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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6 (화)

고용지표 약화돼도…연준 '피봇' 기대 어려운 이유[오미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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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권성희 기자] [편집자주] '오미주'는 '오늘 주목되는 미국 주식'의 줄인 말입니다. 주가에 영향을 미칠 만한 이벤트나 애널리스트들의 언급이 많았던 주식을 뉴욕 증시 개장 전에 정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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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연준(연방준비제도)이 소비자 물가상승률과 함께 가장 중시하는 경제지표인 고용동향이 7일 오전 8시30분(한국시간 밤 9시30분)에 공개된다.

다우존스가 이코노미스트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지난 9월 취업자수는 27만5000명 늘어났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지난 8월 31만5000명에 비해 줄어든 것이다.

앨리의 수석 시장 전략가인 린지 벨은 마켓워치에 9월 취업자수가 이 전망치와 일치하거나 소폭 하회하는 것이 증시에 가장 좋다고 지적했다.

투자자들은 연준이 공격적인 긴축을 계속할 만큼 좋지도 않고 증시에 충격을 가할 정도로 나빠지도 않은, 딱 미지근한 수준의 고용지표를 원한다.

하지만 고용지표가 투자자들의 원대로 나온다고 해도 투자자들이 궁극적으로 원하는 소원이 실현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현재 시장이 원하는 것은 2019년에 있었던 연준의 정책 급선회가 재현되는 것이다. 연준이 이번 긴축 사이클 이전에 마지막으로 금리를 인상했던 때는 2018년이었다. 당시 금리가 올라가면서 S&P500지수는 16% 이상 하락했다.

하지만 연준은 2019년에 갑작스럽게 금리 인상을 중단하고 3차례 금리를 인하했다. 당시에도 연준을 이끌었던 제롬 파월 의장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벗어나 반등하고 있던 경제를 다시 침체에 빠뜨리고 싶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이에 S&P500지수는 2019년 말 전 고점 위로 반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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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배런스는 연준이 이번에는 2019년과 같은 정책 전환(피봇, pivot)을 시도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경제가 약화되고 있는 신호가 일부 나타나고 있지만 여전히 성장하고 있고 인플레이션은 여전히 40년만에 최고 수준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3년 전과는 인플레이션 수준이 다르다는 지적이다.

팩트셋에 따르면 이코노미스트들은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올해 1%를 간신히 넘고 내년에는 1% 밑으로 내려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GDP 성장률이 이런 예상치를 밑돌며 역성장할 수도 있다.

연준은 경제가 침체 상황에 몰려서야 비로소 금리 인상 속도를 늦출 것으로 전망된다. 앞으로 수개월 내에 연준이 2019년처럼 금리 인상을 갑자기 중단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것이 배런스의 분석이다.

연준이 금리를 인하하는 완전한 정책 전환은 글로벌 경제위기 같은 상황이 발생해야 기대해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주 영국 국채수익률이 폭등하며 채권시장이 마비되는 것과 같은 위기 상황이 미국으로 번져 금융시장이 붕괴 직전에 몰려야 금리를 인하할 것이란 예상이다.

얼라이언스 번스타인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에릭 위노그래드는 "헤외 이벤트로 연준이 정책을 전환하는 경우는 위기가 미국으로 번졌을 때뿐"이라며 "해외 위기가 미국 금융 시스템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증거가 있어야 통화정책을 완화할 텐데 현재로서는 해외 문제로 미국 금융시장이 흔들릴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웰스 파고의 수석 미국 주식 전략가인 크리스토퍼 하비는 "연준이 정책을 변경할 가능성은 정말 나쁜 일이 일어나 시장이 붕괴 위기에 직면했을 때뿐"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런 일이 발생하면 연준이 정책을 전환하기 전에 증시가 먼저 폭락한다.

증시가 정말 바라는 것은 인플레이션이 급락해 연준이 자발적으로 정책을 변경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현실적으로 조만간 실현되기 어려워 보인다.

결국 "상황이 현재 불안정하긴 하지만 연준이 구명줄을 던질 정도는 아니다"라는 것이 배런스의 결론이다.

그러니 지금 주식을 매수하려면 정말 싸다는 확신이 있어야 한다. 연준이 정책을 전환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으로 뛰어들었다간 크게 실망할 수 있다.

그렇다면 연준이 경제를 희생해서라도 인플레이션을 낮추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인플레이션을 3~4% 수준으로 적당히 낮추는 선에서 타협하지 않고 2% 목표치를 고수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인플레이션이 소비자들의 생계를 어렵게 만들기 때문인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미국으로선 여기에서 더 나아가 인플레이션이 기축통화로서 달러의 지위가 달린 문제다.

인플레이션이 높은 상황에서 금리를 올리지 않으면 달러 가치가 빠르게 훼손돼 달러에 대한 신뢰에 금이 갈 수 있다. 달러의 추락은 곧 미국의 추락이다.

안 그래도 OPEC+(확대 석유수출국기구)가 미국의 의사에 반해 원유 감산을 결정하며 미국의 글로벌 리더십에 깊은 상처를 입힌 상황에서 기축통화로서 달러의 입지를 귿건히 하는 것은 미국으로선 절체절명의 과제다.

미국의 공격적인 금리 인상을 둘러싸고 국내외에서 비판이 고조되는 상황에서도 연준이 흔들림 없이 긴축을 계속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권성희 기자 shkwo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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