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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전쟁 3국에 돌아간 노벨평화상…우크라·벨라루스 "불쾌" vs 러 "공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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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적국과 공동 수상"…벨라루스 "노벨상 정치화"

러시아 "정부 압력 두려워"…러 법원 '본부 압류 명령'

뉴스1

7일(현지시간) 노르웨이 수도 오슬로 소재 노벨 건물에서 베리트 라이스안데르센 노벨위원회 위원장이 올해의 노벨평화상 수상자를 발표하고 있다. 2022.10.07 ⓒ 로이터=뉴스1 ⓒ News1 정윤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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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정윤미 기자 =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전쟁이 장기화 중인 가운데 7일(현지시간) 올해 노벨평화상 수상자는 벨라루스 활동가 알레스 비알랴스키(60)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인권단체인 시민자유센터(CCL)과 메모리알에게 공동으로 돌아갔다.

개전 이래 처음 열린 이번 노벨상 수상은 작가 알렉산드르 솔제니친(1970), 물리학자 안드레이 사하로프(1975) 등 저명한 소련 반체제 인사들이 문학, 평화 부문 노벨상을 받았던 냉전 시대에 버금가는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특히 이날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일흔번째 생일이기도 하다.

베리트 라이스안데르센 노벨위원회 위원장은 이날 공동 수상자 발표 이후 로이터통신과 인터뷰에서 "노벨위원회는 인권, 민주주의, 평화 공존 분야에서 세 가지 뛰어난 챔피언을 기리고 싶어 했다"며 "우리는 그것이 권위주의 정권이 공격적 행동을 한 결과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겨냥한 것은 아니라고 일축했다.

노벨위원회는 이날 세 공동 수상자를 발표하며 "이들은 자국에서 시민사회를 대표한다"며 "수년간 권력을 비판하고 시민 기본권 보호할 권리를 증진해왔다"고 선정 취지를 밝혔다. 라이스안데르센 위원장을 비롯해 노벨위원회 측은 벨라루스 당국에 투옥 중인 비알랴스키 석방을 촉구하기도 했다.

◇옥중 비알랴스키 수상…벨라루스 정부 "무덤에서 노벨 나올라"

뉴스1

7일(현지시간) 노르웨이 노벨 건물 정원에 올해 노벨평화상 공동 수상자로 뽑힌 벨라루스 활동가 알레스 비알랴스키(60) 인권단체 비아스나 대표의 사진이 놓여 있다. 노벨 위원회는 이날 벨라루스 정부에 그의 석방을 촉구하기도 했다. 2022.10.07 ⓒ 로이터=뉴스1 ⓒ News1 정윤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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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알랴스키는 1962년 9월25일 소련에서 태어났다. 1980년대부터 민주화 운동을 해오다 소련 독립 이후 벨라루스 독재 정권에 항거해오다 1996년 국내 최대 인권단체 비아스나를 설립했다. 비아스나는 벨라루스에서 운영 금지 명령받고 리투아니아, 폴란드, 조지아, 우크라이나 등에서 활동 중이다.

비알랴스키는 지난해 7월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대통령 정권에 맞서 반정부 시위를 벌이다 체포됐다. 루카셴코 정부는 그에게 수차례 '탈세' 혐의를 적용해오다 가장 최근 징역 4년 6개월을 선고했다. 비아스나 측은 정부 탄압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비알랴스키 아내는 벨라루스 교도소에 수감 중인 남편이 자신의 노벨상 수상 소식을 알지 못할 수 있다고 밝혔다. 현재 리투아니아 수도 빌뉴스에 거주 중인 파벨 사펠코 비아스나 변호인은 "그는 격리돼있으며 가끔 가족에게 편지를 보낼 순 있지만 지금 어떤 기분일진 모른다"고 말했다. 벨라루스 국영 언론은 해당 소식을 보도하고 있지 않다.

