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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이슈 대한민국 저출산 문제

저출산·고령화 대응…20년째 전략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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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위기, 극복만큼 적응도 중요



“임용 인원이 줄어도 공부만 열심히 하면 자리가 있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이럴 것 같으면 공부하지 말라는 얘기나 다름없네요. 애초에 4년 후의 (임용)계획을 먼저 발표하고 그만큼만 신입생을 뽑아야 하는 게 아닌가요?”

지난달 15일 서울 서초구 서울교대에서 만난 김모(25·4학년)씨는 “2~3년 전부터 분노를 금치 못했는데, 이번에도…”라고 말했다. 하루 전 서울시교육청이 내년 초등교사 임용 인원을 10년 전의 10분의 1(115명)로 줄인다고 발표하자 허탈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김씨는 “매일 자는 시간 빼고는 온종일 (임용고시) 공부에 투자하는데, 많이 뽑을 때는 언제고 이제 와서 임용을 확 줄이면 어떡하느냐”며 “앞으로가 더 큰일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지난 20년 동안 저출산·고령화가 급속도로 진행하면서 전문가들은 ‘극복’ 못지않게 ‘적응 또는 연착륙’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인구 감소가 불가피하니 미리 적응하자는 권고였다. 하지만 중앙일보 점검 결과, 올 2분기 출산율이 0.75명으로 떨어졌는데도 거의 전 분야에서 적응은커녕 전략도 세우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교대 입학생은 2012년 355명(전국 3847명)에서 10년째 달라진 적이 없다. 내년에도 마찬가지다. 입구는 그대로 두고 출구만 10분의 1로 줄였다. 이 때문에 임용 대기자가 9월 1일 기준 540명이나 된다. 최소한 교사 수급계획이라도 내놔야 교대·사범대생, 중·고생이 대응할 수 있다. 하지만 정부는 2018년에야 엉성한 계획을 만들었고, 올해 새로 만든다고 하더니 내년으로 미뤘다.

아동 감소에 따라 어린이집·유치원이 남아돌게 빤한데도 어린이집이 4만3770개(2013년)로 급증할 때까지 정부가 손을 쓰지 않았다. 2019년부터 문을 닫는 데가 속출하고 있다. 석성수 대구 법인어린이집연합회장은 “수요 감소가 명확하게 보이는데도 정책 대응에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공무원 수급도 중장기 전략이 없다. 시·군·구 중 2000~2021년 인구 감소율이 가장 높은 데는 대구 서구다. 42% 줄었다. 그런데도 공무원은 708명(정원 기준)에서 759명으로 늘었다. 부산 영도구는 같은 기간 인구가 37% 줄었는데 공무원은 534명에서 올해 655명으로 늘었다. 지난 정부에선 공무원을 10만 명 넘게 늘렸다. 인사혁신처 관계자는 “(공무원 수급 조절은) 범정부적으로 진행해야 할 사안”이라고 둘러댔다. 군 병력 자원 감소 적응책도 굼뜨기만 하다. 외려 선거 때마다 복무기간을 단축해 2003년 24개월(육군 기준)에서 지금은 18개월이 됐다.

학생·주민 감소, 교사·공무원은 늘어 “인구정책 총괄 컨트롤타워 꼭 필요”

중앙일보

서울시교육청은 지난달 14일 내년 초등교사를 10년 전의 10분의 1인 115명만 임용한다고 발표했다. 교사 정원 감축의 직격탄을 맞은 서울교대 내에서 학생들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우상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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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 연령 기준도 2012년 기획재정부가 연령 변경을 검토하겠다고 운을 뗀 후 10년이 지났지만 한 걸음도 못 나갔다. 2007년 국민연금 개혁, 2015년 공무원연금 개혁을 했을 뿐 제대로 된 연금 개혁을 하지 않았다. 인구구조가 바뀌면서 앞으로 노인 1인 가구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청년·신혼부부에 집중하고 있고, 가격 안정에 매몰돼 공급 위주의 과거 정책을 답습하고 있다.

정부가 손을 놓고 있는 사이 전체 공립 교원은 거의 매년 증가해 학령인구 감소와 거꾸로 가고 있다. 2003년 28만5820명에서 올해 34만7888명으로 늘었다. 학생이 250만 명 감소할 때 교원은 6만 명 외려 증가했다. 대학도 2000년 372곳에서 올해 426곳으로 늘었다. 대학 구조개혁이 시작된 것도 2015년이다. 대입 정원을 1주기(2016~2018년) 때 4만6000명, 2주기(2019~2021년) 때 1만4000명 감축하는 데 그쳤다. 한국교육개발원에 따르면 2003년 65만3170명이던 대입 정원은 2022년 46만3515명으로 18만9655명 줄었다. 이 중 일반대 정원은 1만7745명 줄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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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저출산·고령화는 피할 수 없는 ‘정해진 미래’이기 때문에 10년 전부터 적응 전략을 짜서 연착륙했어야 한다. 갑자기 바꾸면 서민에게 피해가 집중돼 불평등을 심화시킨다”며 “지금이라도 적응 대책을 서둘러 후세대 충격을 줄이면 ‘아이를 낳아도 되겠구나’라고 판단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 교수는 “패러다임 전환은 전 정부 부처가 달라붙어야 한다. 그리하려면 인구정책을 총괄하는 컨트롤타워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상림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미래에 나타날 문제는 아직 일어나지 않았지만 미리 다운사이징을 해야 한다. 이는 욕먹는 일이다. 적극적으로 피하려 든다”며 “정부가 교육·국방·주택·의료 등 영역별로 인구 변화 시나리오에 따라 파급효과와 시기를 예측해 미리 대비해야 하는데, 안 했다. 애들이 얼마나 많이 줄었는데, 아무것도 안 하고 있으니 정말 무책임한 짓”이라고 말했다.

◇특별취재팀=김민석 군사안보전문기자, 신성식 복지전문기자, 이에스더·전민희·황수연·어환희·이우림 기자 ss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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