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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냉랭한 동맹에서 적으로?…미 “사우디와 동맹 재검토” 주장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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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압둘아지즈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에너지부 장관이 5일(현지시각)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오펙플러스 기자회견에 참석해 있다. 빈/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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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아라비아가 주도한 오펙플러스(OPEC+)의 석유 감산 결정 뒤 미국에서 사우디와 동맹 관계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는 등 비판 여론이 들끓고 있다.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6일(현지시각) “사우디아라비아가 푸틴의 경멸스럽고 사악한 우크라이나 전쟁을 지속하는 데 도움을 준 것은 미국인들에게 오랫동안 기억될 것이다”고 강력히 비판했다.

슈머 대표는 “우리는 이 끔찍하고, 자기 이익만 챙기는 조처에 가장 잘 대처하기 위해 ‘노펙’(석유생산수출 카르텔반대법) 등 모든 입법적 수단을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노펙은 석유수출국기구(오펙) 회원국의 석유 가격 담합에 대한 면책권을 박탈하는 내용의 입법안이다.

전날인 5일 석유수출국기구(오펙) 회원국과 러시아 등 산유국들 모임인 오펙플러스는 다음달부터 하루 200만배럴씩 감산한다고 결정했다. 이 조처는 최근 안정세를 보이던 국제 유가 상승을 부채질할 뿐만 아니라, 석유 수출로 전비를 조달한다는 러시아에 도움을 주는 행위라고 미국 등 서방은 강력히 비난했다.

특히 이 결정은 유럽연합(EU)이 러시아가 수출하는 석유에 대해 가격 상한제를 도입하자는 미국의 계획을 승인한 직후에 나왔다. 사우디 및 걸프 지역의 석유 수출국들은 이 가격 상한제가 석유 가격을 낮추고 향후에 자신들에도 적용될 수 있는 선례를 남길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백악관은 5일 오펙플러스의 감산 결정 직후에 사우디가 러시아와 공조한다고 비난했다. 카린 장피에르 대변인은 사우디가 “러시아와 명백히 제휴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장피에르 대변인의 이런 논평은 미국과 사우디의 동맹 관계가 훼손되고 있다는 의미다.

이런 백악관의 시각은 민주당 하원의원들에게서도 터져나오고 있다. 톰 맬리노우스키 등 민주당 하원의원 3명은 사우디와 아랍에미리트(UAE)에서 미군 및 미사일 방어시스템 철수를 요구하는 입법안을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우리는 미군과 군무원들이 우리에게 적극적으로 위해되는 행동을 하는 나라들에 그런 서비스를 제공해야만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들은 또 “만약 사우디와 아랍에미리트가 푸틴을 도와주기를 원한다면, 자국 방위를 위해서도 그(푸틴)를 쳐다봐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오펙플러스의 발표에 어떻게 대응할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면서도, 강경조처를 배제하지 않는다고 내비쳤다. 그는 “우리는 대안을 찾고 있다”며 “아직 우리 마음을 결정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브라이언 디스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 국장은 오펙플러스의 감산 결정이 “불필요하고 정당화되지 않는다”며 모든 수단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대통령이 우리에게 지시한 것은 테이블에서 아무것도 내려놓지 말라는 것이다”고 말해, 사우디에 보복을 포함한 모든 수단이 강구될 수 있음을 경고했다.

사우디는 조 바이든 대통령 취임 이후 미국과 관계가 냉랭해졌다.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뒤 사우디가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살해 사건으로 인권을 유린했다며, 사우디를 국제사회에서 고립시키겠다고 공언했었다. 미국 정보 당국은 카슈끄지 암살을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가 승인했다며 빈살만 왕세자에게 책임이 있다는 내용의 정보를 공개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로 국제유가가 급등해 에너지 위기가 일자, 바이든은 지난 7월 사우디를 방문해 빈살만 왕세자와 만나 관계 정상화를 시도했다. 하지만, 바이든은 사우디로부터 석유 증산의 약속을 받지 못해, 빈살만 체제의 정통성만 인정해준 꼴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사우디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미국 주도의 대러시아 제재에 동참하지 않고, 중립을 지켰으나 러시아와의 관계를 강화해왔다. 사우디는 전쟁 이후 미국이 요구하던 석유 증산을 계속 미뤄왔다. 빈살만 왕세자는 전쟁 이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두번이나 통화했다. 그와 살만 국왕은 2차대전 러시아 승전기념일에 푸틴에게 축하를 건네기도 했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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