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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엄마와 내 이야기" 한드 광팬 싱가포르 '아줌마' 꽃길 응원기(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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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뉴 커런츠 공식 초청작 '아줌마' 기자간담회

한국·싱가포르 합작 프로젝트…'한류' 소재 "80% 韓촬영"

허슈밍 감독 자전적 이야기…韓배우 정동환·강형석·여진구 등 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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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뉴 커런츠 공식 초청작 '아줌마' 기자회견이 7일 부산 영상산업센터에서 진행됐다. 〈사진=JTBC엔터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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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드라마, 한류를 소재로 한 싱가포르 영화가 제작됐다. 제목은 한국어와 영문 모두 '아줌마'('Ajoomma'). 국적을 뛰어 넘어 전세계 모든 아줌마들을 응원하는 헌사의 작품이다.

7일 부산 해운대구 영상산업센터에서는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이하 부국제·BIFF) 뉴 커런츠 공식 초청작 영화 '아줌마(허슈밍 감독) 기자 간담회가 진행됐다. 이날 간담회에는 허슈밍 감독과 안토니 찬 프로듀서, 배우 홍휘팡, 강형석이 참석해 부국제 초청 소감과 함께, '한류'를 소재로 한 흥미로운 작품을 연출하고 출연한 비하인드 스토리를 전했다.

부국제에 세 번째 참석하는 허슈밍 감독은 "장편 데뷔작을 부국제 뉴 커런츠 섹션으로 처음 선보이게 돼 영광이다. 특히 이 작품은 서울에서 많은 시간 촬영해 더 기쁘다. 개인적으로 부국제를 정말 좋아한다. 부국제 관객들은 예술성, 작품성을 보면서 열성적으로 감상해 주신다. 기운도 에너제틱하고 역동적이다. 부국제에서는 사람을 만나는 자체가 기쁜 것 같다. 전 세계에서 온 친구를 만나는 기분으로 즐기고 있다"고 말했다.

홍휘팡은 "부국제에 참석하는 것이 처음인데, 오게 돼 감사하게 생각하고 큰 행사에 참석할 수 있어 영광이다", 강형석은 "부국제에 작품으로 공식 초청돼 영화제를 방문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라 감회가 새롭다. 외국 분들과 작품을 한 것도 신선한 경험이었는데 부국제에 초청 돼 더욱 기쁘다. 흥분되고 신나는 일이라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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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뉴 커런츠 공식 초청작 '아줌마' 스틸 〈사진=부산국제영화제 공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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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는 한류에 푹 빠진 싱가포르의 아줌마가 인생 처음으로 한국행에 도전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몇 년 전 남편을 잃고 성인이 된 아들과 단 둘이 살아가는 아줌마는 한국 드라마를 보고 어설프게 한국어를 흉내 내는 것이 삶의 낙이다. 연휴를 맞아 아들과 단둘이 한국 여행을 계획하는데, 어딘가 거리감이 느껴지는 아들은 결국 이직을 핑계로 빠진다. 한 번도 홀로 해외여행을 해본 적이 없는 아줌마는 용기를 내 한국으로 여행을 떠난다. 하지만 꿈에 부푼 여정은 시작부터 꼬이기 시작하고 결국 길을 잃고 폭력 사건까지 연루된다.

이는 허슈밍 감독과 실제 모친의 에피소드를 차용한 것이기도 하다. 허슈밍 감독은 "엄마에게서 영감을 받았다. 엄마가 한국 드라마 광팬이다. 내가 해외에 체류할 때마다 연락을 하면 3~4가지 한국 드라마를 동시에 보고 있더라. 어떤 이야기를 해서 가만히 들어보면 드라마에 나오는 캐릭터에 대한 이야기였다"며 "단편을 만들 때도 여성, 엄마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다뤄 장편도 자연스러운 수순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감독으로서 엄마 이야기에 영감을 많이 받는다. 엄마는 굉장한 이야기꾼이고 스토리텔러다"라며 "내가 이 작품을 통해 관객들에게 전달하고 싶었던 메시지는 엄마와 성인이 된 자식 간의 관계를 통해 '엄마'라는 역할 이외에 엄마의 삶을 그려보고 싶었다. 자식으로서 '엄마도 인생이 있다는 것'을 잊고 살 때가 많다. '엄마가 나에게 헌신하지 않았다면 어떤 삶을 살았을까' 생각도 했다. 여성들에게, 특히 특정 나이가 든 여성들에게 삶의 주인공이 될 수 있는 희망을 그려주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아줌마'라는 제목을 영문명으로 그대로 사용한 것에 대해서도 "한국 문화가 전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기 때문에 한국 드라마를 본 사람들이라면 아줌마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다 안다. '번역하지 않고 그대로 가야겠다'는 생각은 처음부터 확고했다"며 "한국에서 아줌마라는 단어가 갖고 있는 의미는 싱가포르에서도 비슷하다. 일부분 부정적 의미가 있다. 똑같은 단어를 찾자면 '안티'다. 싱가포르에서 '안티!' 이렇게 부르면 자칫 무례할 수 있지만 불리는 사람이 기꺼이 받아 들인다면 굉장히 긍정적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그래, 나 아줌마야!'라고 힘을 얻을 수 있는 부분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홍휘팡 배우는 "중국 제목은 '화루(花路)' 즉 꽃길이다. 중국에서 아줌마를 칭하는 단어로 사용했다. 이 단어는 한국에서 온 것으로 알고 있다. 굉장히 긍정적인 여정을 비추는 말이다. 나이든 여정을 긍정적으로 보여주는 단어라 생각돼 좋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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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뉴 커런츠 공식 초청작 '아줌마' 기자회견이 7일 부산 영상산업센터에서 진행됐다. 〈사진=JTBC엔터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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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스하고도 기막힌 중년의 성장영화 '아줌마'는 다수의 단편 영화로 주목 받는 허슈밍 감독의 첫 장편 영화로, 영화진흥위원회와 서울영상위원회를 비롯해 국내외 다수의 기관에서 지원을 받았다. 싱가포르 베테랑 여배우 홍휘팡과 함께 한국 배우 정동환, 강형석이 호흡 맞췄고, 여진구가 특별 출연해 관심을 모은다.

