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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굿바이 '넘버 10'…은퇴하는 이대호 '결정적 10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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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야구 대표 방망이로 활약한 '조선의 4번 타자'

8일 부산 LG전 끝으로 은퇴…등번호 10번 영구결번

연합뉴스

소감 밝히는 이대호
(서울=연합뉴스) 신현우 기자 = 롯데 자이언츠 이대호가 22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은퇴 투어 행사에서 소감을 밝히고 있다. 2022.9.22 nowwego@yna.co.kr


(서울=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한국 야구를 대표하는 강타자로 군림하며 '조선의 4번 타자'로 불렸던 이대호(40·롯데 자이언츠)가 이제 팬들과 작별한다.

이대호는 8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리는 LG 트윈스와의 경기에서 열릴 은퇴식을 끝으로 정든 그라운드를 떠난다.

11월 열릴 MLB 월드투어 참가 가능성은 남았지만, 그마저도 1경기뿐이다.

이제 올해가 지나면, 커다란 덩치에 부드러운 스윙으로 야구장 곳곳으로 타구를 보내던 이대호를 더는 볼 수 없다.

한국 야구 곳곳에 '거인의 발자국'을 남긴 이대호가 프로 선수로 활약한 22년 동안 걸어왔던 길을 10개의 장면으로 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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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호의 프로 첫 안타 기록지
[KBO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이승엽 홈런 친 날, 프로 첫 안타 친 이대호

2001년 9월 20일은 현대 유니콘스 박경완이 KBO리그 최초로 20홈런-20도루 클럽에 가입하고, 삼성 라이온즈 이승엽이 마산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시즌 38호 홈런으로 그해 홈런왕을 굳힌 날이다.

더그아웃에서 5회 터진 이승엽의 홈런을 지켜봤던 이대호는 6회 6번 타자 박정태 타석에서 대타로 등장해 삼성 전병호를 상대로 2루수 쪽 내야 안타를 쳤다.

이대호가 프로 통산 첫 안타로 '조선의 4번 타자' 전설의 시작을 알린 순간이다.

동시에 한국 야구를 대표하는 타자로 손에 꼽는 이승엽 KBO 홍보대사와 남다른 인연을 느낄 수 있다.

이대호의 첫 홈런은 그다음 시즌인 2002년 4월 26일 인천 SK 와이번스전에서 나왔다.

우용득 감독의 절대적인 신임을 받아 4번 타자로 시즌을 출발했던 이대호는 당시 SK의 에이스였던 이승호를 상대로 2회 선제 솔로 결승포를 가동했다.

빨랫줄 같은 타구는 115m를 날아가 구장 우중간 담을 넘었다.

구장 어디든 타구를 자유자재로 보낸 선수답게, 프로 데뷔 홈런을 밀어서 때린 점이 눈에 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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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MVP 류현진과 이대호(오른쪽)
[연합뉴스 자료사진]


◇ '미완의 대기'에서 22년 만의 타자 3관왕으로

2004년과 2005년 2년 연속 20홈런을 넘긴 이대호는 롯데의 미래 자원이었지만, 아직 완전히 기량을 만개하지는 못했다.

2006년을 앞두고 통도사에 들어가서 혹독하게 체중을 감량한 이대호는 한국을 대표하는 강타자로 거듭났다.

극심한 투고타저 속에 타율 0.336, 26홈런, 88타점으로 1984년 삼성 이만수 이후 22년 만에 타격 3관왕을 차지한 것이다.

일반적으로는 최우수선수(MVP)는 떼어 놓은 당상이지만, 그해 KBO리그는 '괴물 투수' 류현진의 등장에 열광했다.

결국 이대호는 류현진에게 MVP를 넘겨줬고, 대신 1루수 골든글러브를 수상해 데뷔 후 처음으로 황금 장갑을 꼈다.

리그 최고의 타자로 인정받은 이대호가 처음으로 태극마크를 단 것도 2006년이다.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 대표로 출전해 4할이 넘는 고타율을 기록하고도 동메달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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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타격 7관왕에 오른 이대호
[연합뉴스 자료사진]


◇ 9경기 연속 홈런에 타격 7관왕…신화가 되다

2010년 이대호는 KBO리그 역사에 남을 한 시즌을 보냈다.

타율(0.364), 안타(174개), 홈런(44개), 타점(133점), 득점(99점), 출루율(0.444), 장타율(0.667)까지 무려 타격 7개 부문을 휩쓸었다.

