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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푸틴 생일날’ 노벨평화상에 벨라루스 인권 운동가, 러시아·우크라이나 인권단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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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위원회, 단체2곳, 개인1명 공동 선정

인권옹호·전쟁범죄 기록 “시민사회 대표”

비알리아츠키 구금 중 수상…역대 4번째

경향신문

올해 노벨 평화상 수상자로 7일(현지시간) 발표된 벨라루스의 인권활동가 알레스 비알리아츠키가 2011년 11월 수도 민스크에서 구금됐을 당시 가족들에게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민스크 |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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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노벨평화상은 전쟁에 휘말린 우크라이나, 러시아, 벨라루스에서 인권증진을 위해 활동해 온 시민단체와 활동가에게 돌아갔다.

노르웨이 노벨위원회는 7일(현지시간) 올해의 노벨 평화상 수상자로 벨라루스의 인권 활동가 알레스 비알리아츠키(60)와 러시아 인권단체 ‘메모리알’, 우크라이나 인권단체 ‘시민자유센터(CCL)’를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베리트 라이스안데르센 노벨위원회 위원장은 “수상자들은 자국의 시민사회를 대표한다”면서 “이들은 오랜 기간 동안 권력을 비판하고 시민의 기본권을 지키기 위한 활동을 해왔다. 전쟁 범죄, 인권유린, 권력남용을 기록하는 데 탁월한 노력을 기울였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30년 가까이 루카셴코에 맞선 인권활동가


비알리아츠키는 옛 소련 시절인 1980년대 중반부터 민주화 운동을 시작했다. 1980년대에는 벨라루스의 독립과 민주화를 표방하는 단체 ‘인디펜던트’를 포함해 여러 단체의 결성과 운영에 참여했다.

벨라루스 독립 후에는 1996년 인권센터 ‘비아스나’(봄)를 설립해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대통령의 독재 정치에 맞섰다. 비아스나는 정치범에 대한 당국의 고문 행위를 기록하며 시위 도중 억류된 시위대와 가족들을 지원했다. 비아스나는 2020년 대선에서 선거 부정에 항의하는 대규모 시위가 일어났을 때에도 벨라루스 전역에서 구금된 사람들의 수를 추적했다.

비알리아츠키는 2011년 탈세 혐의로 징역 4년6월형과 재산 몰수형을 받았다. 국제사회는 벨라루스 정부가 정치범을 탄압할 목적으로 수사와 기소를 벌였다고 비판했다. 비알리아츠키는 2014년 조기 석방됐으나 지난해 7월 또 다시 탈세 혐의로 체포됐으며, 지금도 투옥 중이다. 휴먼라이츠워치는 “비아스나에 대한 탄합은 루카셴코의 광범위한 시민사회 숙청의 일부”라고 말했다.

비알리아츠키는 구금 중 노벨평화상을 받은 네 번째 수상자다. 앞서 1935년 독일 언론인 카를 폰 오시에츠키, 1991년 미얀마의 정치 지도자 아웅산 수지, 2010년 중국의 작가 류사오보가 가택연금 등 구금 중 노벨평화상을 받은 바 있다.

메모리알, 러시아의 군사주의에 맞서다 해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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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인권단체 메모리알 설립자 얀 라친스키(왼쪽)와 단체의 대표 활동가 올렉 올로프가 7일(현지시간) 노벨평화상 발표 이후 모스크바에서 기자들에 둘러싸여 질문을 받고 있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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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리알은 1987년 옛 소련 인권운동가들이 설립한 인권단체다. 옛 소련과 러시아에서 벌어진 정치적 탄압을 연구·기록하고, 러시아와 옛 소련권 이웃 국가들의 인권상황을 감시해왔다. 2009년에는 메모리알 체첸 지부장 나탈리아 예스테미로바가 현지 조사 중 괴한에 납치된 뒤 총상을 입고 숨진 채 발견되기도 했다.

러시아는 메모리알이 외국 세력과 결탁해 국가안보를 해친다면서 지난해 2월까지 메모리알 본부와 산하기관들을 모두 해산했다. 노르웨이 노벨위원회는 “메모리알은 러시아의 군사주의와 맞서 싸우고 인권과 법치에 기반한 통치를 증진하는 최전선에 있었다”고 평가했다.

메모리알 이사회 멤버 안케 기센은 “단체의 인권 활동과 함께 러시아에서 말할 수 없는 공격과 보복으로 고통받는 동료들에 대한 인정”이라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산하조직인 인권센터 메모리알은 “전 세계가 우리의 노벨 평화상 수상을 축하하는 지금도 모스크바 법원에서는 메모리알 자산 압류를 위한 심리가 열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시민자유연대 대표 “푸틴 법정 세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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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시민자유센터의 활동 모습/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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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의 시민자유센터는 2007년 수도 키이우를 본부로 설립된 시민단체다. 우크라이나를 완전한 민주주의 국가로 만들기 위해 당국에 압력을 가하고 시민사회에서 국제적 네트워크를 만드는 활동을 해왔다. 지난 2월 러시아군의 우크라이나군 침공 이후에는 러시아군의 전쟁 범죄를 조사하고 기록하고 있다.

올렉산드라 마트비추크 시민자유센터 대표는 수상 소식을 듣고 “전쟁 범죄로 고통받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정의를 보여주기 위해서는 푸틴과 루카셴코를 비롯한 전범들을 반드시 국제 법정에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벨라루스 야권 지도자 스뱌틀라나 치하노우스카야는 트위터를 통해 “이 상은 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해 싸우는 모든 벨라루스인에게 중요한 상”이라며 “모든 정치범들은 지체없이 석방돼야 한다”고 밝혔다. 휴먼라이츠워치의 유럽 및 중앙아시아 부국장 타냐 록시나는 “독재정권의 탄압을 받는 인권 그룹들과 연대하는 위대한 손짓”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미하일로 포돌랴크 우크라이나 대통령 보좌관은 트위터에 “노벨위원회는 ‘평화’라는 단어를 흥미롭게 해석하고 있다”며 “어떻게 세 번째 수상자(우크라이나)를 공격한 두 나라(러시아·벨라루스)의 대표가 노벨상을 함께 받을 수 있느냐”고 볼멘소리를 냈다.

노벨위, 푸틴·루카셴코 인권탄압 비판


올해 노벨평화상 발표는 공교롭게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생일에 이뤄졌다. 로이터통신은 “많은 사람들이 이번 평화상을 오늘 70세 생일을 맞은 푸틴 대통령과 그의 동맹인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에 대한 비판으로 간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라이스안데르센 위원장은 선정 결과가 푸틴 대통령을 겨냥한 것이라는 해석을 경계하면서도 “푸틴 정권은 벨라루스 정권과 마찬가지로 인권 운동가들을 억압하는 권위주의적 정권”이라고 말했다.

라이스안데르센 위원장은 수상자들이 노벨평화상 선정으로 당국의 주목을 받아 더욱 위축될 우려가 있다는 지적에 대해 “노벨위원회가 종종 직면하는 딜레마이며 우리가 진지하게 고려하는 일”이라며 “하지만 우리는 이 단체들에서 활동하는 개인들이 위험을 감수하고 값비싼 대가를 치러서라도 신념을 위해 싸울 용기를 보여주기를 선택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가혹한 환경의 감옥에 수감 중인 비알리아츠키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이 상이 그에게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기를 기도한다. 이 상이 그에게 힘을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노벨위원회는 벨라루스 당국을 향해 “비알리아츠키가 12월 10일 직접 상을 받을 수 있도록 석방하라”고 밝혔다.

박은하 기자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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