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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유해정보 막으려면 “규제보다 빅테크의 자발적 노력 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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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통신심의위원회 국제 콘퍼런스 2022

구글·메타·틱톡 등 빅테크 기업 이용자 보호 정책 소개

“불황기 콘텐츠 심의·자체 규율 인력 우선 해고 우려도”


한겨레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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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의 합리적 선택과 안전을 위협하는 불법·유해 정보가 온라인에 널리 퍼지는 걸 막으려면, 입법을 통한 규제에 앞서 콘텐츠 플랫폼을 운영하는 빅테크 기업들의 자발적 노력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24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불법·유해 정보 유통 방지를 위한 협력 방안 모색’을 주제로 2022 국제콘퍼런스를 열었다. 이날 행사엔 구글(유튜브), 메타(페이스북·인스타그램), 틱톡 등 글로벌 빅테크 플랫폼 관계자와 국제인터넷핫라인협회(INHOPE), 독일연방미디어청, 국회입법조사처 등 국내·외 유관기관 전문가들이 대거 참여해 불법·유해정보를 근절하기 위한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김유향 국회 입법조사처 사회문화조사심의관은 “세계적으로는 사업자들의 자율적 조치보다 입법을 통한 규제가 늘어나는 추세”라고 소개했다. 예를 들어, 온라인 플랫폼 이용자 보호보다 표현의 자유를 우선시하는 경향이 큰 미국에서조차 플랫폼 기업의 책임성과 투명성을 강화하는 내용의 통신품위법 개정안이 상원에 여럿 발의돼 있다. 국내에서도 가짜뉴스나 허위정보를 유통한 이들에 대한 처벌 규정을 담은 정보통신망법과 언론중재법 개정안 여섯 개가 국회에 발의돼 있다. 김 심의관은 “법 체계가 지나치게 복잡해지면 규제 효과가 오히려 떨어질 수 있다며”며 “사업자들의 자율규제를 폭넓게 인정한다면, 정보 생산 및 유통과 관련한 규제 체계를 단순화해 보다 효율적인 대응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빅테크 기업들의 자율적 조치가 전제되지 않은 규제는 불법·유해 정보 대응을 더욱 어렵게 만들 수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심영섭 경희사이버대 겸임교수는 “온라인을 통한 불법적인 디지털 정보는 ‘티핑 포인트’인 24시간 안에 삭제하고 차단하는 것이 중요한데, 우리나라엔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사업자들한테 삭제나 접속 차단 조치를 강제로 요구하기 위한 법적 근거가 아직 없다”고 지적했다. 심 교수는 이어 “현행법에 따르면,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이용자 신고나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불법·유해 정보를 발견하면 3일 안에 사업자한테 시정을 요구해야 한다. 하지만 해당 정보가 이미 1주일, 1년, 심지어는 수년 전에 유통되기 시작한 것이라면, 뒤늦게 조치를 취하더라도 그 효과가 사실상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을 때와 다르지 않을 수 있다”며 “결국 공적 규제에 앞서 개별 사업자들의 자율적인 노력이 우선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외에서는 실질적인 집행 권한을 가진 자율규제기관이 기업들의 자정 노력을 이끌어 가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독일에서는 불법·유해 콘텐츠와 관련된 문제가 발생할 경우 플랫폼 기업들이 1주일 안에 대응해야 한다고 명시한 ‘네트워크집행법’이 2017년 시행됐다. 또한 정부로부터 재정 및 의사결정의 독립성을 보장받는 자율기구 ‘청소년미디어보호위원회’(KJM)가 콘텐츠 플랫폼뿐 아니라 호스팅 업체와 통신사에까지 불법·유해 정보에 대한 이용자 접속 차단 명령을 내릴 권한을 갖는다.

이날 행사에선 구글·메타·틱톡 등 국외 콘텐츠 플랫폼 기업들이 불법·유해 정보 유통을 미리 예방하거나 사후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제각기 기울이고 있는 노력들도 소개됐다. 장 자크 사헬 구글 아시아·태평양 글로벌통신정책총괄은 “구글의 목표는 사람들이 유용하고 믿을 수 있는 양질의 정보에 접근하도록 하는 것”이라며, 정부기관이나 언론사 등 신뢰할만한 정보 제공자가 올린 콘텐츠는 별도 표시를 하거나 검색 결과에서 상위에 노출되도록 하고 있다고 밝혔다.

디팔리 리버한 메타 안전정책총괄 국장은 아동·청소년 이용자들이 인스타그램·페이스북 등 플랫폼에서 어떤 경험을 할지를 직접 설계하고 관리할 수 있도록 다양한 도구를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청소년 이용자가 친구 관계를 맺지 않은 이로부터 개인 메시지를 받고 싶지 않을 경우, 메시지 수신 허용 범위를 직접 바꿔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다.

한편, 경기 부진으로 빅테크 기업들이 대규모 인력 감축에 나서면서 이용자 보호가 이윤 창출보다 우선순위에서 뒤로 밀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심영섭 교수는 “관리 비용을 아껴야 하는 기업들이 흔히 비효율적이라고 여겨지는 콘텐츠 심의 및 자체 규율을 위한 인력을 우선 해고할 가능성이 커졌다”며 “이는 자율 규제와 협치를 위한 기반이 약화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정연주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위원장은 “국경을 넘어 순식간에 전세계에 퍼지는 도박·음란·성매매·마약·디지털성범죄 등 인터넷상의 불법·유해 정보 근절은 한 나라의 노력만으로는 부족하다”고, 글로벌 협력 필요성을 강조했다.

정인선 기자 r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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