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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에 붉은 반점이…울주군 주민이 27년간 마신 물의 정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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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흙탕물. 기사와 무관. [연합뉴스]


울산시 울주군의 한 마을 주민들이 27년간 농업용수를 식수로 사용한 것으로 뒤늦게 밝혀졌다. 이에 울주군은 관내 5000여개 관정에 대한 전수조사에 나섰다.

26일 울산 울주군에 따르면 지난 9월 울주군 청량읍 율리 한 마을에서 수도꼭지를 틀자 탁한 물이 쏟아졌다. 이어 몇 번 더 틀자 아예 흙탕물이 나오기 시작했다. 또 다른 주민은 평소보다 맛이 이상해진 수돗물을 마시고 얼굴에 붉은 반점이 생겼다.

수돗물에 이상이 생긴 것을 발견한 주민들은 울주군에 “물을 마시고 난 후에 얼굴이 울긋불긋해졌는데, 알아보니 이웃에서도 같은 현상이 나타났다”라고 신고했다.

그러면서 주민들은 “한 달 전부터 마을에 짓고 있는 교회 공사로 인해 사용된 탁한 물이 수돗물에 흘러 들어가 마을 전체에 공급된 것 같다”고 말했다. 평소에는 문제가 없었으나, 교회 공사 과정에서 탁한 물이 나왔을 가능성을 제기한 것이다.

울주군은 신고를 받고 원인 찾기에 나섰다. 하지만 얼마 뒤 놀랄만한 조사 결과가 나왔다. 교회 공사 때문이 아니라 27년간 이 마을에서 농업용수용으로 개발한 지하수 관정을 간이상수도로 사용했다는 것이었다. 주민들은 “단순히 이번에만 이상한 줄 알았는데, 이렇게 오랫동안 농업용수를 식수로 마셔왔다는 것이냐”며 황당해했다.

울주군청 관계자는 “시에서 지정한 소규모 수도 시설은 수질 검사 등 유지 관리를 하고 있는데, 이번에는 농업용을 아예 식수로 사용한 상황이어서 관리망을 벗어나 있었다”며 “1995년에 해당 농업용 관정이 만들어졌다는 기록만 있어서, 정확히 어떤 이유로 식수가 농업용수로 둔갑했는지는 조사 중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올여름 태풍 등 이유로 갑자기 흙탕물이 나온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 농업용수는 마을 20여 가구에 수돗물로 공급된 것으로 파악됐다. 주민이 민원을 제기했을 당시 수질검사 결과에서는 대장균 등도 검출됐다. 대장균이 포함된 물을 마시면 배탈이나 설사를 일으킬 수 있다.

이 마을 사례는 울주군 행정 사무감사에서도 지적됐다. 김시욱 울주군의원은 해당 사례를 들어 “울주군 지역에 상수도 또는 간이 농업용수 활용을 위해 굴착된 관정은 5000여개다”라며 “관정을 전수조사하고, 유사사례가 없는지 파악해달라”라고 울주군에 요청했다.

이에 울주군은 지난달 초 해당 마을에 긴급 상수도용 관정을 팠다. 또 지역 농업용수 관정 전수조사에 착수했다. 울주군 관계자는 “상수도 관정을 새로 설치한 이후로는 안전한 물을 공급하고 있다”라며 “이와 비슷한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

울산=백경서 기자 baek.kyungse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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