2008년부터 비알랴스키와 함께 일했다는 비티스 쥬르코니스 인권단체 프리덤하우스 빌뉴스 지부 대표는 "그가 여기 있었다면 벨라루스의 모든 인권 활동가들과 그들을 옹호하는 사람들에게 주는 상이라고 말했을 것"이라고 전했다.

벨라루스 정부는 수감 중인 자국민의 노벨상 수상에 대해 반감을 드러냈다. 아나톨리 글라스 벨라루스 외무부 대변인은 "최근 몇 년간 노벨위원회의 많은 근본적인 결정들이 너무도 정치화돼 있어서 유감"이라며 "알프레드 노벨이 고통받고 무덤에서 나올 것"이라고 밝혔다.

◇러시아 메모리알 "수상에 영광을…정부 압력은 두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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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 소재 러시아 인권단체 메모리알 독일 지부 모습 2022.10.07 ⓒ 로이터=뉴스1 ⓒ News1 정윤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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얀 라친스키 메모리알 이사회 의장은 이날 수상 소감에 대해 "이 상은 도덕적인 힘을 준다. 우울한 시대에 매우 중요하다"며 "우크라이나 인권 운동가들과 상을 공유하게 된 것은 엄청난 영광"이라고 밝혔다. 그는 옥중에 있는 반정부 인사 알렉세이 나발니, 일리야 야신 등을 언급하며 "그 모든 사람은 이 상을 받을 자격이 있다"고 말했다.

함께 있던 메모리알 이사회 멤버 올레그 오를로프는 "CCL과 함께 이 권위 있는 상을 수여하게 된 것은 큰 영광"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이 상이 우리에게 가하는 압력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까. 그렇지 않을 것이 두렵다"며 "우리에게 일할 기회는 주지만 (정부 압력으로부터) 보호해주진 않는다"고 밝혔다.

독일 지부 소속 또 다른 이사회 멤버 안케 기센은 "이번 상은 단체의 인권 운동과 더불어 러시아에서 말할 수 없는 공격과 보복으로 고통받는 동료들에 대한 인정"이라며 "러시아 정부에 의한 메모리알 인터내셔널 강제 해산에도 불구하고 동료들이 새로운 곳에서 활동을 지속하도록 지원하려는 우리 결의를 북돋운다"고 말했다.

모스크바에 본부를 둔 메모리알은 1989년 설립된 러시아의 가장 오래된 인권단체 중 하나다. 초기 역사 교육 단체로 활동하다 1991년부터 인권 분야로 보폭을 넓혔다. 구소련 시대와 이후 러시아에서 벌어지고 있는 정치적 탄압을 기록하고 구소련국가들과 국내 인권 상황을 감시하고 있다.

러시아 연방대법원은 지난해 12월28일 메모리알 중앙조직인 '메모리알 인터내셔널' 출판물에 외국인 대리인 등록을 해야 하는 관련 법 위반 혐의를 인정해 해산 명령을 내렸다. 메모리알 측은 해당 재판의 정치적 개입을 의심해 항소했으며 유럽 인권법원에 자국 정부의 해산 명령 중단을 요청했다. 다만 지난 2월28일 항소 기각으로 메모리알 해산이 최종 결정됐다.

아울러 러시아 법원은 이날 메모리알 수상 소식 몇시간 후에 메모리알 모스크바 본부에 국가 압류 명령을 부과했다고 러시아 인테르팍스통신이 보도했다. 러시아 검찰 대변인은 이날 법정에서 "메모리알은 나치 범죄자들을 회생시키고 당국의 신용을 실추하고 옛 소련에 대한 잘못된 이미지를 만들었다"고 규탄했다.