KBO가 시상하는 공격 8개 부문 가운데 이대호가 놓친 타이틀은 도루 하나뿐이었다.

굳이 뛸 이유가 없는 이대호는 그해 도루 성공이 하나도 없었고, 대신 2개의 실패만 기록했다.

8월 4일 두산 베어스전에서 김선우로부터 1점 홈런을 터트린 이대호는 데뷔 첫 30홈런 고지를 밟았다.

지금도 비공인 세계 기록으로 남은 '9경기 연속 홈런'의 출발점이다.

이후 이대호는 8월 14일 KIA 타이거즈전에서 김희걸을 상대로 다시 펜스를 넘겨 대기록을 달성했다.

타격 7관왕에 9경기 연속 홈런까지 터트린 이대호의 앞을 가로막을 선수는 없었고, 결국 그는 처음이자 마지막 KBO MVP 트로피를 품는 데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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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준PO 2차전에서 결승 홈런을 친 이대호
[연합뉴스 자료사진]


◇ 조성환 거르고 이대호…가을을 뜨겁게 달군 홈런

2010년 정규시즌을 4위로 마친 롯데는 준플레이오프에서 두산 베어스를 만났다.

1차전을 10-5로 잡은 롯데는 2차전에서 1-1로 맞선 채 연장 10회로 접어들었다.

선두타자 김주찬의 안타와 정보명의 희생 번트로 1사에 주자가 2루에 갔고, 두산 벤치는 그날 안타 2개를 친 3번 타자 조성환을 고의 볼넷으로 내보내고 4타수 무안타였던 이대호와 대결을 택했다.

볼카운트 1볼 1스트라이크에서 두산 정재훈의 포크볼은 예리하게 꺾였지만, 이대호는 정확하게 걷어 올리며 좌중간 펜스를 넘겼다.

롯데에 2차전 4-1 승리를 안긴 이대호의 결승 3점 홈런이었다.

롯데 팬들은 이 장면을 '조거이'(조성환 거르고 이대호)라고 부르며 가을마다 돌려본다.

시리즈 전적 2승으로 유리한 고지를 점했던 롯데는 그러나 3판을 내리 패하면서 결국 플레이오프 티켓을 놓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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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일본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이대호
[연합뉴스 자료사진]


◇ 한국에서는 못해본 우승…일본시리즈 MVP로 한풀이

2012년 일본프로야구에 진출한 이대호는 오릭스 버펄로스에서 2년 동안 인상적인 활약을 펼친 뒤 2014년 소프트뱅크 호크스로 이적했다.

롯데에서 우승은커녕 한국시리즈조차 한 번도 나가보지 못했던 이대호는 소프트뱅크로 이적한 첫해부터 일본시리즈 정상에 올라 한풀이에 성공했다.

소프트뱅크에서 2년 차였던 2015년에는 일본시리즈 MVP마저 차지했다.

클라이맥스 시리즈 파이널 스테이지에서 타율 0.417에 홈런 2개, 4타점으로 예열한 이대호는 야쿠르트 스왈로스와 일본시리즈에서 4번 타자로 팀 타선을 이끌었다.

5경기에서 타율 0.500(16타수 8안타)에 홈런 2개와 8타점을 휩쓴 이대호는 3개의 결승타로 19년 만의 외국인 선수 일본시리즈 MVP의 주인공이 됐다.

2014년 소프트뱅크로 이적할 당시 2+1년 계약을 한 이대호는 팀을 2년 연속 우승으로 이끈 뒤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도전을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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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미어12 초대 챔피언을 이끈 이대호
[연합뉴스 자료사진]


◇ 도쿄돔을 '도서관'으로 만든 이대호의 안타 한 방

2015년 11월 19일은 한국 야구 역사에 또 한 번의 '도쿄 대첩'이 탄생한 날이다.

WBSC 프리미어12 준결승에서 개최국 일본과 만난 한국 야구대표팀은 일본 선발 오타니 쇼헤이(현 로스앤젤레스 에인절스)에게 7회까지 1안타에 삼진 11개로 완전히 묶였다.

0-3으로 끌려간 채 9회 마지막 공격을 맞이한 한국은 오재원과 손아섭, 정근우의 연속 안타로 1점을 따라간 뒤 이용규의 몸에 맞는 공과 김현수의 밀어내기 볼넷으로 2-3으로 추격했다.

무사 만루에서 타석에 등장한 이대호는 2타점 적시타를 터트리며 4-3으로 경기를 뒤집는 데 성공했다.

