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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특수본, 주요 피의자 줄줄이 소환… 前용산서장 2차 조사(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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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성민 전 서울경찰청 공공안녕정보외사부장(경무관)이 24일 피의자 조사를 받기 위해 이태원 참사를 수사하는 경찰청 특별수사본부(특수본)에 출석하고 있다. /오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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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성필 기자, 오규민 기자] 핼러윈 기간 위험분석 보고서 삭제 의혹에 연루된 박성민 전 서울경찰청 공공안녕정보외사부장(경무관)이 24일 피의자 신분으로 이태원 참사를 수사하는 경찰청 특별수사본부(특수본)에 출석했다. 특수본이 출범 초기 입건한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 등 주요 피의자들도 이날부터 줄줄이 재출석해 조사를 받을 예정이다.

'보고서 삭제' 전 서울청 정보부장 출석
박 경무관은 이날 오전 10시께 특수본이 있는 서울청 마포청사에 도착해 취재진에 "조사에 성실히 응하겠다"고 말했다. 보고서 인지 시점이나 혐의 인정 여부를 묻는 질문엔 답하지 않고 청사로 들어갔다.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경무관급 이상 경찰 고위직이 특수본에 소환되는 건 그가 처음이다. 박 경무관은 이날 오전 앞서 압수된 휴대전화 등에 대한 디지털 포렌식 조사에 참관한 뒤 오후부터 조사를 받을 예정이다.

특수본에 따르면 박 경무관은 참사 이후 일선 경찰서 정보과장들이 참여한 대화방에서 "감찰과 압수수색에 대비해 정보보고서를 삭제하라"고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태원 핼러윈 축제 공공안녕 위험 분석'이라는 제목의 해당 보고서에는 '많은 인파로 인한 보행자들의 도로 난입, 교통불편 신고, 교통사고 발생 우려' 등 문구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특수본은 전 용산경찰서 정보과장 김모 경정이 사실상 박 경무관 지시에 따라 보고서를 삭제토록 직원을 회유한 것으로 보고 그에게 증거인멸교사 혐의를 적용했다. 특수본은 이날 박 경무관을 상대로 보고서 삭제 경위 등을 캐물을 방침이다.

특수본은 박 경무관에게 보고서 삭제가 윗선 지시로 이뤄졌을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다. 김동욱 특수본 대변인은 전날 브리핑에서 "아직까지 박 경무관의 윗선에서 보고서를 삭제토록 지시한 정황 등은 발견하지 못했다"고 했다. 특수본은 이번 조사에서 윗선의 실체 여부를 더불어 추궁할 것으로 보인다. 특수본은 또 박 경무관을 상대로 보고서 인지 시점을 확인할 계획이다. 박 경무관이 메신저 대화방에서 삭제 지시를 하기 전 보고서 존재를 알고 문제가 될 것이라 판단했다면 증거인멸의 고의성이 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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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 부실 대응을 수사하는 이태원 사고 특별수사본부(특수본)의 현판이 6일 오전 서울 마포구 경찰청 마포청사 입구에 걸려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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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의자 전환 소방·경찰 직원도 조사
특수본은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입건한 이모 용산소방서 현장지휘팀장도 이날 오전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시켜 조사 중이다. 이 팀장은 지난 8일 압수수색 당시 영장에 피의자로 형식적으로 적시됐다가 전날 재입건됐다. 그는 참사 당시 적절하게 현장 대응을 하지 못한 혐의를 받는다. 앞선 6일 입건된 최성범 용산소방서장과 같은 혐의다. 특수본은 이날 이 팀장을 상대로 참사 당시 인근 지역 구급대 지원 요청 등 구호 조치가 적절히 이뤄졌는지 등을 확인할 예정이다.

박 경무관과 이 팀장에 앞서 오전 9시에는 전 용산서 112상황실장 송모 경정이 재소환됐다. 송 경정은 전날 피의자로 조사받고서 오후 10시를 조금 넘겨 귀가했다. 특수본은 송 경정이 당일 이임재 전 서장에게 현장 상황을 제대로 보고했는지 등을 살피고 있다. 실제로는 참사 발생 후 50분이나 지나 현장에 도착한 것으로 드러난 이 전 서장이 참사 5분 뒤인 오후 10시20분께 현장에 도착했다는 내용으로 상황 보고를 조작했다는 의혹, 용산서와 서울청 사이 기동대 배치 요청을 둘러싼 진실 공방, 참사 당일 현장 팀장으로 지하철 6호선 이태원역 출입구 통제 등 대응이 미흡했다는 의혹도 확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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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이 21일 서울 마포구 이태원사고 특별수사본부로 소환되고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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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피의자 재소환… 내주 구속영장
앞선 21일 1차 조사를 받은 이 전 서장도 이날 오후 특수본에 재출석한다. 이 전 서장은 핼러윈 기간 인파가 몰릴 것으로 충분히 예상되는데도 사전 조치를 하지 않고 현장에 늦게 도착해 늑장 대응한 혐의(업무상 과실치사상·직무유기)를 받고 있다. 그는 지난 1차 조사에서 11시간 넘게 조사를 받은 뒤 귀가했다. 당시 특수본은 이 전 서장을 상대로 사고 현장에 뒤늦게 도착하고 경찰 지휘부에 보고를 지연한 경위가 무엇인지, 핼러윈 사전 대비는 어떻게 했는지 캐물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수본은 이날 용산서의 기동대 배치 요청을 둘러싼 사실관계를 집중 추궁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이 전 서장은 국회에서 "핼러윈 대비 안전대책차원에서 서울청에 기동대 투입을 요청했지만 인력 부족을 이유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특수본은 압수물 분석과 참고인 조사 등에서 용산서가 경비기동대를 요청했다는 근거를 확인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관계자들의 진술도 엇갈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한다.

특수본은 25일에는 류미진 전 서울청 인사교육과장(총경), 26일엔 최성범 서장을 재차 불러 조사할 예정이다. 이들은 앞선 18일, 21일 각각 소환돼 조사를 받았다. 특수본은 이주 이들 주요 피의자에 대한 조사를 마치고 일부는 다음 주 중으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다. 특수본 관계자는 "구속영장 신청에 대비해 검찰과 수사 과정에서 꾸준히 협의를 해왔다"고 말했다. 혐의 소명과 영장 발부를 자신하고 있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조성필 기자 gatozz@asiae.co.kr
오규민 기자 moh01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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