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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경제에 빨간불…눈덩이 무역적자에 8월 경상수지 -30.5억 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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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덩이처럼 불어난 무역적자에 8월 경상수지마저 30억5000만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한국이 8월 기준 경상수지 적자를 낸 건 세계금융위기였던 2008년 8월(-38억4500만 달러)이 마지막이다. 한국 경제에 그만큼 빨간불이 들어왔다는 의미다. 다만 정부와 한국은행은 9월 경상수지가 다시 흑자로 돌아서는 등 연간 기준으로는 흑자가 이어질 것이라는 입장이다.

중앙일보

한국은행에 따르면 8월 경상수지는 30억5000만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8월 기준 경상수지 적자는 2008년 8월 이후 처음이다. 3일 부산항 신선대부두와 감만부두에 수출입 화물을 실은 컨테이너가 가득 쌓여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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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한은에 따르면 8월 경상수지는 30억5000만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8월에는 74억4000만 달러 흑자를 봤는데, 1년 사이 104억9000만 달러 감소했다. 적자 폭은 코로나19 대유행이 시작됐던 2020년 4월(-40억2000만 달러) 이후 가장 큰 폭이고, 전년 대비 감소 폭으로는 관련 통계 작성 후 가장 컸다.

경상수지는 외국인 투자자에 대한 배당 등 계절적 요인으로 종종 적자를 기록해왔다. 다만 4월 외의 경상수지 적자는 2012년 2월(-25억8400만 달러) 이후 처음이다. 8월 기준으로는 2008년 8월(-38억5000만 달러) 이후 매년 흑자를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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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경상수지가 적자를 기록한 건 눈덩이처럼 불어난 무역적자 때문이다. 8월 무역수지 적자 규모는 94억9000만 달러로 통계 작성 후 최대였다. 무역수지와 비슷한 흐름을 보이는 상품수지도 8월에는 44억5000만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7월(-14억3000만 달러) 이후 두 달 연속 적자다. 적자 규모로는 역대 최대다.

역대 최대치 적자를 기록한 건 원유 등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며 수입이 수출보다 더 큰 폭으로 늘어난 영향이다. 수출(572억8000만 달러)이 석유제품 등을 중심으로 1년 전보다 7.7%(41억 달러) 늘었지만, 수입(617억3000만 달러)은 21.2%(145억8000만 달러) 증가했다.

경상수지가 흔들리며 한국 경제에도 경고등이 들어왔다. 경상수지가 한 국가가 통해 다른 국가로부터 벌어들인 소득인 만큼, 적자를 볼 경우 빚을 내 이를 메워야 한다. 이 과정에서 대외신인도가 떨어지고, 원화가치 하락 압력이 커진다.

이미 원화가치는 지난달 28일 달러당 1439.9원까지 밀리는 등(환율 상승) 올해 들어 원화가치 하락에 불이 붙은 상태다. 경상수지 적자를 기록하며 만년 적자인 재정수지와 함께 쌍둥이 적자 우려도 나온다. 한국이 쌍둥이 적자를 기록한 건 외환위기였던 1997년이 마지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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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다만 정부와 한은은 연간 기준으로 경상수지 적자 가능성은 없다고 선을 긋고 있다. 올해 1~8월 누적 경상수지는 225억2000만 달러 흑자를 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는 전날 “경상수지 적자가 고착화하고 위기의 단초가 되는 것 아니냐고 많이 걱정하시는데, 올해와 내년 경상수지 흑자가 연간 300억 달러를 넘는 것으로 전망하고 있어서 걱정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한은도 이날 “8월 경상수지는 이례적으로 컸던 무역수지 적자의 영향으로 적자를 기록했지만 9월 들어 무역적자(-37억7000만 달러)가 크게 축소됨에 따라 9월 경상수지는 흑자 전환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한국이 연간기준으로 경상수지 적자를 본 건 1997년(-108억1000만 달러)가 마지막이다.

다만 낙관론을 펼치기엔 변수가 많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은 중앙은행의 긴축으로, 중국은 코로나19 봉쇄 정책 여파 등으로 경기가 둔화하고 있다. 산유국 연합체인 OPEC+가 지난 5일 다음 달 일일 원유 생산량을 이달보다 200만 배럴 줄이기로 하면서 국제 유가가 다시 뛸 우려도 있다.

원유 등 주요 수입 물품 가격은 올랐지만, 반도체 등 수출 품목의 가격은 내리며 한국의 교역조건(순상품교역조건지수)도 지난 8월 사상 최저를 기록하는 등 교역환경도 좋지 않다. 수출 경쟁국인 중국과 일본의 통화가치도 떨어지며 원화가치 하락으로 인한 수출증가 효과도 과거보다 적은 상황이다. 여러모로 무역적자가 지속할 여건이 많은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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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코로나19로 줄었던 해외여행이 다시 늘어나는 것도 부담이다. 8월 서비스수지도 7억7000만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1년 전(8억4000만 달러 흑자)보다 16억2000만 달러 감소했다. 한은은 “연간으로는 흑자기조가 유지되겠지만, 대외여건의 불확실성이 높아 월별 변동성이 큰 상황이 지속할 것”이라며 “높은 수준의 에너지 수입이 이어지고 최근 증가하는 해외여행 수요도 경상수지 개선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분석했다.

한은은 이날 경상수지의 취약성 개선 등을 위해서는 에너지 수급 구조에 근본적 변화가 필요하다는 진단도 내놨다. 에너지 수입을 제외할 경우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경상수지 비율은 올해 상반기 기준 2.9%에서 13.3%로 오르게 된다. 일본(1.3%→6.4%), 독일(4.1%→7.5%), 중국(1.9%→4.6%) 등에 비해 크게 개선됐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내년에는 글로벌 수요 둔화로 에너지 가격이 하락해 경상수지는 올해보다 개선될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다만 경기침체로 원자재와 중간재 수입이 줄어들어 생기는 불황형 흑자인 만큼 내용으로는 좋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안효성 기자 hyoz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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