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군경 무차별 고무탄에 시위대 수백 명 눈멀어"

"시위 진압군과 눈이 마주쳤다. 그리고 모든 것이 어두워졌다."

이란의 수도 테헤란에서 시위를 벌이다 3ｍ 앞의 보안군이 쏜 고무탄에 눈을 맞은 사만은 당시 상황을 이렇게 묘사했습니다.

사만은 눈알이 떨어질 수도 있다는 두려움에 손으로 받친 채 병원으로 향했으나 여러 차례 치료를 거부당하다 24시간 만에 수술을 받았습니다.

20일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지난 두 달간 이어진 반정부 시위 진압 과정에서 이란 시민 수백 명이 사만처럼 시력을 잃었습니다.

테헤란 지역 대형병원 3곳의 안과의는 최소 500명의 환자가 심각한 눈 부상으로 병원을 찾았다고 집계했습니다.

테헤란 파라비 안과병원에서는 3주간 150명이 넘는 환자들을 받으며 포화 상태에 이르렀습니다.

북부 쿠르기스탄주 의료진들은 80명 이상의 눈 부상 환자를 치료했다고 추정했습니다.

그중 상당수 환자는 금속 또는 고무 파편이 눈에 박힌 상태였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환자들이 겪고 있는 또 다른 문제는 이란 정부가 운영하는 의료시설에서 치료를 받을 수밖에 없다는 점입니다.

상당수 공공의료기관에서 이란 군경이 순찰하고 있기 때문에 시민들이 치료를 거부당하거나 수술 직후 체포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테헤란의 한 안과의는 "대부분의 상황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없었다"며 "희망을 주고 싶었지만, 경험상 그런 부상은 안 좋은 결과로 이어지기 마련"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란에서는 올해 9월 여대생 마흐사 아미니(22)가 히잡 사이로 머리카락이 보인다는 이유로 경찰에 끌려갔다 의문사한 뒤 시위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애초 의문사에 항의하던 시위는 당국의 강경 진압 속에 전국적인 반정부 시위로 확산해 석 달째 계속되고 있습니다.

국제인권단체들은 9월 중순 이후 시위에 나섰다가 사망한 이란 시민이 300명이 넘는다고 집계하고 있습니다.
유영규 기자(sbsnewmedi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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