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독시민사회단체 코리아협의회, 위안부 박물관 새 단장
재독시민사회단체 코리아협의회는 소녀상 인근에서 운영 중이던 위안부 박물관을 새로 단장하고, 독일 학교와 청소년을 대상으로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주제로 한 평화·인권 교육에 본격적으로 나서기로 했다.
한정화 코리아협의회 대표 |
한정화 코리아협의회 대표는 21일(현지시간)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위안부 박물관 새 단장을 계기로 인근 학교와 청소년단체 등과 함께 독일 청소년들에게 일본군 위안부 피해 역사와 그 의미, 앞으로 해결방안 등에 대한 차세대 교육에 전력을 다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코리아협의회는 지난 19일 소녀상 인근에 위안부 피해 박물관을 새 단장하고 개관식을 했다. 이동식 소녀상 용이가 맞이하는 박물관은 청소년과 어른들이 상호작용을 통해 배우고 기억하는 공간으로 구성됐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의 잔인한 위안소 시스템을 보여주는 동시에, 위안부 피해자에서 평화 활동가가 된 할머니 개개인의 이야기와 함께 김학순 할머니의 첫 증언과 수요시위를 비롯한 저항과 용기를 보여준다.
코리아협의회는 베를린의 청소년단체들과 인근 학교와 평화의 소녀상과 일본군 위안부 피해 문제를 주제로 한 평화 인권교육 '내(소녀상) 옆에 앉아봐'를 진행해 지금까지 200여 명을 교육해왔다.
현재도 청소년단체에서 10대 중반 청소년 8~12명씩 세 그룹을 상대로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청소년들은 우선 소녀상 앞에서 만나 자연스럽게 소녀상이 상징하는 바에 관해 이야기를 듣고, 주변을 산책하며, 박물관을 방문하고, 애니메이션이나 영화를 본 뒤 자신에게 성폭력은 어떤 의미인지, 어떻게 하면 위안부 피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 등에 대해 토론을 한다.
새로 단장한 베를린 위안부 박물관 |
이후 청소년들은 각자 자원봉사를 하는 예술가들과 영화 촬영기법을 배우며 소녀상과 위안부 피해와 관련한 영화를 만들거나 소녀상을 만난 뒤 자신의 심경에 대한 랩 가사를 쓰거나, 소녀상을 위한 집을 짓는 등의 창작작업을 한다.
이후 모두 모여 이를 소개하는 행사까지 모두 6차례에 걸쳐서 3~4시간씩 20시간을 교육받는다.
인근 학교에서 교육은 한 대표가 위안부 피해 문제에 대해 강연한 뒤 함께 토론하는 형태로 진행된다.
한 대표는 "청소년들을 소녀상 앞에서 만나 상징하는 바를 설명해주면 금방 친근감을 느끼고, 만지려고 하고 옆에 앉는 것은 물론 끌어안으면서 순식간에 서로 간과 소녀상과의 거리가 가까워진다"면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 문제가 굉장히 민감하고 어려운 문제인데 소녀상을 만나고 나면 이야기를 하는데 거부감이 없고 편안해진다"고 말했다.
그는 "위안부 피해와 같은 성폭력은 현재 일상에서도 계속 일어나고 있는 문제인데, 위안부 피해 여성들은 수치심과 죄책감을 느끼고 침묵을 강요당했는데도 용기를 내서 공개 증언을 하고, 활동가로 살아가는 모습과 이를 여전히 무시하고, 거짓말로 치부하는 일본 정부의 태도도 같이 보여주면서 해결방안에 대해서도 생각할 수 있게 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한정화 코리아협의회 대표 |
그는 "학교에서 이문제에 대해서 다루지 않기 때문에 소녀상 인근 지역 중심으로 학교에서 이를 교육할 수 있도록 교육자료 개발도 추진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코리아협의회의 교육프로그램에 참가한 청소년단체 팔케 소속 브요른은 "독일 교과서에서 이를 배운적이 없다. 만약 역사에서 잘못을 모르면 이에서 교훈을 얻을 수도 없다"면서 "결국 중요한 것은 일어난 것을 인정하고, 이게 잊히지 않도록, 사람들이 더 많이 알 수 있도록 무엇인가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2020년 9월 25일 베를린 미테구 비르켄가에 설치된 베를린 평화의 소녀상은 일본 측의 항의에 미테구청이 철거명령을 내렸다가 시민사회가 들고일어나자 보류한 뒤 현재까지 자리를 보존하고 있다.
미테구의회는 2020년 11월 소녀상 철거명령 철회 결의안을, 12월에는 영구설치 결의안을, 2021년 3월에는 영구설치방안을 마련해 시행할 때까지 지금 자리에 설치허가를 계속 연장하라고 미테구청에 청원하는 결의안을, 지난 6월에는 영구존치 결의안을 의결한 바 있다. 미테구청은 지난해 9월 베를린 평화의소녀상 설치 특별허가를 올해 9월 28일까지 1년간 연장하기로 한 바 있다.
한 대표는 "현재 베를린시 관할관청에서 베를린 소녀상을 어떻게 할지 결정될 때까지 현재 있는 장소에서 머물러도 된다는 서한을 받은 상황"이라며 "미테구청장이 교체되는 등 인사에 변화가 있어서 언제 결정될지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2년여간 베를린 평화의 소녀상 앞에서는 독일 극우주의 테러 규탄, 여성의 날 기념, 아시아계 인종차별 규탄, 수요시위 기념 등 다양한 주제로 현지 시민단체와 지역 주민들이 참석한 가운데 집회·시위가 열렸다.
베를린 평화의 소녀상 앞에서 책 낭독하는 독일 시민단체 회원들 |
yulsi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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