한 인권 유린이다.

이제라도 이를 제대로 규명해 책임자를 엄중 처벌하는 것이 고인의 넋을 위로하고 유가족의 고통과 상처를 보듬는 길이다.

그것이 ‘월북자 자식’으로 낙인찍혀 스무살 봄날에 육사 진학의 꿈을 포기한 이씨 아들의 절망과 슬픔을 달래는 길이기도 하다.

막스 베버는 ‘직업으로서의 정치’에서 “정치인은 자기 행동의 결과에 대한 책임을 가볍게 생각하면서 자기가 주는 인상만을 중시하는 위험 속에 있다”고 경고했다.

자신이 저지른 실수와 과오에 침묵한 채 수족들에게 모든 책임을 떠넘기는 것은 결코 올바른 지도자의 자세가 아니다.

이제라도 ‘진실의 문(文)’을 열어야 한다.

박정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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