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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위믹스’ 상폐 결정에 P2E 게임, 성장 동력서 최대 리스크로 부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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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경기 성남시 위메이드 본사 외벽에 위믹스가 홍보되고 있는 모습.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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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돈 버는(P2E) 게임’ 대표주자 위메이드가 발행한 가상화폐 ‘위믹스’가 상장 폐지(거래지원 종료) 결정을 받으면서 규제에 허덕이던 국내 P2E 게임 생태계가 더 큰 혼란에 빠져들 것으로 보인다. 그간 위믹스를 성장 동력으로 국내외 다수 게임사를 P2E 생태계에 합류시키며 몸집을 불리던 위메이드가 존폐 갈림길에 서면서, 뒤따라 P2E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하던 국내 게임업계도 위기에 놓이게 된 것이다.

26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위메이드의 위믹스가 지난 24일 상장폐지 결정되면서 국내 P2E 게임시장에 빨간불이 켜졌다. 위믹스는 위메이드가 자체 발행한 가상화폐로, 위메이드가 만든 게임과 결합해 아이템과 캐릭터를 사고파는 데 쓰인다.

위메이드는 그간 위믹스를 필두로 가상화폐 경제 시스템을 게임에 적용해 해외에서 새로운 시장을 발굴하고 있었다. 직접 가상화폐를 발행해 게임 이용자가 플레이를 통해 얻은 게임상 재화를 실제 현금화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회사가 게임 ‘미르4′에 P2E 요소를 도입해 해외 시장에 내놓은 ‘미르4 글로벌’은 동시 접속사 130만명을 기록하는 등 성과를 내며 P2E 시장의 선두 주자로 자리매김했었다.

특히 위메이드는 위믹스를 발판으로 국내외 여러 기업에 투자를 집행하고 파트너십을 체결하면서 규모를 키워왔다. 위믹스를 매각해 기업을 인수하거나 이를 담보로 대출받아 회사를 인수하기도 했다. 게임 애니팡 제작사인 위메이드플레이(구 선데이토즈) 역시 위메이드가 지난 1월 위믹스를 매각해 1367억원에 인수한 회사다.

국내 주요 게임도 위믹스 생태계에 합류하면서 위믹스를 게임 화폐처럼 사용하는 연합체도 구축됐다. 위메이드는 내년 1분기까지 100개 게임에 위믹스를 적용한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하는 등 질주하고 있었다.

문제는 이렇듯 회사의 P2E 생태계 구축의 핵심 역할을 하는 위믹스가 무너졌다는 것이다. 지난달 25일 위믹스 시가총액이 3000억원대에서 하루 만에 8000억원대로 2배 넘게 널뛰면서 투자자들 사이에선 논란이 확산했다. 이어 지난달 27일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협의체인 닥사(DAXA)는 “위믹스가 제출한 유통량과 실제 유통량에 차이가 있다”라는 설명과 함께 위믹스를 투자유의종목으로 지정하고 2주간의 소명 기간을 제시했다.

위메이드는 각 거래소에 2억4957만개의 위믹스를 발행하겠다고 알렸지만, 실제로는 7245만4705개의 위믹스가 추가로 발행된 상태였다. 위메이드는 추가 물량 중 2500만 위믹스는 위믹스 연동 게임 등 서비스를 위한 유동성 공급용, 1165만 위믹스는 블록체인 투자 및 기업 인수용, 3580만 위믹스는 위메이드가 새로 발행한 가상화폐 위믹스 달러 발행을 위한 담보물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두 차례 연장된 소명 기간 중 위메이드의 해명에도 결국 닥사는 위믹스의 중대한 유통량 위반, 투자자들에 대한 미흡하거나 잘못된 정보 제공, 소명 기간 중 제출된 자료의 오류 및 신뢰 훼손 등을 이유로 위믹스의 상장 폐지를 결정했다. 위믹스 거래는 12월 8일 오후 3시에 끝난다. 위믹스 투자자는 내년 1월 5일 오후 3시까지 거래소에서 위믹스를 출금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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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5일 장현국 위메이드 대표가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위믹스 상장 폐지의 부당함에 대해 발언하던 중 눈물을 흘리고 있다. /유튜브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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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위메이드도 이번 상장 폐지 결정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장현국 위메이드 대표는 전날 기자간담회를 통해 거래소에 대한 가처분 신청을 하고 상장 폐지 절차의 부당함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겠다고 강조했다. 장 대표는 “위메이드 사업 축이 글로벌로 옮겨간 가운데 사업이나 영업엔 이번 사태가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다”라며 “계획했던 온보딩 계획도 그대로며 게임 출시 일정도 모두 정상적으로 맞춰 진행될 것이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가처분 신청 결과와 무관하게 이번 사태로 P2E 생태계에 대한 불신이 확산한다면 이는 국내 게임업계에 치명적일 것으로 보인다. 그간 국내 게임사는 정부에 해외 진출 및 게임산업 육성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P2E 게임 규제 완화를 요구해왔는데, 이번 사태로 결국 게임사가 P2E의 위험성을 직접 보여준 셈이 됐기 때문이다. P2E 관련 규제가 풀리는 것을 기대하기 어려워졌다는 뜻이다.

게임물관리위원회는 ‘바다이야기’ 사태 이후 사행성에 대한 이용자 보호 조치를 이유로 국내에서 P2E 게임을 규제하고 있다. 게임에서 획득한 아이템이나 대체불가토큰(NFT)을 가상화폐로 바꿔 현금화한다면 이는 사행성으로 직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게임사는 국내 시장에선 게임의 P2E 요소를 제거한 버전만을 출시하고 있다. 대신 규제를 피해 해외법인을 설립하며 해외에서 P2E 게임 서비스를 내놓고 있었다.

게임업체가 발행한 다른 가상화폐에 대한 불신 역시 확산한다면 업계 전반에 대한 신뢰도가 하락할 수밖에 없다.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25일 오후 1시 기준 넷마블이 발행한 가상화폐 마브렉스(MBX), 카카오게임즈가 발행한 가상화폐 보라(BORA)는 9%와 7%의 가파른 낙폭을 보였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테라·루나 사태 이후로 이미 가상화폐 시장은 신뢰도가 바닥이었다”라며 “상장사에다가 마이크로소프트(MS) 등 주요 회사로부터 투자까지 받았던 위메이드가 발행한 위믹스가 상장 폐지되면서 가상화폐는 물론 게임사에 대한 불신이 확산할 수밖에 없다”라고 했다. 그는 “당분간 게임사가 P2E 게임에 공격적으로 투자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라고 했다.

이소연 기자(sosoy@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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