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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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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소유현황 좀 보여주세요”… 깡통전세 우려에 복잡해진 임대차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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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관악구에 구축 빌라를 보유 중인 A씨는 최근 집을 보러 오는 사람들이 요구하는 서류, 특약 등에 대응하느라 바쁘다. 부동산 소유현황과 세금완납확인서 등을 요구하는 임차인이 늘었기 때문이다. A씨는 “깡통전세 사기가 많다는 것을 기사로만 봤는데, 실제로 요구를 받아보니 사기에 대한 세입자들의 공포가 얼마나 큰지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7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최근 집주인이 세입자를 찾아 헤매는 ‘역전세난’이 계속되는 가운데 깡통전세 등 전세사기를 우려하는 세입자까지 늘며 세입자와 집주인 양측의 고민이 모두 커지고 있다.

조선비즈

서울 영등포구 공인중개사 사무소 앞으로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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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의 경우 시세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전세를 내놨다고 한다. 집을 보러오는 사람은 적지 않지만, 깡통전세 우려에 번번히 계약이 성사되지 않았다고 했다. A씨는 “내놓은 가격이 시세보다는 싸지만 4년 전 등기할 때 매매 가격보다 비싸다 보니 세입자들이 불안해한다”면서 “최근 많이 오른 매매가격에 대해 설명도 하고 요구한 서류도 다 보여줬지만 계약이 성사되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10개가 넘는 특약을 들고 오는 경우가 있었다”고도 했다. 예비 세입자가 요구한 특약에는 ‘계약 만료일까지 새로운 임차인이 구해지지 않아도 임대인은 보증금 전액을 계약 만료일까지 임차인에게 지불해야한다’, ‘임대인은 해당 물건을 법인에 매도하지 않도록 한다’ 등의 특약이 적혀 있었다고 한다.

해당 물건을 중개하는 공인중개사는 “깡통전세 위험이 계속 커지다 보니 걱정하는 세입자가 많다”면서 “특히 세입자가 사회 초년생이거나 처음 전세를 계약하는 경우 더 꼼꼼하게 보는 것 같다”고 했다.

전세 매물이 대폭 증가한 지역일수록 이런 일은 더 빈번하다고 한다. 임차인을 구하기 어렵다 보니 다른 곳보다 더 세입자 중심의 시장이 형성돼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아실에 따르면 서울의 전세매물은 지난 8월말 기준으로 1월 1일보다 관악구 84.4%(488건→900건), 구로구 70.4%(610건→1040건), 용산구 56.0%(628건→980건) 등의 순으로 많이 증가했다.

세입자가 전세가격을 낮춰달라고 할 경우 목돈을 마련하기 어려운 집주인이 이에 해당하는 월세를 세입자에게 내주는 ‘역월세’도 번지는 모양새다. 2019년 서울 송파구에서 9510가구에 이르는 헬리오시티가 입주할 때 송파구는 물론 강동구 등의 전세금이 일시에 하락하면서 역월세가 단기적으로 확산한 적이 있었다.

전문가는 이런 상황에서 임대인과 임차인이 안심할 방법으로 전세권 설정등기를 추천한다. 집주인의 동의가 있어야 가능한 전세권 설정등기는 등기사항전부증명서에 임차인이 세입자라는 사실을 기록한 것이다.

전세권 설정등기를 한 임차인은 계약 기간 만료 이후 임대인이 제때 보증금을 반환하지 않을 경우 별도의 판결 절차 없이도 직접 경매를 신청할 수 있다. 전세권자는 후순위 권리자 및 기타 채권자보다 보증금을 우선변제 받을 권리가 생긴다.

세입자 입장에서는 애초에 전세가율이 90%에 육박하는 등 과도하게 높은 집은 전세로 계약하지 않고, 반전세로 계약하는 것도 지금과 같은 고금리 시기에 유효한 방법이다. 깡통전세 피해가 많은 다세대주택은 전입세대 열람을 해보고, 혹시 있을 수 있는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계약서 작성을 반드시 본인이 하는 것도 중요하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세입자는 전세계약보다 앞선 대출은 받지 않도록 한다는 내용을 계약서에 담아야 한다”면서 “다가구주택도 주민센터에서 전입세대 열람이 가능한 만큼 선순위 세입자가 몇 명이 있는지, 앞선 전세금 등을 확인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집주인이 임차인과 상의 후 전세권 설정을 하는 것이 서로가 안심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오은선 기자(onsu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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