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18 (목)

‘동행’으로 시작한 이재용 회장, 숨 가빴던 취임 한 달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빈살만 등 글로벌 네트워크 재확인…연말 인사 '뉴삼성' 비전 담기나

이투데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부산 지역 협력사 동아플레이팅을 방문해 이오선 대표의 안내를 받으며 생산시설을 둘러보고 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7일 취임 한 달을 맞는다. 취임 후 첫 공식일정으로 협력사를 찾은 이 회장은 최근 잇달아 방한한 글로벌 정계, 경제계 거물급 인사들을 만나며 숨 가쁜 시간을 보냈다. 다음 달 초에 단행될 것으로 예상되는 연말 정기 사장단 인사와 조직개편에서 '뉴삼성' 비전이 구체화될지 주목된다.

취임식 후 협력사부터 챙겨…"동행 비전 핵심축"


이 회장은 별도의 취임식이나 취임사 없이 예정된 일정을 소화하며 회장직에 올랐다. 2014년 5월 고(故) 이건희 선대회장이 급성심근경색으로 쓰러진 후 실질적인 삼성의 총수 역할을 해온 만큼 평소와 다름없는 모습을 보였다. 다만 이 회장은 취임 날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삼성물산 부당 합병 의혹 사건의 1심 오전 속행 공판을 마치고 나온 뒤 "제 어깨가 많이 무거워졌다"며 "국민에게 조금이라도 더 신뢰받고 사랑받는 기업을 만들어보겠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취임 다음 날 삼성전자와 28년간 거래한 광주의 전자제품 제조업체 디케이를 방문했다. 당시 이 회장은 생산 현장을 둘러보며 “협력회사가 잘 돼야 우리 회사도 잘 된다”며 상생 협력을 강조한 바 있다. 10일이 지난 이달 8일에는 부산에 있는 협력사 동아플레이팅으로 갔다. 이 회장은 “건강한 생태계를 조성해 상생의 선순환을 이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계는 이 회장이 취임 이후 연이어 지방 협력사를 찾은 것은 동반성장을 핵심 경영 가치 중 하나로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했다. 재계 관계자는 “이 회장의 동행 비전은 뉴삼성의 핵심축으로 자리잡고 있다”고 설명했다.

해외 거물급 인사들 연쇄 회동, 삼성 미래 사업 챙겨


이투데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17일 오후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와의 티타임을 마치고 나서고 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 회장은 이달 17~18일 해외 VIP 인사들과 연쇄 회동하며 삼성의 미래 사업을 챙겼다.

이 회장은 17일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함께 윤 대통령과 마크 루터 네덜란드 총리의 정상회담에 앞서 열린 양국 반도체 기업인 차담회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는 이 회장과 친분이 두터운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 업체 ASML의 비터 베닝크 최고경영자(CEO)도 동석했다.

반도체 장비업체 ASML은 삼성전자의 ‘반도체 초격차’ 유지를 위해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파트너다. 특히 삼성전자가 2030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등 시스템반도체 1위 달성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안정정직 장비 수급이 뒷받침돼야 한다.

ASML은 반도체 첨단 미세 공정의 핵심인 EUV(극자외선) 노광장비를 독점 공급하고 있다. 컨테이너박스 2대 크기의 EUV 장비 1대 가격이 4000억~5000억 원에 이를 정도로 고가이지만 공급 물량이 연간 40여 대로 제한적인 만큼 삼성전자와 함께 대만 TSMC, 미국 인텔 등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의 쟁탈전이 치열하다. 내년 출하 예정인 ASML의 최신 장비인 ‘하이NA EUV’는 연간 생산량이 20대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대당 가격은 약 4000억 원으로 예상된다

18일에는 호암 이병철 삼성 창업회장의 35주기 추도식에 참석한 뒤 서울에서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와 만났다. 산체스 총리는 이 회장에게 스페인 내 반도체 공장 설립 투자를 요청하는 등 반도체 공급망에 참여하려는 계획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은 이날 저녁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 주재한 차담회에 참석해 총 사업비 5000억 달러(약 660조 원)에 이르는 '네옴시티' 사업과 관련해 폭넓은 대화를 나눴다. 이 회장은 삼성전자의 인공지능(AI), 5Gㆍ6G, 사물인터넷(IoT) 기술력을 소개하고 이를 활용한 협력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이 회장이 내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ITㆍ가전전시회인 CES 2023 방문 가능성이 제기된다.

연말 사장단 인사 관심 집중…지배구조 개편 남은 과제


이 회장이 다음 달 초 예정된 삼성 사장단 인사 및 조직개편을 통해 어떤 메시지를 내놓을지도 관심사다. 이번 인사에서 삼성전자의 '한종희ㆍ경계현 투톱 체제'에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김기남(DS부문)·고동진(IM부문)·김현석(CE부문) 대표이사 및 부문장 3명을 모두 교체하는 파격 인사를 단행했다. 10년간 유지해왔던 소비자가전(CE), IT·모바일(IM), 디바이스솔루션(DS) 등 3개 부문도 DX(CE·IM), DS 2개 부문으로 재편했다. DX부문장에 한 부회장, DS부문장에 경 사장을 각각 선임했다.

옛 삼성 미래전략실과 유사한 그룹 컨트롤타워 재건, 비서조직 신설 등의 가능성은 열려 있다.

지배구조 개편도 뉴삼성을 향한 중요한 관문이다. 삼성의 지배구조는 이 회장 등 오너일가→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어진다. 삼성의 주력 계열사인 삼성전자에 대한 이 회장의 지분이 1.63%에 불과해 외국의 헤지펀드 등의 약탈적 경영권 공격에 취약할 수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국회에 계류 중인 보험업법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지분을 취득 원가가 아닌 시가 기준으로 총자산의 3%만 보유할 수 있게 된다. 삼성생명이 20조 원에 달하는 삼성전자 지분을 의무적으로 팔아야 하기 때문에 이 회장의 지배력이 약화할 수밖에 없다.

[이투데이/장효진 기자 (js62@etoday.co.kr)]

▶프리미엄 경제신문 이투데이 ▶비즈엔터

이투데이(www.etoday.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