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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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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속 36㎞ 빠른 발, 몸값 1395억…한국이 맞설 우루과이의 핵 [이승우의 PI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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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시즌 프리미어리그 리버풀에서 절정의 공격력을 과시 중인 우루과이 공격수 누녜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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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루과이대표팀 단복을 착용한 누녜스(왼쪽에서 두 번째).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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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카타르월드컵 본선 1차전을 치를 우루과이대표팀을 직접 보고 싶어 지난 20일 카타르 도하의 알에르살 트레이닝센터를 찾았다. 예상과 달리(?) 나를 알아 본 우루과이 기자들이 몰려드는 바람에 인터뷰만 실컷 해주고 왔다.

한국 기자님께 물어보니 월드컵 같은 국제대회에선 상대국 미디어들끼리 의사소통하며 정보를 주고받는 장면을 흔히 볼 수 있다고 한다. 우루과이 기자들은 우리 대표팀 정보를 하나라도 더 알아내기 위해 날카로운 질문들을 쏟아냈다. 예상대로 (손)흥민(30·토트넘)이 형의 상태와 출전 여부가 제일 뜨거운 이슈였다. 알릴 것은 알리고 감출 것은 감추면서 자연스럽게 마무리했다.

대화를 주고받는 과정에서 우루과이 미디어가 가장 신뢰하는 선수는 2선 공격수 다르윈 누녜스(23·리버풀)라는 느낌을 받았다. 루이스 수아레스(35·나시오날), 에딘손 카바니(35·발렌시아), 디에고 고딘(36·벨레스 사르스필드) 등 베테랑 선수들이 간판 스타 역할을 맡고 있지만, 팀 전술을 풀어가는 건 누녜스와 페데리코 발베르데(24·레알 마드리드), 로드리고 벤탕쿠르(25·토트넘) 같은 젊은 선수들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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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우루과이축구대표팀 훈련장을 방문한 이승우. [사진 이승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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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우루과이축구대표팀 훈련장을 방문한 이승우. [사진 이승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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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루과이 기자들의 반응을 확인한 뒤 해설 자료를 준비하며 들여다 본 누녜스의 인생은 드라마로 만들어도 좋을 만큼 파란만장했다. 어린 시절 지독한 가난을 견디며 축구를 했다. 끼니를 해결하지 못해 굶으며 운동한 날이 많았다고 한다.

심각한 부상도 이겨냈다. 우루과이 명문클럽 페냐롤에서 유망주로 인정받으며 1군 데뷔를 준비 중이던 17세 때, 축구선수에게 치명적인 무릎 십자인대 부상으로 두 번이나 수술대에 올랐다. 1년 가까운 시간을 허비한 끝에 그라운드에 복귀할 수 있었다.

분명 위기의 순간인데, 누녜스는 새로운 기회로 만들었다. 우루과이 현지 기사를 찾아보니 무릎 수술 이후 힘든 재활에 매달리던 시절, ‘무릎을 또 다치지 않으려면 주변 근육을 키워야 한다’는 깨달음을 얻어 웨이트트레이닝에 매달렸다고 한다. 그때를 계기로 당당한 체격(1m87㎝·81㎏)과 점프력, 스피드까지 다양한 장점을 갖춘 측면 공격수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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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우루과이축구대표팀 훈련장을 방문한 이승우. [사진 이승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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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녜스는 (이)강인(21·마요르카)이가 대회 MVP로 뽑힌 2019년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 월드컵에서 우루과이를 3위로 올려놓으며 주목 받았다. 알메리아(스페인)를 거쳐 벤피카(포르투갈)와 리버풀(잉글랜드)로 이적할 때마다 몸값이 쑥쑥 뛰었다. 2020년 9월 벤피카로 이적할 때 2400만 유로(335억원)였던 이적료가 올 여름 리버풀에 입단할 때 옵션 포함 1억 유로(1395억원)까지 올랐다. 둘 다 해당 팀의 역대 최고액 신기록이다.

우리 수비수들이 신경 써야 할 누녜스의 특징은 최고 시속 36.5㎞에 이르는 빠른 발과 슈팅지향적인 움직임이다. 순간적인 침투로 상대 오프사이드 라인을 무너뜨리는데, 정확한 패스보다는 슈팅할 기회를 먼저 찾는 스타일이라는 점을 알아두면 좋을 것 같다. 찬스가 열렸을 때 직접 해결하려는 열망이 큰 타입이다. 측면에서 질주하다 갑자기 방향을 바꿔 골대 방면으로 파고드는 움직임이 좋으니 협력 수비가 꼭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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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타르월드컵 기간 중 본지 해설위원으로 참여하는 이승우. 김현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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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는 22일 루사일스타디움에서 열린 아르헨티나와 사우디아라비아의 C조 1차전으로 카타르월드컵 해설자 데뷔전을 치렀다. 그간 열심히 연습했고 자료도 알차게 준비했는데, 막상 실전에선 더 많은 걸 보여드리지 못해 아쉬운 마음이다. 후반 들어 사우디가 승부를 뒤집는 모습을 지켜보며 해설자로서 뿐만 아니라 선수로서의 심장도 뜨겁게 뛰는 걸 느꼈다.

카타르월드컵 본선 첫 경기를 앞둔 축구대표팀 선수들의 상황이나 심정이 첫 해설을 앞둔 나와 비슷할 것 같다. 우리 선수들 모두가 후회 없이, 이제껏 준비한 것 모두 그라운드에 쏟아 붓고 돌아오길 기대한다.

이승우 본지 해설위원(프로축구 K리그 수원FC 공격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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