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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9.19 군사합의 파기도 만지작…최후 안전핀마저 뽑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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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요약
정진석 "7차 핵실험시 마땅히 파기해야" 권영세 "최악 상황에선 검토 필요"
한반도 위기, '화염과 분노'의 2017년과 비견…9.19 합의는 충돌 완충장치
北 핵 선제사용 법제화로 재래식 국지전 → 핵전쟁 비화 문턱 낮아져
노컷뉴스

문재인 전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부인 리설주 여사가 지난 2018년 9월 18일 평양 목란관에서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 환영 만찬장으로 향하고 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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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잇단 도발과 한미 양국군의 맞불대응으로 한반도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9.19 남북 군사합의 파기 가능성까지 거론되며 위기감이 더욱 커지고 있다.

권영세 통일부 장관은 7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관련 질문을 받고 "최악의 상황에서는 여러 옵션을 모두 검토할 필요는 있다"고 답변했다.

그는 "백지화를 지금부터 준비하고 있다는 이야기는 아니라는 점을 분명하게 말씀 드린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하면서도 '심각한 상황'을 전제로 가능성을 시사했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훨씬 더 직설적인 주장을 폈다. 그는 이날 페이스북 글에서 "만일 북한이 7차 핵실험을 강행한다면 우리는 마땅히 9.19 남북 군사합의 파기를 선언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출근길 약식 문답에서 관련 질문에 "미리 말씀드리기는 좀 어려운 것 같다"며 "북핵 대응을 해가는 (한미일) 3개국이 외교부와 안보실 다양한 채널들을 가동해 대응 방안을 차근차근 준비해나가고 있다"고만 밝혔다. 가능성을 부인하지 않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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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종섭 국방부 장관이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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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이종섭 국방부 장관도 지난 4일 국회 국감에서 "북한은 합의사항을 준수하지 않는데 우리만 준수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북한의 도발 강도를 봐가면서 9.19 남북 군사합의 효율성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정부와 여당이 9.19 군사합의 파기 카드를 꺼내든 것은 상황이 그만큼 심각하기 때문이다. 북한은 지난달 25일 이후에만 6차례(10발) 탄도미사일을 발사하고 시위성 편대비행까지 하며 위협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로써 한반도 상황은 전쟁 위기로 치닫던 2017년에 비견되지만 실제는 그보다 더 심각하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2017년은 당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입에서 '화염과 분노'(fire and fury)가 거론되는 등 전례 없이 험악한 분위기였지만 기본적으로는 협상을 위한 신경전 성격이 짙었다.

북한 문제에 흥미를 잃은 미국 바이든 행정부나 중국‧러시아의 비호 속에 자력갱생으로 돌아선 지금의 북한과 크게 다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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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7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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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윤석열 정부는 어떻게든 북미 간 중재와 긴장완화 노력을 기울였던 문재인 정부와 180도 다른 입장이고, 중국과 러시아도 유엔 안보리 회의에서 보듯 미국과 전혀 협조할 생각이 없다.

2017년 위기는 이듬해 초 '코피 작전'이 거론되며 최고조에 이르렀다 다행히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극적인 반전을 이뤘지만 이번에는 출구조차 보이지 않는다.

11월 미국 중간선거 이후 바이든 행정부의 대외정책이 달라질 가능성이 없지 않지만 우리로선 큰 기대를 하기 어렵다. 당장 대결 국면을 진정시키지 않으면 오히려 북한의 7차 핵실험을 촉발하며 파국을 맞을 공산이 크다.

이런 가운데 여권 핵심에서 제기된 9.19 군사합의 파기 가능성은 위기 상황을 더욱 부채질 하는 격이다.

9.19 합의는 북미 간 비중이 큰 북핵 문제와 달리, 비록 재래식 전력이지만 우발적 충돌 방지를 위한 실효적 조치를 담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남북이 중무장 한 대규모 병력을 서로 맞대고 있는 가운데 작은 불씨로도 전면전으로 확대될 가능성을 줄이기 위한 최소한의 완충장치 역할을 하고 있다.

2018년 이후 지금까지 남북이 별다른 군사적 충돌 없이 평온을 유지해온 것은 9.19 합의에 기인한 바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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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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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만약 9.19 합의 파기가 현실화될 경우, 마지막 완충장치마저 사라짐으로써 과거의 일촉즉발 군사적 대치 상황으로 되돌아갈 수밖에 없다.

특히 북한이 최근 전술핵 선제 사용을 공언하고 법제화한 것은 재래식 국지전이 곧바로 핵 전면전으로 비화할 가능성을 보여준다.

재래전과 핵전의 경계가 희미해진 가운데 그나마 작은 칸막이 역할을 했던 9.19 합의마저 제거될 경우 예상 가능한 참상이다.

북한의 7차 핵실험을 전제로 9.19 합의가 파기될 경우 이는 북한의 자업자득이며, 재래식 전력의 열세인 북한으로선 상당한 압박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한반도의 상시적 위기는 궁극적으로는 우리 국익을 해치는 자해적 결과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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