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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세계 유일 마이너스 금리 日 바뀔까…'포스트 구로다'에 쏠린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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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로다 BOJ 총재, 내년 4월 임기 만료

마이너스 금리·YCC 정책 업적

엔저 가치 하락 초래 비판도

차기 후보로 아마미야·나카소 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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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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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 대규모 금융완화 정책을 이끈 일본은행의 구로다 하루히코 총재의 임기 종료가 약 4개월 앞으로 다가오면서 일본 정부가 기존 금융정책의 방향을 전환하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구로다 총재는 올해들어 엔화 가치가 32년만에 최저치로 하락했지만 물가 상승 목표치인 2%를 안정적으로 달성하려면 통화 완화정책을 지속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구로다 총재는 지난 10일 참의원 재정 금융위원회에 참석해 임기 만료 후 연임 여부에 대해 거절의 의사를 밝혔다. 그는 "올해로 취임한지 딱 10년이 된다"며 "총재를 연임하고 싶은 개인적인 희망은 전혀 없다"고 밝혔다. 블룸버그는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현재 차기 행장을 물색 중이라며 총재 인사안은 내년 1월 소집되는 정기 국회에서 제시될 전망이라고 전했다.

◆구로다 총재, 아베노믹스의 조타수 활약…엔저 초래 비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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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4월 아베 신조 당시 일본 총리와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가 일본 총리관저에서 악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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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로다 총재는 2차 아베 신조 내각이 출범한 직후인 2013년 3월 취임한 뒤 대규모 금융완화 정책인 '아베노믹스'의 조타수로 활약했다. 2016년에는 시중에 통화량을 늘리고자 기준금리를 -0.1%로 내리는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도입했다. 일본의 10년물 국채금리가 0%에서 0.25%사이로 유지될 수 있도록 무제한으로 국채를 매입하는 수익률곡선통제(YCC) 정책도 병행했다.

구로다 총재가 특단의 조치를 내린 이유는 일본 경제가 30년간 디플레이션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했기 때문이다. 1990년대 부동산 시장이 폭락한 이후 일본의 물가 상승률은 소비세율 인상으로 물가가 올랐던 2014년 4월을 제외하면 모두 1% 안팎을 맴돌았다.

장기간 디플레이션이 지속되면서 임금 인상률도 제자리를 맴돌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E) 통계에 따르면 1997년을 100으로 했을떄 일본과 한국의 급여는 각각 90.3과 158을 기록했다. 이는 20여년 간 한국 직장인의 급여가 58% 상승하는 동안 일본은 되려 10% 하락했다는 것을 뜻한다. 저조한 임금으로 민간의 소비심리가 위축되면서 경제가 좀처럼 활력을 띄지 못하자 구로다 총재는 2% 수준의 물가상승률을 목표로 내걸고 대규모 금융 완화 정책을 감행했다.

문제는 구로다 총재의 금융 완화정책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대대적인 기준금리 인상과 맞물리면서 엔화 가치 폭락을 야기했다는 것이다. 올해 초 달러당 115엔대에 거래됐던 엔화는 Fed가 3년만에 기준금리를 인상하고 나서면서 지난 4월, 2015년에 집계된 최저치(125.86)를 돌파했다. 지난 10월에는 엔달러 환율이 심리적 마지노선인 150엔을 넘어서면서 32년만에 엔화 가치가 최저치로 떨어졌다.

급격한 엔화 가치 급락은 국제 원자재와 에너지 가격 상승과 겹치면서 일본의 무역수지 적자폭을 확대했다. 일본 재무성이 지난달 20일 발표한 올 상반기 무역수지는 11조75억엔 적자로 1979년 이후 역대 최대 적자 기록했다.

그러나 구로다 총재는 지난달 22일 열린 금융정책결정회의 에서 “임금 인상을 수반하는 형태로 물가안정 목표(2%)를 실현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금융완화를 계속하는 것이 적절하다. 당분간 금리를 인상할 일은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미스터 BOJ vs 국제 경제 전문가'…차기 총재따라 정책 변화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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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미야 마사요시 일본은행 부총재(왼쪽), 나카소 히로시 다이와 종합 연구소 소장(오른쪽) [이미지출처=일본은행, 일본 경단련]


주요 외신들은 구로다 총재 임기 종료 후에는 이같은 금융정책에 변화가 생길 수 있다고 전망했다. 현재 구로다 총재 후임으로는 아마미야 마사요시 일본은행 부총재와 나카소 히로시 다이와 종합 연구소 소장이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아마미야 부총재는 구로다 총재가 취임 직후 내놓은 YCC 정책을 주도한 인물로, 일본은행 내에서는 '미스터 BOJ'로 불리고 있다. 그는 구로다 총재의 막후에서 통화정책을 기획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금융 정책 전반에 정통해 유연한 대응이 가능하다는 평가를 받고있다.

블룸버그는 아마미야 부총재가 구로다 체제를 기획하는 데 일조한 인물인 만큼 그가 총재 자리에 오르면 현 금융정책를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앞서 아마미야 총리는 지난 7월 열린 강연에서 "임금을 상승하고 안정적으로 2%의 물가 상승을 지속하기 위해 금융완화정책이 지속될 필요가 있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반면 나카소 소장이 총재에 오를 경우 금융정책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있다. 나카소 소장은 2008년 세계 금융위기 당시 금융시장국 국장으로 활약하며 세계 경제 위기를 대응한 이력이 있는 인물이다. 그는 2013년 쿠로다 총재의 취임 이후 5년간 일본은행의 부총재로 역임했으며 국제결제은행(BIS) 시장 위원회의 의장으로도 활동했다.

블룸버그는 나카소 소장이 총재가 되면 금융완화 정책을 유지하기 보다 시장에 초래된 부작용을 해소하는 데 주력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난 9월 토론회에 참석해 "아베노믹스의 정책 조합은 적절했다고 본다"면서도"아베노믹스 실천 과정에서 일본 은행에 지나치게 의존해 중앙은행이 해야할 역할 이상의 것을 수행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블룸버그는 이같은 발언은 그가 후임 총재가 될 경우 금융 완화정책을 지속하지 않는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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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미야 마사요시 일본은행 부총재.


일본 언론은 현재로서는 아마미야 부총재의 부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는 지난 9월 일본은행 정책 분석가(BOJ 워처) 21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의 80%가 아마미야 부총재를 차기 총재에 오를 것이라고 답했다고 전했다.

UBS증권 관계자는 니혼게이자이에 "기시다 총리가 구로다 총재 아래서 금융 정책을 구축한 아마미야 부총재가 후임자가 돼야 금융정책의 부드러운 승계가 이뤄질것이라고 판단할 듯 하다"고 밝혔다.

반면 니혼게이자이는 “물가 상승 압박이 강해질 경우, 기시다 총리가 제3의 후보를 선택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이지은 기자 jelee042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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