한국에 대한 무한한 애정을 드러낸 허슈밍 감독은 "DNA 테스트를 해 봤는데 3% 한국인으로 나오더라"며 흡족해 하더니 "그간 한국 영화를 선망해 왔고 존중해 왔다. 영화 배우는 학생으로서 한국 감독님들에 대한 선망이 있었다. 한국 감독님들의 직업 윤리도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영화를 만드는 사람이다 보니까 그 문화를 잘 이해하는 것이 나의 일이자 의무라는 생각에 한국어도 배웠는데 소통할 만큼은 아니어서 통역사의 도움을 받으며 촬영했다"고 밝혔다.

'아줌마'는 80%가량 한국에서 촬영이 진행됐다. 배우도 홍휘팡 한 명을 제외하고는 전부 한국 배우가 등장한다. "처음부터 촬영이 어려울 것이라는 걸 알았다"는 안토니 찬 프로듀서는 "한국에 여러 번 여행 와 유명한 제작자들을 많이 만났는데, 대부분 이 작품 제작을 거절했다. 작품 규모가 워낙 작고, 감독님의 장편 데뷔작이라는 것에 위험성을 느끼더라. 제작자 분들이 영어를 못한다는 것도 합작에 있어 어려운 요인이었다"고 솔직하게 고백했다.

안토니 찬 프로듀서는 "그래서 이 작품이 제작될 수 있게 도와 준 부국제에 감사한 마음이 크다. 한국·싱가포르의 첫 합작품으로 동남아 국가에서 영진위(영화진흥위원회)의 제작 지원을 받은 작품도 우리 밖에 없다. 싱가포르영화위원회 지원도 동시에 받았다. 예산은 크지 않았지만 '잘 만들었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 사실 한국이 영화를 촬영하기에 저렴한 나라는 아니지 않나. 거기에 부국제에서 첫 선을 보이게 돼 운명이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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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뉴 커런츠 공식 초청작 '아줌마' 스틸 〈사진=부산국제영화제 공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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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뉴 커런츠 공식 초청작 '아줌마' 스틸 〈사진=부산국제영화제 공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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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슈밍 감독은 함께 배우들을 "행운"이라고 표현했다. "캐스팅은 기본적으로 캐스팅 디렉터의 도움을 받았다"는 그는 홍휘팡, 강형석, 정동환 모두 "캐릭터에 적역"이었다며, 특히 브라운관 스타로 특별 출연한 여진구에 대해 "완벽했다"는 마음을 아끼지 않았다. 다만 '소통'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감독과 배우들은 촬영 전 짧지 않은 시간 워크샵을 가지기도 했다고. 허슈밍 감독은 "통역, 번역을 통하더라도 소통이 정확하게 이뤄지는 것에 신경을 많이 썼다. 한국 사람, 한국의 문화 체계를 진정성 있게 담아내는 것이 나에게는 중요했다"고 단언했다.

중국어를 잘해 캐스팅 점수를 높게 획득한 강형석은 "나 역시 소통 문제를 가장 크게 걱정했던 것 같다. 무엇보다 나와 감독님의 생각이 다르면 안 된다고 생각해 촬영에 들어가기 전 감독님과 캐릭터에 대해 편안하고 자연스럽게 대화를 많이 나눴다. 그 과정들이 있었기 때문에 같은 방향성을 갖고 연기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신기한 경험은 언어가 다르다 보니까 서로의 뜻이 전달이 잘 안 될 수도 있는데 '깊이 이해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말하지 않아도 마음 통하는 것이 느껴졌다"고 회상했다.

한국 드라마를 좋아하는 '아줌마'로 분한 홍휘팡은 "개인적으로도 한국 드라마의 열성 팬이다. 내가 연기한 캐릭터처럼 실제로 한국 드라마에 푹 빠져 사는 아줌마다"라고 소개해 웃음을 자아냈다. 홍휘팡은 "연기를 40년 간 해왔는데, 이 역할을 맡고 준비를 하면서 아줌마의 특징적인 부분을 잘 연기하려고 노력했다. 특히 아줌마들이 공감할 수 있기를 바랐다"며 "그리고 한국 스태프들은 굉장히 열정적이더라. 영하 10도의 날씨에도 '빨리 촬영하고 싶다' 기대하는 마음으로 늘 현장에 갔다. 한국에서 작품을 촬영한 2개월 동안 즐거운 경험을 했고 많이 배웠다"는 진심을 남겼다.

허슈밍 감독 역시 "한국 촬영팀, 배우들과 일했던 기억을 반추해 보게 되는 것 같다. 대학원에 다닐 때 한국 감독들도 많이 만났는데, 어떤 배우, 촬영팀과 일을 하든 함께 하게 되는 모든 사람들은 '내 작품에 깊이를 더해주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배움은 내 관점을 많이 바꾼 것 같기도 하다"며 "한국 감독님은 개인적으로 이창동 감독님을 제일 좋아한다. 삶과 영화를 바라보는 관점, 시각이 굉장히 존경스럽고, 어려운 주제를 쉽게 그려내는 것이 영화인으로서 대단하다고 생각했다"고 거들었다.

부산=조연경 엔터뉴스팀 기자 cho.yeongyeong@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조연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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