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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벤투의 4년 공든탑 ‘빌드업 축구’ 안착… 가나戰 희망을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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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14위 우루과이와 대등한 경기 비결은

한국 축구는 2022 카타르 월드컵이라는 대양(大洋)을 누비기 위해 지난 4년을 준비했다. 2018년 8월 파울루 벤투(포르투갈) 감독을 선임해 역대 최장수 대표팀 사령탑이라는 영예를 보장해 줬다.

결전에 나선 벤투호는 24일 H조 조별리그 첫 판에서 우루과이와 0대0 무승부를 거두며 승점 1을 땄다. FIFA(국제축구연맹) 랭킹 28위인 한국이 랭킹 14위인 강호를 맞아 선전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전·후반에 한 번씩 우루과이의 슈팅이 한국 골대를 맞고 나오는 행운도 따랐다.

◇신중했던 우루과이에 ‘빌드업’ 통해

축구에서 ‘빌드업(Build-up)’은 기본적으로 공격을 해 나가는 방법 전체를 일컫는다. 벤투 감독이 추구하는 빌드업은 다양한 패스 워크로 공 점유율을 높이면서 상대의 압박을 뚫고 나가는 것이다. FIFA의 글로벌 발전 디렉터이자 기술연구그룹의 수장인 아르센 벵거 전 아스널(잉글랜드) 감독의 말처럼 압박과 탈압박, 빌드업은 이제 선진 현대 축구의 기준이다.

한국은 경기 초반부터 흐름을 잡았다. 우루과이가 예상보다 조심스럽게 수비를 하면서 주도권을 내준 듯한 측면이 있었다. 디에고 알론소 우루과이 감독은 경기 후 “첫 20분 동안 한국을 제대로 압박하지 못했다”고 했다. 우루과이는 뒤로 물러서 일종의 지역 방어를 했다. 한국에 어느 정도까지는 공간을 내주다 위험 지역으로 공이 들어오면 집중 압박을 하는 형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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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양인성


한국은 준비했던 대로 좌우를 넓게 활용하는 공격을 시도했고, 경합 상황 후에 흐르는 ‘세컨드 볼’을 적극적으로 따내 고삐를 계속 잡을 수 있었다. 황인범(올림피아코스)과 나상호(FC 서울)가 상대 압박을 뚫어내는 모습을 보였다. 후반 중반에 나상호와 교대한 이강인(마요르카)도 특유의 개인기를 앞세워 공을 간수했다.

◇사력 다한 수비... 체력 회복이 관건

수비 에너지는 한국이 훨씬 강했다. 공격에서 수비로 전환할 땐 전방의 황의조(올림피아코스), 손흥민(토트넘)부터 빠르게 압박에 나섰다. 중원에선 이재성(마인츠)이 페데리코 발베르데(레알 마드리드)를 효과적으로 막았다. 현 유럽리그 최고 수준의 미드필더인 발베르데는 이재성이 후반 30분 교체되어 나간 다음에 더 활발하게 뛰었다. 강력한 중거리슛으로 한국 골대를 때리기도 했다. 발베르데는 “미드필드에서 많이 압박을 당했다. 빈 공간을 찾으려고 노력했다”고 했다. 우루과이는 한국의 압박을 피해 롱패스 한 번으로 전방에 공을 보내는 단순한 작전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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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24일 오후(현지시간) 카타르 알라이얀의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H조 1차전 대한민국과 우루과이 경기. 한국 정우영이 우루과이 수아레스가 공을 잡기 전 공을 걷어내기 위해 몸을 날리고 있다. 왼쪽부터 호세 히메네스, 황인범, 수아레스, 김민재, 정우영.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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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수비는 골키퍼 김승규(알 샤바브)와 포백(4back)인 김진수(전북 현대), 김영권(울산), 김민재(나폴리), 김문환(전북)까지 ‘김씨 5인조’가 책임졌다. 부상 때문에 앞선 두 번의 월드컵에 출전하지 못했던 김진수는 8년 만의 월드컵 데뷔전에서 태클 성공 3회, 경합(지상+공중) 승리 8회 등으로 활약했다.

벤투 감독의 고민이었던 오른쪽 수비수로 나선 김문환은 오른쪽 날개 공격수 나상호와 협력해 우루과이의 침투 시도를 차단했다. 김문환은 공격에도 적극적으로 가담했다. 전반엔 문전의 황의조에게 낮고 날카로운 패스를 했는데, 황의조의 논스톱 슈팅이 골문 위로 넘어갔다. 이 장면이 한국에는 가장 아쉬운 득점 기회였다. 축구 통계매체 폿몹(FotMob)에 따르면 김문환의 패스 성공률은 90.4%로, 45분 이상을 뛴 양팀 선수를 통틀어 가장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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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24일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H조 1차전 대한민국과 우루과이 경기에서 대표팀 수비수 김민재가 우루과이 다르윈 누녜스를 수비하다 부상을 입고 그라운드에 누워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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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력을 다한 한국 선수들은 경기 후 그라운드에 쓰러졌다. 벤투 감독은 “후반에는 피로가 쌓여서 경기력이 나오지 않았다”고 말했고, 김진수는 “나뿐 아니라 대표팀의 여러 선수가 진통제를 먹고 뛴다”고 밝혔다. 가나와의 2차전(28일)을 앞둔 한국의 과제는 체력 회복과 부상 관리다. 포르투갈에 져 1패를 안은 가나는 우수한 체격과 힘을 앞세워 우루과이보다 더 적극적으로 한국을 압박해 들어올 전망이다.

한국은 앞선 10번의 월드컵의 2차전에선 4무 6패에 머물고 있다. 이번엔 2차전 무승 징크스를 깰 수 있을까. 벤투 감독은 ‘우루과이전을 통해 16강 진출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보느냐’라는 질문에 “자신감은 있다”고 말했다. /도하=성진혁 기자

[도하=성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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