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진적이고 느리게 위드 코로나로 전환" 전망
2일 중국 베이징의 코로나19 검사소에서 한 시민이 입을 벌린 채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받고 있다. 베이징=AP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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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강력한 봉쇄를 기반으로 하는 '제로 코로나' 정책을 완화할지 여부에 전 세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단 중국 정부가 "제로 코로나 정책은 옳다"며 정책 변화를 부인했지만, 중국 곳곳에서 방역 완화 조짐도 속속 감지되고 있다. 시진핑 국가주석의 주요 업적으로 포장된 제로 코로나 정책을 단번에 버리기 어려운 만큼, 느린 속도로 '위드 코로나'로 전환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중국 제로 코로나 완화 소식에 주가 급등
지난 주말 중국은 제로 코로나 정책이 이완될 것이라는 기대감에 휩싸였다. 중국을 오가는 항공기 증편은 물론 서킷브레이크(확진된 승객 수에 비례해 해당 노선을 일정 기간 중단하는 시스템)를 폐지할 것이라는 보도(블룸버그)가 전해지면서다.
또한 온라인상에서는 "중국 정부 내 '재개(reopen) 위원회'가 구성됐고, 왕후닝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이 이 위원회를 책임질 것"이라는 소문도 퍼졌다. 유명 관변 논객인 후시진 전 환구시보 총편집인이 "일부 지역에서 규정보다 과도하게 코로나19 통제를 하고 있다"며 "이는 과학적이지도 효과적이지도 않다"고 제로 코로나 정책을 비판하고 나선 점도 방역 완화 기대감을 더했다.
중국의 방역 정책 완화 기대감은 시장에 즉각 반영됐다. 지난 4일 상하이종합지수는 전일 대비 2.43% 올랐고 홍콩 항셍지수도 전날보다 5.36% 급등했다. 나스닥이 1.28% 상승하는 등 뉴욕 증시도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 완화 소식에 일부 영향을 받은 것으로 분석됐다.
중국이 제로 코로나 정책을 포기하는 것으로 비치자, 중국 정부는 즉각 이를 부인했다. 미펑 국가위생건강위원회(위생위) 대변인은 주말에 기자회견을 열고 "전염병 상황이 여전히 복잡하고 위험하다"며 "둥타이칭링(動態淸零·역동적 제로 코로나)은 결코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후샹 국가질병통제예방센터(NCDC) 순시원도 5일 "중국의 전염병 예방 조치는 완전히 옳다"며 기존 제로 코로나 정책이 당장 획기적 변화를 맞을 가능성을 일축했다.
실제 6일 위생위에 따르면, 전날 중국의 31개 성·시·자치구의 신규 감염자 수는 4,420명으로, 지난 5월 이후 처음으로 4,000명을 넘어섰다. 당장 방역 수위를 낮출 만한 상황은 아니라는 중국 당국의 설명을 뒷받침하는 정황들이다.
제로 코로나 이완 정황 곳곳..."매우 느린 속도로 갈 것"
하지만 중국 정부의 즉각적인 부인에도, 중국이 방역 정책을 조만간 완화할 것이라는 전망과 기대감은 계속 높아지고 있다. 정책 입안 관련자들의 발언과 방역 당국의 움직임에서 위드 코로나로의 점진적 접근을 준비하고 있는 듯한 정황이 속속 포착되고 있어서다.
쩡광 전 중국질병예방통제센터 유행병학 수석 과학자는 4일 한 콘퍼런스에서 "중국이 문을 열 조건이 축적되고 있다. 상황이 변하고 있으며 중국의 제로 코로나도 큰 변화를 겪을 것"이라며 "새로운 정책이 앞으로 5∼6개월 사이 도입될 것"이라고 밝혔다. 전직 당국자의 발언이라 쳐도, 현 제로 코로나 정책을 지속하기 어렵다는 중국 내부 분위기가 담겼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일부 지역에서 PCR(유전자증폭) 검사 유료화가 추진되는 것도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막대한 재정을 투입해 무료로 전수 PCR 검사를 지속하기 어렵다는 중국 당국의 현실적 고민이 반영돼 있기 때문이다. 꽁꽁 닫아뒀던 코로나 백신 시장도 열 조짐을 보이고 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중국 방문 기자회견에서 "중국이 자국 내 외국인에 대해 독일 바이오엔테크 백신 접종을 허용할 것"이라고도 밝혔다. 이 밖에 해외 입국자 격리 기간을 기존 10일에서 5~7일로 단축할 것이라는 관측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현지의 한 외교 소식통은 "중국으로선 시 주석의 대표적 정책인 제로 코로나를 단번에 포기하는 듯한 제스처는 취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방역 정책의 변화 속도를 느끼기 어려울 만큼 매우 느린 속도로 이완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베이징= 조영빈 특파원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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