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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이슈 세계 금리 흐름

사상 첫 6연속 금리인상…‘베이비스텝’으로 속도조절…한은도 내년 성장률 1%대로 수정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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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이 5%대 소비자물가 상승률에 대응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했다. 물가에 무게를 둔 통화정책 기조 속에 내년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1%대로 대폭 낮춰 잡을 정도로 경기 하방 위험이 커진 점을 감안해 베이비 스텝(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을 밟은 것이다.

이에 따라 사상 첫 6연속(4·5·7·8·10·11월) 금리 인상 기록을 썼고, 기준금리는 10여년 만에 최고 수준에 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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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통위 주재하는 李총재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4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이날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3.00%→3.25%) 인상하는 ‘베이비 스텝’을 밟으면서 사상 첫 6차례 연속 기준금리 인상이 이뤄졌다.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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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24일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연 3.00%에서 3.25%로 올렸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높은 물가 오름세가 지속돼 물가 안정을 위한 정책 대응을 이어갈 필요가 있다”면서도 “경기 둔화 정도가 8월 전망치보다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외환 부문의 리스크(위험)가 완화되고 단기 금융시장이 위축된 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0.25%포인트 인상 폭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한은은 지난해 8월 15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하며 ‘통화정책 정상화’를 예고했다. 이후 같은 해 11월과 올해 1월까지 여섯 차례 연속 기준금리가 오르면서 총 2.75%포인트 상승했다. 3.25%의 기준금리는 2012년 7월(3.25%) 이후 10년4개월 만에 최고 수준이다.

이번 금리 인상은 고공행진하는 물가를 잡기 위한 측면이 가장 컸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7월 6.3%로 정점을 찍은 뒤 8월(5.7%)에 이어 9월(5.6%)까지 떨어지는 듯했지만, 지난달 5.7%로 다시 반등했다. 기대인플레이션율 또한 이달 들어 4.2%로 10월(4.3%)보다 낮아졌지만, 7월 역대 최고치(4.7%) 이후 4%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 2일(현지시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이례적 4연속 자이언트 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으로 최대 1%포인트까지 벌어진 한국(3.00%)과 미국(3.75∼4.00%)의 기준금리 차이도 인상의 주요 배경이 됐다.

한은 금통위의 판단에 가장 큰 변수로 작용해온 연준의 긴축 기조는 다소 누그러질 것이라는 분위기가 확산하고 있다. 연준이 23일(현지시간) 공개한 1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의사록에 따르면 위원 다수가 기준금리 인상 속도를 늦춰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다음달 FOMC에서 연준이 자이언트 스텝보다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을 밟을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리는 셈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수출 둔화 및 국내 경제 성장률 저하 등에 대한 부담은 점점 커지고 있다.

한은은 이날 발표한 수정 경제전망에서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1%보다 0.4%포인트 낮춘 1.7%로 제시했다. 1%대 성장률은 코로나19로 마이너스 성장했던 2020년(-0.7%)과 글로벌 금융위기 시절 2009년(0.8%)을 제외하면 2000년대 들어 가장 낮은 수준이다. 특히 2%대로 여겨지는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을 밑도는 것이어서 충격이 적잖을 전망이다. 이 총재는 “앞으로 글로벌 경기 둔화, 금리 상승 등의 영향으로 성장세가 약화할 것”이라며 “올해 성장률은 지난 8월 전망치(2.6%)에 대체로 부합하겠지만 내년의 경우 전망치(2.1%)를 상당 폭 하회하는 1.7%에 그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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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4일 오전 서울 중구 세종대로 한국은행에서 브리핑실에서 이날 열린 금통위 통화정책방향회의 결과에 대해 설명 하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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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의 6연속 기준금리 인상으로 가계대출자의 이자 부담은 36조원 이상 불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한은에 따르면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뛰고, 이 수준으로 대출금리가 오른다고 가정할 경우 전체 대출자의 이자는 약 3조3000억원 늘어난다. 지난해 8월부터 총 2.75%포인트 오른 상황을 반영하면 이자 부담은 36조3000억원이 늘어나는 셈이다.

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에 따른 가계대출자 1인당 연간 이자 부담은 평균 약 16만4000원 증가한다. 2.75%포인트로 환산하면 대출자 1인당 연이자 부담액도 180만4000원으로 확대된다.

이번 금리 인상 사이클의 최종 금리에 대한 금통위원들의 전망은 지난달에 이어 이번 달에도 3.50%가 주를 이루는 가운데 3.75%의 가능성도 열려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이미 8%에 육박한 대출금리도 더욱 오를 수밖에 없다.

지난 18일 기준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신규 취급액 코픽스 연동)는 연 5.280∼7.805% 수준이다. 신용대출 금리(1등급·1년, 연 6.218∼7.770%) 역시 8%대에 바짝 다가섰고, 주택담보대출 혼합형(고정) 금리(연 5.200∼7.117%)와 전세자금대출(주택금융공사보증·2년 만기) 금리(5.230∼7.570%)도 7%를 훌쩍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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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현재의 연3.0%에서 3.25%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24일 오후 서울의 한 은행앞에 대출금리 안내 현수막이 부착돼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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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상황에서 이날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오른 것만 반영하더라도 대출금리 상단은 조만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약 14년 만에 8%대에 진입할 전망이다. 3.75%까지 기준금리가 오른다면 9%대도 넘을 수 있다.

소상공인(자영업자)을 포함한 기업의 부담도 커졌다. 대한상공회의소는 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 시 기업들의 대출이자 부담은 약 2조원 늘어난다고 분석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올해 들어 가계대출 증가세가 한풀 꺾인 것과 달리, 기업대출은 눈덩이처럼 불어난다는 점이다. 5대 은행(KB·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10월 말 기준 기업대출 잔액은 704조6707억원으로, 지난해 말(635조8879억원) 대비 68조7828억원(10.82%) 증가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이날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에 김소월의 ‘진달래꽃’ 시 글귀가 적힌 넥타이를 매고 등장했다. 이로 인해 ‘이자 부담에 고통받는 차주를 위로하기 위한 것’ 등 다양한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이 총재는 “금리가 많이 오르고 경기도 나빠지면서 경제 주체들의 고통이 심해지는 상황을 잘 알고 있다”며 “5%가 넘는 물가 상승률을 낮추지 않고는 거시경제 전체적으로 사후 지불할 비용이 크기 때문에 인상할 수밖에 없는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금리인상 속도조절에도 하락세로 돌아선 부동산 시장의 분위기는 당분간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권대중 명지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금리가 이미 많이 올랐고, 추가로 더 오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내년에는 집값이 더 하락할 것”이라며 “서울을 조정대상지역으로 규제를 풀어주는 등 추가적인 대책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한은이 결국 금리를 동결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여전히 수요자가 집을 매수하기에는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며 “내년 상반기까지는 부동산 가격 조정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번 금리 인상 사이클의 최종금리 수준은 3.50∼3.75%로 예상된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최종금리 수준에 대해 “금통위원 간 의견이 나뉘었다”면서 “3.5%가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3명, 3.25%가 1명, 3.5%에서 3.75%로 올라갈 가능성을 열어두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2명이었다”고 전했다. 한은 금통위는 이 총재를 포함해 모두 7명으로, 이 총재는 구체적인 최종금리 수준을 밝히지 않았다.

다만 그는 “물가(상승률)가 한은 목표 수준(2%대)으로 충분히 수렴하고 있다는 증거가 확실한 이후 금리 인하에 관한 논의를 하는 게 좋을 것”이라며 “지금 금리 인하 논의는 시기상조”라고 강조했다.

김준영·유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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