◇CCL, 우크라이나 최초 노벨상 주인공…정부는 "불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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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소재 우크라이나 인권단체 시민자유센터(CCL) 소속 직원들이 노벨평화상 수상 소식에 기쁨의 포옹을 하고 있다. 2022.10.07 ⓒ 로이터=뉴스1 ⓒ News1 정윤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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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인권변호사이자 2007년 CCL을 설립한 올렉산드라 마트비추크(38) CLL 대표는 이날 평화상 수상 소식에 감사 인사를 전하면서도 러시아가 유엔 헌장 조직적 위반에 따른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퇴출과 함께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푸틴 대통령을 국제 전범재판에 세울 것을 촉구했다.

마트비추크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유엔과 회원국들은 책임의 차이를 다루고 전쟁범죄 피해자 수십만명에게 정의 기회를 보장해야 한다"며 "역내 지속 가능한 평화는 이것 없인 불가능하다. 정의 실현을 위해 국제 재판을 열어 푸틴 대통령, 루카셴코 대통령 그리고 다른 전범자들을 회부해야 한다"고 말했다.

CCL은 수도 키이우를 기반으로 2007년 설립된 인권단체다.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크름반도) 합병 이래 동부 돈바스 지역을 중심으로 우크라이나 내 러시아 점령지역 혹은 러시아에 있는 우크라이나 정치범과 죄수들에 대한 인식 개선 운동을 강화함으로써 두각을 드러냈다.

특히 크름반도 합병 반대 시위를 벌이다 러시아 정부에 체포된 영화감독 '올레그 센초프 구하기' 캠페인이 널리 주목받았다. 센초프는 구금된 지 5년만인 2019년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죄수 교환 과정에서 석방됐다.

다만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 측은 적국인 러시아·벨라루스와 평화상을 공동 수상한 데 대해 불쾌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미하일로 포돌랴크 우크라이나 대통령 보좌관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노벨위원회는 제3국을 공격한 두 나라 대표와 노벨상을 공동을 받을 경우를 '평화'라는 단어로 흥미롭게 이해하고 있다"고 비꼬았다.

◇서방 "유럽 인권 옹호자들"…시상식은 오슬로서 12월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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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9월14일(현지시간) 노르웨이 오슬로 중심가에 있는 노르웨이 노벨연구의 노벨평화상 발표 장소에 알프레드 노벨 흉상이 서 있다. 2021.09.14/news1 ⓒ 로이터=뉴스1 ⓒ News1 김민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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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방의 주요 인사들은 이번 노벨평화상 수상에 대해 환영의 뜻을 밝혔다.

우르줄라 폰데어리아엔 유럽연합(EU) 사무총장은 우크라이나, 러시아, 벨라루스 인권 활동가들의 뛰어난 용기에 경의를 표했다. 그는 "노벨위원회는 독재정치에 반대하는 여성과 남성의 대단한 용기를 인정했다"며 "그들은 민주주의를 위한 투쟁에서 시민사회의 진정한 힘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시민사회 단체는 민주주의 산소이자 평화, 사회 진보, 경제 성장의 촉매제"라며 "그들은 정부가 책임을 지도록 돕고 취약 계층 목소리를 실어 나른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 압박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모든 사람을 위한 평화, 희망, 존엄이란 보편적 가치를 지닌 용감한 옹호자들"이라며 이들을 향한 전 세계 지지를 촉구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세 공동 수상자들을 가리켜 "유럽 인권 옹호자들"이라고 환영하며 "평화 중재자로서 그들은 프랑스 지원에 의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독일 연방정부도 민주주의 발전과 인권, 시민 자유에 대한 세 수상자의 각별한 노력을 강조했다.

한편 노벨평화상 시상식은 오는 12월10일 평화의 상징인 노르웨이 수도 오슬로에서 개최된다. 평화상을 제외한 다른 모든 시상식은 스웨덴 수도 스톡홀름에서 열린다. 수상자에게는 1000만스웨덴크로나(약 13억원) 상당 상금과 메달이 주어진다. 상금은 공동 수상자와 나눠 갖는다는 전통 하에 각각 3분의 1씩 배분된다.

younm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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