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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이슈 '텍사스' 추신수 MLB 활약상

가을 드라마 쓴 불혹의 '짐승' 김강민 "내년도 뛴다...추신수는 그만두기 아까운 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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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SSG 김강민이 8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막을 내린 한국시리즈에서 MVP에 선정되자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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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G의 우승으로 8일 막을 내린 올 가을 야구는 불혹의 ‘짐승’ 김강민(40)이 지배했다. 비록 전성기처럼 먹이를 낚아채는 듯한 짐승 같은 수비는 볼 수 없었지만 결정적인 순간마다 대타로 강렬한 한방을 날려 한국시리즈 주인공으로 우뚝 섰다.

김강민은 한국시리즈 우승 여운이 채 가시지 않은 9일 한국일보와 인터뷰에서 “우승 기쁨을 한번에 즐기다가는 쓰러질 것 같아서 행사 후 바로 집에 들어갔다”면서 “천천히 오래 즐기겠다”고 말했다. 전날 눈물을 펑펑 쏟고, 소리도 많이 질러 목소리가 푹 잠긴 그는 “목 감기까지 왔다”며 멋쩍게 웃었다.

키움과 한국시리즈에서 김강민이 최우수선수상(MVP)을 받을지는 어느 누구도 예상 못했다. SSG에는 한국 최고 좌완 에이스 김광현(32)과 메이저리그 출신 강타자 추신수(40), 통산 429홈런을 친 최정(35) 등 스타 플레이어가 주축으로 뛰었기 때문이다. 반면 김강민은 주전이 아닌 대타 임무를 맡았다. 그런데도 타석에 섰다 하면 거짓말 같은 장면을 연출했다.

1차전 9회말 대타 동점 솔로포에 이어 시리즈 최대 분수령인 5차전에서 2-4로 끌려가던 9회말 역전 끝내기 3점 홈런을 터뜨렸다. 이 한방에 SSG는 3승2패로 분위기를 가져갔고, 6차전에서 기세를 이어가 시리즈를 끝냈다. 홍원기 키움 감독이 “5차전은 정말 한으로 남을 것 같다”고 말할 정도로 충격이 컸다.

포스트시즌 통산 6개 홈런 중 5개를 키움전에서 폭발시킨 김강민은 “최근 가을 야구에서 키움을 많이 만나서 그렇다”고 자세를 낮췄다. 다만 스윙의 차이는 있다. 그는 “어릴 때는 공을 맞히는데 집중했다면 지금은 타구를 강하게 만드는 타격 메커니즘과 노림수를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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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강민과 추신수가 우승 후 눈물을 흘리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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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번째 한국시리즈 우승을 경험한 김강민이지만 올해처럼 목놓아 울었던 적은 없었다. 우승 후 동갑내기 친구 추신수를 끌어안고 눈물을 쏟더니, 김원형 감독에게도 달려가 또 펑펑 울었다. 하염없이 우는 김강민의 ‘낯선’ 모습은 팬들 사이에서도 큰 화제가 됐다.

김강민은 “우는 모습은 별로 보기 좋지 않다”고 쑥스러워하면서 “감독님에게는 5차전 끝내기 홈런을 친 다음 ‘1승 더 하고 포옹하시죠’라고 했던 말 때문에 먼저 찾아가야 했다. 포옹을 나누는데 ‘이제 됐다’, ‘다 해냈다’라는 생각에 눈물이 계속 나왔다”고 돌아봤다.

어느 시리즈보다 긴장감도 더욱 컸다. 김강민은 “큰 경기는 부담감 없이 싸우는 쪽이 더 즐길 수 있는데 (정규시즌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으로 한국시리즈에 직행한) 우리는 꼭 이겨야 하기 때문에 즐기기 힘들었다”며 “그래서인지 이번에 우승했을 때 감정이 올라오는 게 예전과 달랐다”고 털어놨다.

‘SK 왕조’ 시절에 이어 SSG로도 창단 첫 우승을 일궈낸 김강민은 이미 동료들의 마음 속 ‘영구결번’ 선수다. 김광현은 “내가 구단주라면 영구결번을 주고 싶다”고 했고, 최정 역시 “무조건 줘야 한다”고 거들었다. 이에 김강민은 “후배들이 그렇게 얘기해주는 것만으로도 고맙다”면서 “그 만큼 멋진 홈런이었다고 받아들이겠다”고 말했다.

김강민에게 SSG 투타의 기둥은 언제나 김광현, 최정이다. 김강민은 “너무 잘 쳐서 당연히 MVP는 최정이 받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내 이름이 불렸을 때 기쁘기 보다는 멍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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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현과 기쁨을 나누는 김강민.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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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5차전 선발 등판에 이어 6차전 마무리로 등판한 김광현에 대해선 “역시 우승하는 순간엔 김광현이 있다”며 “예전 모습이라면 깔끔하게 막아야 했는데, 이번엔 공이 상대 방망이에 좀 맞는 걸 보고 ‘광현이도 늙긴 늙었구나’라는 생각을 했다”고 농담을 던졌다.

내년에도 현역 생활을 이어가겠다고 다짐한 김강민은 추신수에게도 함께 뛰자고 제의한 상태다. 그는 “지금도 뛰는 게 재미 있고, 너무 좋다”며 “추신수는 올해 나보다 훨씬 더 많은 경기에 나가고 잘했는데, 계속 같이 가야지 않을까 싶다. 그만두기엔 아까운 몸”이라고 강조했다.

김지섭 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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