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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당장은 불이익 없지만, 시장 이원화해야”...美, 대중 반도체 규제 파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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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수출 추가 통제는 사실상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꺾겠다는 의미다.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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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첨단 반도체 기술·장비의 중국 수출을 사실상 금지하면서 국내 반도체 업계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쏠린다. 미국 정부는 ‘외국 기업에 피해를 주기 위한 것이 아니다’고 밝히고 있지만, 고성능 메모리 반도체가 주력인 한국 기업들로선 신경이 곤두설 수밖에 없다.

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반도체 업체는 미국의 이번 대(對)중국 수출 규제 조치의 영향을 조심스럽게 분석하고 있다. 이들은 당장은 불이익이 없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미국 정부가 중국에서 메모리 반도체를 생산하는 외국 기업에 대해서는 예외를 허용할 방침이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한·미 정부가 건설적 결론을 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각국 정부와 협의해 중국 공장이 원활하게 운용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 측도 “정부와 긴밀히 협력해 미국으로부터 개별 허가(라이선스)를 확보하기 위해 필요한 절차와 서류 준비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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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신규 제재는 18㎚(나노미터·1나노=10억 분의 1m) 이하의 D램 메모리, 128단 이상의 낸드플래시, 14㎚ 이하의 비메모리 반도체를 생산하는 중국 기업에 관련 기술·장비를 판매하는 미국 기업이 별도 허가를 받도록 규정했다. 중국에서 메모리 반도체를 생산하는 외국 기업에 대한 수출은 별도의 심사를 거친다는 방침이다. 다만 이 과정에서 민감한 기업 비밀이 노출될 가능성이 커 중국 생산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의 판단이다.

익명을 요구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중국 생산 시설에 대한 설비 투자나 고도화는 사실상 불가능하게 됐다”며 “초고성능 메모리 반도체는 물론, 중급 이상의 범용 제품에 대한 중국 내 생산이나 수출도 까다로워질 공산이 크다”고 내다봤다. 현재 삼성전자는 시안과 쑤저우에 각각 낸드플래시 공장과 반도체 후공정 공장을, SK하이닉스는 우시와 다롄에 각각 D램, 낸드플래시 공장을, 충칭에 반도체 후공정 공장을 가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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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대 중국 반도체 장비 수출 통제와 관련해 한국 기업들이 전략적 대응을 해야 할 필요성이 높아진다. 사진은 지난해 3월 중국에서 열린 반도체 박람회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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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미국 정부의 대중 조치는 군사용으로 전용될 가능성이 있는 첨단 기술이나 인공지능(AI) 반도체에 대한 규제에서 한발 더 나아간 것이다. 지난 8월 대중 수출 통제 때에는 AI 반도체와 고성능 GPU(그래픽 프로세서)에 대해서만 규제했다. 사실상 중국의 ‘반도체 굴기(屈起)’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이미 국내 기업들은 중국 생산 비중을 상당 부분 조정하거나 공급망을 재편하는 중이다. 다만 중저가·범용 제품에 대해선 현지 시장을 외면할 수는 없다. 미·중 갈등에 직접 피해를 막으면서 실리를 챙겨야 한다는 주문이다.

박한진 중국경제관측연구소장은 “선진 시장에는 첨단 제품을, 중국과 개발도상국에는 여전히 수요가 많은 범용 제품 중심으로 시장을 이원화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워싱턴무역관은 “단기적 혼란이 예상되지만 장기적으로 중국 업체와 기술 격차를 벌릴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동현 기자 offram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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