1루에 안착한 이대호는 도쿄돔 천장을 향해 찔렀고, 도쿄돔을 채운 관중들은 침묵을 지켰다.

일본을 꺾고 결승에 진출한 한국은 미국을 가볍게 제치고 프리미어12 초대 챔피언에 등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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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애틀 역사상 첫 신인 대타 끝내기 홈런 친 이대호
[연합뉴스 자료사진]


◇ 시애틀 사상 첫 신인 타자 대타 끝내기 홈런

프리미어12 우승의 감격을 뒤로 하고 메이저리그 도전에 나선 이대호는 시애틀 매리너스와 스플릿 계약(메이저·마이너 신분에 따라 연봉이 달라지는 계약)을 맺었다.

스프링캠프와 시범경기의 치열한 경쟁을 뚫고 메이저리그에서 개막을 맞이한 이대호는 4월부터 강한 인상을 남기는 데 성공했다.

4월 14일 텍사스 레인저스와 경기에서 연장 10회말 2사 1루에서 끝내기 투런 아치를 그린 것이다.

시애틀 구단 역사상 최초의 신인 타자 대타 끝내기 홈런이 탄생한 순간이다.

그해 104경기에 출전한 이대호는 타율 0.253(292타수 74안타), 14홈런, 49타점으로 활약했다.

비록 한 시즌으로 메이저리그 도전은 막을 내렸지만, 인상적인 활약으로 시애틀 팬으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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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에 복귀한 2017년의 이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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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년 150억원…롯데를 가을야구로 이끈 이대호

2017시즌을 앞두고 롯데 자이언츠 이윤원 전 단장은 사이판에서 개인 훈련 중이던 이대호를 찾아가 사흘 동안 복귀를 설득했다.

처음에는 메이저리그에서 도전을 이어갈 생각이던 이대호는 결국 마음을 돌려 롯데 복귀를 결심했다.

계약 규모는 4년 총액 150억원으로 당시 최고 금액이었다.

이 금액은 김광현이 올 시즌을 앞두고 SSG 랜더스에 복귀하면서 4년 151억원에 사인해 깨졌다.

복귀 첫해 이대호는 타율 0.320에 34홈런, 111타점으로 여전한 기량을 뽐냈다.

무엇보다 팀의 주장으로 후배들을 하나로 묶어 팀을 다시 한번 포스트시즌으로 이끌었다.

2012년 이후 4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나서지 못했던 롯데는 2017년 정규시즌을 3위로 마친 뒤 NC 다이노스와 준플레이오프에서 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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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20일 대전 한화전에서 역전 만루 홈런을 친 이대호
[연합뉴스 자료사진]


◇ 은퇴 시즌에 남긴 숱한 기록…역전 만루포까지

2022시즌을 끝으로 은퇴를 선언한 이대호는 한해 내내 은퇴를 번복해달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시즌 막판까지 타격왕 경쟁을 이어갈 만큼 여전한 경쟁력을 보여줘서다.

KBO리그 두 번째 공식 은퇴 투어의 출발점이었던 올스타전 홈런 레이스도 정상에 오를 만큼 정확도와 힘 모두 전성기 못지않았다.

이대호의 위력이 가장 확실하게 드러난 경기는 9월 20일 대전 한화 이글스전이다.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와 작별하는 '대전 은퇴 투어' 날, 이대호는 9회 역전 만루 홈런을 터트렸다.

후반기에만 3개째 그랜드슬램을 터트린 뒤 이대호는 "아이들부터 '아빠 은퇴 안 하면 안 되겠냐'고 말하지만, 정상에서 물러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은퇴를 재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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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최동원의 영구결번식
[연합뉴스 자료사진]


◇ 등번호 10번은 전설로…최동원 11번 옆에 남는다

롯데 구단은 8일 이대호의 은퇴식에 'RE:DAEHO'라는 제목을 붙였다.

이대호가 남긴 22년간 발자취를 다시 돌아본다는 의미다.

그가 달았던 '등번호 10번'은 롯데 구단의 유일한 영구결번인 고(故) 최동원의 '11번' 옆에 남는다.

롯데는 LG 트윈스전이 끝난 뒤 은퇴식과 영구결번식을 함께 진행한다.

보기와는 달리 마음이 여린 이대호는 여러 차례 은퇴식에서 울 것 같다고 말해왔다.

"요새는 아내와 눈만 마주쳐도 둘이서 같이 운다"고 말할 정도다.

그의 은퇴에 부산 사직구장을 가득 채울 팬들도 함께 눈물을 흘릴 준비를 마쳤다.

4b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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